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상은 왜 독재정권에 부역했을까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관점 원한다면

'가고파'의 시인 이은상은 기회주의자였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양지바른 데를 골라 다니며 자신에게 좋은 기회만 좇아다닌 그런 인간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타고난 집안이 금강산 등산을 할 때 가마를 탔을 정도로 부유했다는 것도 그런 생각에 한몫했다.

그런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경남도민일보 출판국에서 펴낸 전점석 작가의 책 <노산 이은상과 대통령>을 본 덕분이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외눈박이였구나 깨달을 수 있었다. 그는 분명히 경남 마산의 자랑스러운 역사 3.15의거를 부정했고 독재자에게 부역했는데, 그게 마냥 소신 없는 기회주의자였기 때문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은상은 언제나 논란을 몰고 다니는 문제적 인물이다. 이 문제적 인물을 전면적으로 다룬 책이 이전에는 없었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다. 서로 이해를 달리하는 비판론과 옹호론이 그냥 대립만 했을 뿐이었다. 논란 또는 논의는 언제나 거기에서 멈추었다. <노산 이은상과 대통령>은 그런 상반된 관점을 아우르는 한편 그 한계도 뛰어넘고 있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그의 생애 전반을 거의 빠짐없이 폭넓게 살펴보고 있다.

무엇보다 재미있었던 것은 그의 정신세계였다. 이은상이 어떤 정신으로 세상을 살았는지 알게 되면서 이승만과 박정희를 넘어 전두환에게까지 붙어먹었던 까닭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는 세상에 없는 것을 추구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보다 위대하고 세종대왕보다 훌륭한, 역사를 뛰어넘어 역사를 새로 여는 초역사적 인물을 찾아 헤맸다.

책은 이은상의 젊은 시절과 가족관계를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을 제대로 소개하고 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 조선어학회, 친일문제, 국토순례, 시조, 비문, 노래, 단체 활동 등이 있고 특히 해방 이후 역대 대통령들과 어떤 관계였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말 그대로 이은상의 행적 가운데 가장 논란이 많은 부분이 이 대목인데 그가 생전에 겪었던 대통령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이 전부였다.

어떤 이는 이은상을 부를 때 '노산'이라는 호를 쓰는 것을 두고 잘못됐다고 비판한다. 옛날 우리 사회에서 호를 부르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존경의 뜻을 담고 있는 것이므로 이은상을 노산이라고 호명하면 바로 그 순간부터 이은상을 옹호하는 것이 된다는 논리다. 물론 그런 면도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 이 시대에 반드시 그렇다고만 할 수 없는 측면도 있다. 그냥 아무 생각도 뜻도 없이 그렇게 부르는 사람이 대부분인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은상을 옹호하든 비판하든, 이은상이 살았던 시대가 어떠했고 도대체 왜 독재부역을 했을까 궁금한 사람에게는 <노산 이은상과 대통령>이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외눈박이에서 두눈박이로 다시 태어났다.

/김훤주 출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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