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직후 MBC 보도
시민 부적절한 발언 못 걸러내
"언론 재난 장소·성격별 분류
전문가 집단 구축해 대응히야"

"워낙 대형 참사다 보니 가짜뉴스가 나오고 있다고 하는데요. 어떻습니까?"

MBC 뉴스특보 진행자가 취재기자에게 질문합니다. 취재기자는 이태원에 마약이 돌았다는 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유명 연예인을 보려는 인파가 한꺼번에 몰렸다는 설도 거짓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태원 참사 다음날 뉴스 브리핑입니다.

그런데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10월 29일 늦은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후 MBC는 뉴스특보 체제에서 목격담을 토대로 참사 원인을 추정했는데, 그중 '약물 유통설'과 '유명인 방문설' 또한 여과 없이 보도했습니다. 그렇다면 주체가 불명확한 가짜뉴스라는 표현보다는 자사의 부정확했던 보도를 정정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요?

3만 7000명이 시청 중인 지난달 30일 새벽 유튜브 MBC뉴스 채널. /갈무리 

30일 오전 1시 20분께 MBC 뉴스특보는 참사 현장을 목격했다는 시민과 전화 인터뷰를 합니다. 목격자가 "단순한 압사사고는 아니라고 말씀해 주시더라 다들"이라고 말하자, 진행자는 "단순한 압사사고가 아니라면 어떤 얘기가 들리고 있나?"라고 재차 묻습니다. 그러자 시민은 약물·생화학이라는 단어를 꺼냅니다. 그는 자신이 직접 목격하지 않은 떠도는 얘기를 스스럼없이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진행자는 이런 발언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단순한 압사가 아닐 수도 있다는 뉘앙스로 계속해서 캐물습니다. 마치 흥미로운 이야기를 계속 들으려는 듯 말입니다. 

사전에 부적절한 인터뷰를 차단할 수는 없었을까요? 사전 인터뷰에서 당장 사실 확인이 어려운 발언을 했다면 방송 연결은 하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다. 1차적인 게이트키핑인 것이지요. 취재기자로서 진실을 파악해가는 과정으로서 청취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을 텐데요. 당시 상황을 되짚어보면, 29일 밤 참사가 일어난 후 30일 새벽 2시 20분께 소방당국 공식 브리핑이 있기까지 시간이 비었습니다. 이 공백을 채우고자 MBC뿐만 아니라 많은 방송이 제보 영상을 내보내고 현장에 있었던 시민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즉, 갑작스럽게 발생한 상황에 진행자 개인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셈입니다. 대응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이날 유튜브에 송출된 실시간 뉴스특보 영상은 현재 비공개 처리됐습니다.

재난 상황에서 시민은 공영방송 보도에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학계 전문가는 공영방송이 재난에 대비해 공신력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놓을 것을 강조합니다. 신뢰할 만한 전문가를 통해서 확인된 정보만을 정제해서 보도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안차수 경남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특히 언론이 비상 상황별 모의 훈련을 꼭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안 교수는 "비상상황은 수없이 많겠지만, 적어도 장소별(터널, 지하철, 산 등), 혹은 성격별(테러, 화재, 홍수) 등  큰 카테고리로 분류해서 관련 전문가 집단을 구성하고,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 연락을 취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체화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연수 기자 ysu@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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