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 100% 적용 기술력 기업
코로나 계기로 의료 분야 진출

플라스틱 경량화 기술 접목해
무겁고 가격 비쌌던 CPR 장비
탄소복합소재로 휴대성 높여

주력 분야 한우물만 파던 기업체가 다른 영역에 도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기존 주력 시장과 동떨어진 영역을 개척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시장조사부터 시작해 소비자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출중한 기술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려면 매출 발생 여부가 불투명함에도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양산시 소재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국림피엔텍'은 이 어려운 과정을 극복하고 기존 분야 외 신시장 개척에 성공했다. 바로 의료기기 시장이다. 국림피엔텍은 기존 기술력을 기반으로 시장성 높은 CPR(심폐소생술) 장비를 개발했다.

(왼쪽부터)김준식 국림피엔텍 이사, 노왕기 대표, 김대경 본부장이 인체 모형을 놓고 CPR 장비 개발사항을 논의하고 있다. /안지산 기자
(왼쪽부터)김준식 국림피엔텍 이사, 노왕기 대표, 김대경 본부장이 인체 모형을 놓고 CPR 장비 개발사항을 논의하고 있다. /안지산 기자

◇미래차 전환 과도기, 뜻밖의 도전 = 국림피엔텍은 5년간 연평균 매출 750억 원을 기록하고 있는 기업이다. 올해 기준 직원 수는 89명으로 양산시에 본사·1·2공장, 충남 아산시·서울시에 공장과 사무소를 두고 있다. 1998년 회사 창립 이래 지속적으로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을 생산해왔다. 

기존 주력제품은 차량 시트 승차감·편의성을 높이는 프레임, 서스펜션과 컵홀더 등이다. 국산차에 100% 적용되고 있으며 일본 차량 브랜드 '닛산'에도 일부 적용될 만큼 기술력을 지닌 기업이다.

국림피엔텍이 의료기기 시장에 눈 돌린 시기는 코로나19가 확산할 즈음이었다.

노왕기(63) 대표는 "자동차 경량화,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 공급에만 몰두했는데, 마침 코로나19 상황 속 항균·면역 등에 국민 관심도가 높아졌다"며 "이에 차량 항균 체계 개발을 접점으로 의료 분야와 자연스럽게 연계했다"고 운을 뗐다.

신사업 개척은 자동차 사업 부문 침체기와도 맞물렸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자동차 부품 공급사업이 여의치 않아졌고 미래차 전환으로 자동차업계가 어수선한 시기였다.

국림피엔텍은 자체 스마트헬스케어 연구소를 둬 항균 연구를 시작했다. 궁극적으로는 차량 내에서 각종 건강 지표를 확인하고 살균 작용을 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자 했다.

노 대표는 "의료계 인사들과 교류하다 보니, 자사 경량화와 플라스틱 사출 기술이 심폐소생(CPR) 장비에 접목되면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골든타임을 확보할 의료기기를 직접 개발해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국림피엔텍이 올해부터 개발 준비 중인 심폐소생장치. /국림피엔텍
국림피엔텍이 개발 준비 중인 심폐소생장치. /국림피엔텍

국림피엔텍은 지난해 경남도·경남테크노파크의 의료기기 업종전환사업에 선정돼 '탄소복합소재 보급형 경량화 K-CPR 의료기기' 개발에 착수했다. 전혀 다른 분야에 발 들인 것이다.

국림피엔텍은 예방의학 분야 등 의료계 직원을 신규 채용하면서 기존 공학 인력과 시너지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기술 개발은 양산부산대병원과 협업으로 더욱 가속이 붙었다.

노 대표는 "기존 CPR 장비 시장은 수제 제작으로 가격이 비쌌고 무게도 무거워 각종 애로가 많았다"며 "탄소복합소재를 활용해 경량화에 성공, 휴대성을 높이는 등 기술적으로도 진보한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제조업 기술 접목되니 시너지 효과 = 국림피엔텍의 CPR 장비는 경량화는 물론 실시간 심폐소생술 모니터링·컨트롤 체계가 적용됐다. 현재 심박수를 바탕으로 적절한 심폐소생 강도를 맞출 수 있게 고도화했다.

이 밖에 각종 부품·설비 제조를 자동화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 또한 높다. 

현재 CPR 장비는 시제품 개발을 완료했다. 국림피엔텍은 3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개발·마케팅에 매진하고 있다. 

국림피엔텍의 심폐소생장치 초안. 높은 압력에도 흔들림 없이 지탱하는 등받이, 환자 심박수를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 장치, 효과적으로 흉부를 압박하는 압력판 등 특허기술이 적용된 장비다. /국림피엔텍
국림피엔텍의 심폐소생장치 초안. 높은 압력에도 흔들림 없이 지탱하는 등받이, 환자 심박수를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 장치, 효과적으로 흉부를 압박하는 압력판 등 특허기술이 적용된 장비다. /국림피엔텍

기존 자동차 부품 공급망을 활용해 CPR 장비 마케팅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제주도 등 관광지 인근 병원, 소방에서 실사를 오가며 전략적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

노 대표는 "중국 대형 드론업체 DJI와 보급형 CPR 장비 양산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협의하고 있다"며 "수입품을 대체할 수 있는 국산 제품이자 동시에 역수출 가능할 정도로 차별화한 기술력을 적용해 사업화 성과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국림피엔텍은 CPR 장비 사업화에 이어 궁극적으로 스마트 헬스카 분야를 선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노 대표는 "미래 사업 전략으로 차량 내 살균 설비·건강 지표를 확인할 수 있는 각종 장비를 도입할 수 있도록 관련 사업을 준비 중"이라며 "CPR 장비 개발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다면 사업다각화 성공과 동시에 신사업 개척에 불이 붙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림피엔텍은 3년 내 상장을 목표로 기존 사업과 신사업에 매진할 예정이다. 더불어 지역 사회공헌은 물론 장애인 인권 발전에도 힘을 보탤 계획이다.

노 대표는 "제가 장애 3등급이라 장애인 처우 등에 관심이 많은 만큼 사업장 장애인 고용에도 힘쓰고 지역에도 인식 전환 등을 장려하고 있다"며 "이 밖에 상장과 동시에 기업 유치원 설립, 임직원 주택자금 무상대출, 자녀 학자금 지원 등을 시행해 친노동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안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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