현직 교도관이 전하는 생생한 경험
'천차만별' 인간 군상·교도소 이야기
인간본성 등에 관한 진지한 탐색도

 〈교도소에 들어가는 중입니다〉(저자 김도영) 표지.

“교도관님! 큰일 났습니다.”

느닷없이 복도에서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곧이어 교도소 내부 비상벨이 깜빡거렸다. 허겁지겁 담당실에서 뛰쳐나온 교도관 김도영 씨는 소리가 난 감옥 안을 들여다봤다. 한 수용자가 손가락으로 다른 수용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이 사람이 치약 뚜껑을 집어삼켰어요!” 실제로 뚜껑을 먹은 그는 의연한 태도로 문 쪽을 바라본 채 가만히 앉아있었다. 김 씨 입에서 “아니, 그걸 왜 삼켜요!”라는 말이 나왔다. 그는 무전을 쳤고, 비상대기팀은 그 수용자를 응급차에 태워 병원으로 이송했다.

누가 보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김 씨가 근무 중인 교도소에서는 이런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수용 생활에 불만을 품은 수감자들은 종종 손톱깎이, 숟가락, 젓가락 등 먹어선 안 될 물건을 삼켰다. 일부는 자기 신체를 훼손했다. 첫 출근 날부터 김 씨는 자해 사건을 목격했다. 체격 좋은 한 수용자가 자기 허벅지를 식기구로 사정없이 내리찍었다. 수년 전 세 사람을 토막 내 숨지게 한 살인자가 벌인 일이었다. 이 같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김 씨는 조마조마한 마음을 억누르고 교도소 직원들과 함께 교대 근무하며 뒷일을 수습했다.

<교도소에 들어가는 중입니다>는 교도관 김도영 씨가 들려주는 교정시설 이야기다. 교도소와 교도관의 실상을 소개한다. /픽사베이

김 씨가 근무지에서 만난 인간 군상은 사건·사고만큼이나 다양했다. 사람을 둔기로 숨지게 해 옥살이하면서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범죄자,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마약 중독 예술가, 장유유서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젊은 조직폭력범….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기도 하는 교도소 내부에는 무서운 면면들이 많았지만, 결을 달리하는 이도 분명 존재했다. 매일 밤 흐느끼며 사죄하는 마음을 담아 피해자에게 편지를 써서 용서를 비는 수감자가 그렇다. 아이들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고 속죄하는 사람도 있었다.

김 씨가 들려주는 교정시설 이야기가 담긴 책 <교도소에 들어가는 중입니다>에는 현직 교도관이 직접 목격하고 경험한 진짜 교도소 이야기가 녹아있다. 뻔한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이야기가 가득하다. 저자는 교도소 내부 풍경과 교도관의 삶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인간 본성, 삶의 가치, 죄와 벌을 두고서도 진지하게 탐색한다. ‘참된 교정·교화는 가능한 일일까?’라는 본질적인 질문도 던진다.

군 복무 시절 논산훈련소에서 군사 훈련을 받은 후 경비교도대로 차출된 저자는 군 생활 내내 교도소에서 시설 경비와 수용자 도주 방지, 현직 교도관 업무를 보조하다 훗날 정식 교도관으로 임용됐다. 그의 직장은 항공지도에 표시되지 않고, 내비게이션에도 나오지 않으며, 내부에서는 스마트폰 소지가 금지돼 있다. 저자는 보안이라는 이름 아래 담장 안에만 머물고 있는 속사정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새내기 교도관이 들려주는 일상 기록이다. 봄름 펴냄. 236쪽. 1만 4800원.

/최석환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