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집회 참석만으로 감염병 의심자라 단정할 수 없어"

2020년 8월 15일 서울 광화문 집회에 다녀온 이후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들이 최근 항소심까지 거쳐 무죄를 받았다.

한 지역 집회 인솔자였던 ㄱ(54) 씨는 경남도지사의 집회 참석자 명단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아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ㄱ 씨는 올 4월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인 창원지법 형사3-3부(재판장 김기풍 부장판사, 홍예연·정윤택 부장판사)도 지난 10일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검사는 "광화문 집회 참석자인 목회자, 정치인 등 다수가 집회 참석 이후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을 고려하면, ㄱ 씨와 집회 참석자들은 역학조사 대상이고, 이후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역학조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ㄱ 씨 등이 감염병 환자 등과 실제로 접촉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는 점 △접촉자 범위에 관해 '환자와 1m 이내 거리에서 15분 이상 대면한 자', '환자와 직접적으로 신체 접촉한 자' 등을 제시하는 WHO 가이드라인(세계보건기구 지침) △'야외에서 감염된 것으로 확정돼 보고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는 중앙방역대책본부 내부 문서 등을 바탕으로 "단순히 집회에 참가했다는 것만으로는 '감염병 환자 등과 접촉한 사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ㄱ 씨를 포함한 집회 참석자 모두가 역학조사 대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ㄴ(67) 씨는 자가격리를 위반한 혐의로 지난해 9월 통영지원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창원지법 형사3-2부(재판장 정윤택 부장판사, 김기풍·홍예연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ㄴ 씨는 광화문 집회에 참가해 '감염병 의심자'라는 이유로 고성군수에게 2020년 8월 19일부터 29일까지 주거지에서 자가격리를 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하지만 ㄴ 씨는 같은 달 24일 주거지에서 11㎞ 남짓 떨어진 커피숍으로 이동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집회 연설을 했던 목사가 확진됐으나 다른 참석자 확진은 확인되지 않은 점 △고성군은 ㄴ 씨 집회 참석만 확인했을 뿐 자가격리 통보 전 목사를 비롯한 감염병 환자 등과 대면 또는 접촉 여부는 역학조사를 거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이 자가격리 조치가 위법하다고 봤다. 특히 재판부는 "자가격리 조치는 대상자의 신체 이동의 자유를 크게 제한해 생업과 사회생활은 물론 기본적인 일상생활에도 커다란 지장을 가져오므로 이에 상응하는 합리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역시 광화문 집회에 다녀온 이후 자가격리 조치를 통보받고 이를 어겨 재판에 넘겨진 ㄷ(55) 씨와 ㄹ(49) 씨도 올 4월 통영지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부도 이를 유지했다.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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