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대 학술세미나서 하나후사 부부 초청
"피해자들을 만난 시간, 각성·공부 계기 돼"

일본군 '위안부'·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에 공식 사죄를 청구하는 소송을 도왔던 하나후사 도시오(79)·하나후사 에미코(74) 씨 부부가 창원을 찾았다. 부부는 지난 28년 동안 일본에서 이 재판을 지원했고, 지난해 책 <관부재판>을 냈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만난 피해자들을 떠올리며 울먹이기도 했고, 각성의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창원대 사회과학연구소는 24일 오후 22호관 415호에서 부부를 초청해 '관부재판 지원 활동과 피해자와 함께한 28년' 학술세미나를 열었다. 하나후사 부부는 일본 시민단체인 '전후 책임을 묻는다·관부재판을 지원하는 모임' 활동가다. '관부재판'은 일본군 '위안부'·여자근로정신대 공식 사죄 등 청구 소송을 말한다. 1992~1994년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7명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3명 등 경상도·전라도 출신 할머니 10명이 일본 정부에 사죄와 배상을 요구한 첫 재판이었다.

도야마 후지코시 공장에서 일했던 마산 출신 유찬이(1926~2018) 할머니와 진주 출신 박모(1930~2018) 할머니가 원고로 함께했다. 할머니들과 재판 과정을 도운 이들은 일본 시모노세키(關, 관)와 부산(釜, 부)을 오가며 일본 정부에 맞섰다.

이들은 야마구치 지방재판소 시모노세키 지부에 소송을 제기했고, 1심 공판만 1998년까지 6년간 진행됐다. 일본 재판부는 일본군 '위안부' 원고에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고, 일본 사법 사상 첫 보상 판결을 했다. 일본군 '위안부' 운동사에서도 의미가 컸다. 다만 여자근로정신대 원고에는 청구를 기각했다. 이어 2001년 3월 2심에서는 패소, 2003년 3월 일본 최고재판소가 할머니들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최종 패소했다.

창원대 사회과학연구소가 24일 오후 일본군 '위안부'·여자근로정신대 공식 사죄 등 청구 소송을 지원한 하나후사 도시오·하나후사 에미코(왼쪽에서 둘째, 셋째) 씨 부부를 초청해 학술세미나를 열었다. /이동욱 기자
창원대 사회과학연구소가 24일 오후 일본군 '위안부'·여자근로정신대 공식 사죄 등 청구 소송을 지원한 하나후사 도시오·하나후사 에미코(왼쪽에서 둘째, 셋째) 씨 부부를 초청해 학술세미나를 열었다. /이동욱 기자

부부는 피해자들과 함께한 시간을 이야기했다. "제소 다음 날 피해자들을 만나게 됐는데, 박두리(1924~2006·부산) 할머니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나는 일본인이 다 귀신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친절하다니…'라고 말했다. 그 모습에 깊은 충격을 받고 감동했고, 열심히 해야겠다고 느꼈다.", "98년 1심 판결 때 '위안부' 피해자는 배상 승소를 했지만, 여자근로정신대는 기각됐다. 재판에서 피해를 호소했음에도 '위안부'보다 피해가 가볍다는 판단 때문이었고, 피해자들은 정말 많이 울며 항의했다. 우리도 여자근로정신대를 확실히 공부해 재판에 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2018년 스크린에 오른 영화 <허스토리>가 '관부재판'을 다룬 적도 있다. 이날 통역을 맡었던 마치다 타카시 창원대 일어일문학과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와 여자근로정신대는 여성의 전쟁 피해라는 점에서 공동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며 "제국 일본의 전쟁과 비인도적 행위에 책임을 물었던 재판"이라고 설명했다.

문경희 창원대 사회과학연구소장(국제관계학과 교수)은 "이번 세미나는 일본군 '위안부'와 전후 여자근로정신대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위해 오랜 기간 노력하는 한-일 양국, 특히 지역 시민운동을 함께 배우고 고민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창원대 사회과학연구소 지속가능발전센터는 올해 '경상도 일본군 위안부 민간기록물 수집 사업'(한국여성인권진흥원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센터는 부산에 있는 '민족과 여성 역사관' 김문숙 이사장이 지난해 별세하고 남은 관부재판 등을 포함한 자료를 넘겨받아 목록으로 만들고 있으며, 내년 초 전시할 계획이다.

이날 세미나는 센터와 시각의 정치 연구단이 주최하고 교육부, 창원대 국립대학육성사업, 한국연구재단이 후원했다.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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