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도로구획 유동인구 막아
오르락내리락 걷기 좋은 도시로

아이들 놀이기구 가운데 혼자 탈 수 있는 그네와 둘이 탈 수 있는 시소가 있다. 주거시설과 상업시설은 시소처럼 서로 상관관계를 이루게 된다.

도서관 같은 체육 문화시설은 주거 입지를 고를 때 소홀히 할 수 없는 기반시설이고, 직장이나 학교의 접근성은 괜찮은지, 생활권 주변에 다양하고 질 좋은 마켓과 의료시설은 있는지, 레저관광시설은 내 집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 등을 꼽는다.

우리나라 국토의 3.2%인 3243㎢가 지목 '대'의 토지이다. 대(垈·housing site)는 영구적 건축물이 있는 토지 중 주거·상업시설과 문화·집회시설 등의 부속시설, 택지조성사업이 완료되어 있는 대지까지를 말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단독주택, 공동주택,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분류하나 건축물 용도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건축제도에 따른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대지인가? 사람이 사는 주택지는 물론이거니와 거주 목적 이외의 건축물도 다른 지목에 속하지 않으면 지목 '대'로 해야 한다. 이에 대저택처럼 건축면적보다 훨씬 넓은 정원과 동산을 가지는 예사롭지 않은 곳도 많다.

우리나라는 용도지역지구제도로 국토이용을 다스리고 있다. 크게 도시지역, 관리지역, 농림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나누고 다시 도시지역은 주거, 상업, 공업, 녹지 지역으로 나눈다.

2021년 기준 창원시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인구가 101만 6000명으로 1인당 주거지역 면적이 57.7㎡이고, 상업지역은 10.4㎡이다. 반면 산청군은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인구가 5000명으로 1인당 주거지역 면적이 379㎡이고, 상업지역은 44.3㎡이다.

경남의 평균 1인당 주거지역 면적은 77㎡이고, 상업지역은 10.2㎡로 산청군은 도 평균보다 약 5배 더 많이 지정돼 있다.

서울은 1인당 주거지역 면적이 33.7㎡이고 상업지역은 2.6㎡이며, 수원시는 1인당 주거지역 면적이 38.3㎡, 상업지역은 5.3㎡로 창원시와 비교하면 66%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수도권은 지방 중소도시를 따돌리고 앞으로만 계속 나아가려고 하는 그네타기와 같이 일극 체계를 보여주고 있다.

주거와 상업은 서로 상생적 관계이며 고용과 소비의 행태가 공존하는 시소게임과 같은 중간 지렛대가 바로 도로구획이다. 서울 명동거리, 신사동 가로수길, 홍대 앞 피카소거리 등은 걷기 좋은 길로 꼽히나 서울 강남 테헤란로나 창원 신도시는 걷기 좋은 곳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유는 뭘까?

도로 폭 10m, 길이 100m 구간에 대략 35개 안팎의 점포가 있다면 5m마다 미용원, 어학원, 성형외과, 냉면집, 피자집, 제과점, 커피숍, 옷가게, 신발가게 등 계속하여 다른 화면을 보여주게 되어 걷는 것이 싫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강남 테헤란로나 창원 신도시 같은 곳은 도시계획사업을 하면서 필지 규모를 너무 크게 구획한 탓에 서로 상관관계를 이루는 휴먼스케일 수준의 다양한 체험과 시각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데서 걷기 좋은 곳으로 분류되지 않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서로 기능이 격리되게 조성되어 있어 걷기보다는 자동차로 지나가 버리게 하는 업무지역 구간이 많다는 것이다.

사람이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만든다. 아이들의 놀이기구같이 유동인구가 주거와 상업지역을 물 흐르듯이 오르락내리락 올라갔다 내려갔다 시소게임처럼 모여들고 흩어지는 도시현상을 기대해본다.

/문홍열 한국토지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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