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가이드 접목한 LED등기구
빛 퍼짐 제어하고 효율은 높여
2020년 조달청 혁신시제품 뽑혀
창원 안민터널 등 납품 '호평'

지용길 대표 우수조달품 목표
"빛 공해 저감, 공공이 나서길"

우리나라 공공 조달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184조 원이다. 이는 2021년 GDP(국내총생산·2071조 원)의 8.88%에 달한다. 공공 조달 시장은 적잖은 규모임에도 진입장벽이 높다. 검증된 제품 위주로 구매하는 관행 탓에 혁신 기술 적용, 지원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2019년부터 조달청과 정부 부처는 혁신제품의 첫 구매자가 돼 공공 조달시장 문턱을 낮추고 있다. 이른바 '혁신조달' 사업이다. 

경남은 비수도권 중에서도 혁신제품 지정이 활발한 지역이다. 경남지역 혁신조달 선두 주자들은 어떤 제품으로 조달시장에 진입하고 있을까. <경남도민일보>는 경남지방조달청과 도내 조달 혁신기업가들을 만나 봤다.

LED 기술이 활성화하면서 삶의 질은 유의미하게 올라갔지만, 빛 공해 문제도 덩달아 수면 위에 떠 올랐다. 가로등·보안등에서 나오는 LED 빛은 강렬해 주거 구역 수면 방해, 운전자 피로감 극대화 등 사회적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2015년 빛 공해로 수면방해·생활불편·눈부심 피해를 봤다는 접수 건수는 총 1216건이었다. 2018년은 2577건으로 2배가량 늘었다.

창원시 의창구 북면 동전산단 입주기업인 로드라이트는 도심 빛 공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7년 지용길(57) 대표가 창업한 기업이다. 설립 이듬해 LED등기구 고효율에너지기자재로 인증받고 조달청 나라장터쇼핑몰에 등록됐다. 도심 빛 공해 문제를 해소하려고 야심 차게 개발한 '빛 공해 방지용 안전가이드가 접목된 LED 등기구'는 2020년 조달청 혁신 시제품으로 지정됐다.

지용길 로드라이트 대표가 자사 제조공장에서 혁신제품 '빛 공해 방지용 안전가이드가 접목된 LED 등기구'를 소개하고 있다. /안지산 기자
지용길 로드라이트 대표가 자사 제조공장에서 혁신제품 '빛 공해 방지용 안전가이드가 접목된 LED 등기구'를 소개하고 있다. /안지산 기자

지용길 대표는 "인공 빛이 비춰야 하는 조명 영역 밖으로 누출되면 사람에게는 불쾌한 눈부심으로 다가오고 동식물 성장, 생태계 파괴 등의 주범이 된다"며 "자사 안전가이드는 LED 등 빛 퍼짐을 제어하고 빛 집중도를 향상해 조명 효율을 극대화하는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빛 퍼짐은 일반적으로 사방에 퍼지는 '논 컷오프(Non Cutoff)' 방식, 적정 구역에 빛을 집중하는 '컷오프(Cutoff)' 방식, 한 곳에 강하게 집중하는 '풀 컷오프(Full Cutoff)' 방식이 있다. 로드라이트는 풀컷오프 방식과 자체 특허기술을 활용해 빛 공해를 방지하는 제품을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등기구 제품은 컷오프 방식으로 제작된다. 그러나 특정 지점 빛을 차단하는 장치가 조명 효율을 저하해 빛 공해는 막더라도 효율성에서 막대한 손해가 발생한다. 로드라이트는 불필요한 빛은 차단하되, 빛을 집중해 효율은 높이는 안전가이드를 적용했다.

로드라이트 혁신제품이 적용된 200W급 터널등. /로드라이트
로드라이트 혁신제품이 적용된 200W급 터널등. /로드라이트

로드라이트 안전가이드는 특수 형상이 누출광을 조명영역으로 모아줘 효율을 높인다. 공인시험기관 성적을 보면 안전가이드가 적용된 등기구와 그렇지 않은 등기구 간 조도 집중성을 비교했을 때 혁신제품 모델이 평균 13% 더 밝았다.

안전가이드는 방열구조 기술이 접목돼 열 흐름도 원활하다. 공인시험기관 성적을 보면 안전가이드가 적용된 등기구와 그렇지 않은 등기구 간 온도 차이는 평균 3도다. 

지 대표는 "기존 고효율성 중심으로 제작한 등기구는 빛 공해 저감에 도움이 안 되며, 기존 빛 공해 저감용 등기구는 효율성이 크게 저하된다"며 "자사 제품은 효율성을 극대화하되 빛 공해는 해소할 수 있는 환경친화적인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로드라이트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창원시 진해구 안민터널에 혁신제품을 도입했다. 경남에는 김해 터널, 창녕군청, 고성군청 등에 설치됐다.

지 대표는 "안민터널을 자주 통과하는 운전자라면 다른 터널보다 눈부심이 월등하게 감소했음을 체감할 것"이라며 "공공에서는 민원이 줄었다며 호응도가 높다"고 말했다.

지 대표는 전자 서비스업계 LED 분야에만 25년을 근무한 베테랑이다. 그는 빛 공해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던 시절, 시중에 나온 LED 등기구 대다수가 고효율만 고려한 제품임을 파악했다. 이에 빛 공해 방지용 기술이 접목된다면 더할 나위 없다고 판단, 관련 특허를 내고 사업화를 시작했다.

로드라이트 혁신제품이 적용된 창원시 진해구 안민터널 내부. /로드라이트
로드라이트 혁신제품이 적용된 창원시 진해구 안민터널 내부. /로드라이트

혁신제품 선정 이후 매출도 유의미한 상승세를 보였다. 연 매출은 2020년 10억 원에서 2021년 15억 원으로 올랐다. 올해 초 동전산단에 입주하며 연구·제조시설 등을 확대했다.

로드라이트는 향후 우수조달제품 선정 준비, 농작물 피해 최소화를 위한 LED 빛 개발 등에 몰두할 계획이다.

기존 LED 등은 해충을 모아 농지에 피해를 주기도 한다. 따라서 해충 꼬임을 방지하거나 농작물 성장을 저해하지 않는 기술을 개발하려 한다.

다만 이 기술이 적용되려면 빛 공해 방지 관련 인식이 올라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경기도는 빛 공해 선제 대응을 위해 색온도를 낮추거나 관련 제품 개발·시범도입에 적극적이다. 로드라이트는 일부 지자체가 LED등 제품 선정 때 환경 친화성은 외면하고 고효율성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 대표는 "횡단보도, 도로 눈부심 등은 결국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빛 공해를 줄일 방안을 공공에서 먼저 강구하고 시범 도입하길 바란다"며 " 빛 공해 방지 기술이 보편화해 도심에서도 밤하늘 별을 볼 수 있는 날이 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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