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자 씨 여성 최고령 검도 6단 취득
인생 풍파 검도 배운 자신감으로 극복
"죽도 쥘 힘만 있다면 검도 계속할 것"

“검도를 남편처럼 의지하면서 검도 외길만 걸었습니다.”

권순자(강무검도관) 씨가 66세 나이로 전국 여성 최고령 검도 6단 취득에 성공했다. 그는 검도를 하면서 얻은 자신감으로 갖은 역경과 풍파를 헤쳐나갔다고 말한다.

권 씨는 올해 검도 29년 차에 접어들었다. 남편 없이 딸 하나를 키우던 그에게 검도는 자신감의 원천이자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권 씨는 “한 대학생의 권유로 검도를 시작해 어느덧 30년 가까이 검도를 하고 있다”며 “당시에 남편도 없고 돈도 없어 눈물을 많이 흘렸다. 검도를 남편처럼 생각하며 살았다”고 말했다.

1일 마산 강무검도관에서 권순자 씨가 검을 쥐고 자세를 잡고 있다. /이원재 기자

권 씨의 고향은 경북 문경이다. 그는 30살에 일자리를 찾아 마산으로 왔다. 낯선 타지에서 가까운 친척 하나 없던 그를 품어줄 사람은 없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닥치는 대로 일을 했고, 여러 풍파를 겪으면서도 꿋꿋이 버텨냈다.

처음에는 신마산 마산극장 옆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이후 인근 공사장 노동자들에게 밥을 해주는 일을 했는데 예상치 못한 사건이 터졌다. 일명 'IMF 사태'라고 불리는 외환위기가 찾아오면서 기업들이 줄줄이 부도가 난 것이다. 외상으로 식사를 내주던 권 씨는 기업 부도로 밥값도 받지 못한 채 덩달아 문을 닫아야 했다.

어려운 시기에도 그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은 건 검도였다. 장사를 접은 뒤에는 건설현장에서 호이스트(건설용 리프트)를 운전했다. 권 씨는 마창대교 건설현장에서 일한 경험을 회상했다. 그는 “바다 위에서 아파트 60층 높이를 올라가는데 바람이 불면 정말 무섭다”며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다리가 떨어지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도를 했기 때문에 자신감과 용기를 가지고 일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1일 마산 강무검도관에서 권순자 씨가 검을 쥐고 자세를 잡고 있다. /이원재 기자

권 씨가 검도 6단을 취득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그는 50세부터 당뇨를 앓았다. 이후 고지혈증과 골다공증까지 오면서 몸이 성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가 검도 6단을 취득할 수 있었던 건 부단한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4~5개월 동안 주말·공휴일 할 것 없이 매일 검도관에서 개인 연습을 했고, 키 180㎝가 넘는 남성들과 상호연습을 통해 꾸준히 기량을 발전시켰다.

피나는 노력은 심사장에서 빛을 발했다. 기합을 크게 넣고 갈고닦은 기량을 발휘했다. 준비한 것들이 하나씩 맞아들어가면서 떨림은 자신감으로 바뀌었고, 심사장을 압도하는 기량을 선보였다. 권 씨는 “심사를 받으러 온 사람들이 손뼉을 치면서 함께 축하해줬다”면서 “심사를 통과했다는 걸 봤을 때는 기쁨의 눈물이 터져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왜 6단에 도전해서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가 후회하며 운 적도 있다”며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한 게 6단 취득이라는 결과로 이어져서 기쁘다”고 밝혔다.

권 씨는 6년 뒤 검도 7단 취득에 도전할 수 있다. 그는 “6년 뒤에 다시 도전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죽도 쥘 힘만 있다면 검도는 앞으로도 계속하겠다”며 미소 지었다.

/이원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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