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합성동고분군 발굴조사 문제점

창원 유일 대형 봉토분...6세기 초 가야 왕 무덤
문화재적 가치 크지만 창원시 무관심 속 방치

17년 만에 이뤄진 발굴, 기초 현황조사에 그쳐
도굴 무덤 1기만 조사...반쪽짜리 사업 지적도

시, 무덤돌 무너질 위험 고려 않고 사업 추진
예산 문제 탓 전체 봉토분 조사 않고 다시 덮어

 

삼강문화재연구원 발굴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합성동 고분군 1호분 전경. 무덤돌이 드러나 있다. 창원지역에 머물렀던 가야시대 왕의 무덤으로, 지름 26.2m, 높이 3.9m 규모다. 창원 유일 대형 봉토분으로 평가된다. /삼강문화재연구원

창원시가 삼강문화재연구원(이하 연구원)에 맡겨 진행해온 합성동고분군 1호분 발굴조사가 반쪽짜리 사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조사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설정해 유적 발굴을 강행한 탓이다. 시가 연구원에 돌무덤 안 조사를 의뢰하면서도 조사단원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발굴을 밀어붙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9월 29일 자 18면 보도

◇추가 무덤 분포 추정됐지만 조사 안 해 = 6일 <경남도민일보>가 입수한 삼강문화재연구원 ‘창원 합성동고분군 정비사업부지 내 1호분 발굴조사 학술 자문회의 자료’(10월 4일 자)를 보면, 시와 연구원은 지난달 13일부터 창원 마산회원구 합성동 삼성창원병원 옆 팔룡산 산등성이 능선에 조성된 대형 봉토분 1기(390㎡)를 발굴해왔다. 이번 조사를 맡은 연구원은 2008년 7월 개관한 우리누리청소년문화센터 신축에 앞서 일대 무덤 유적을 첫 발굴조사(구제발굴)한 기관이다.

연구원은 봉토 둘레 72m·지름 26.2m·높이 3.9m인 봉분 꼭대기에 있는 도굴갱을 중심으로 유적을 발굴했다. 그 뒤 봉토 안에 있는 네 벽을 돌로 쌓은 무덤인 구덩식 돌덧널무덤(수혈식 석곽묘) 1기를 조사했다. 시가 편성한 예산과 발굴방침에 따라 합성동고분군 1호분(돌무덤 1기)만 조사가 이뤄졌다. 이에 시는 봉토분 안에 있는 무덤을 파헤치면서도 예산 부족 문제로 고분 1기만 들춰보고 이와 맞붙어있는 또 다른 무덤들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연구원은 봉분 규모로 볼 때 1호 석곽 주변으로 봉토 안에 여러 무덤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1호분 위치가 봉분 중앙에서 남쪽으로 약간 치우쳐 있어 북쪽으로 돌출된 부분에서 추가적인 매장시설이 확인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는 1호분 매장 주체부(시신이나 관을 비롯해 부장품을 직접 보호하는 시설) 도굴 양상과 무덤 축조 기법 일부만 훑고 지난 7일 오후 발굴조사를 위해 파냈던 무덤을 다시 흙으로 덮었다.

이동희 인제대 교수(문화콘텐츠학과)는 “합성동고분군은 창원지역 가야 우두머리의 무덤이자 왕의 실체를 보여주는 고총고분이어서 의미가 크지만, 봉토분 1기도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도굴이 확인된 무덤 옆으로도 다른 무덤이 있다”며 “발굴이 중간에 끊긴 셈”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이어 “창원시는 이런 고분군이 지역에 있다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면서 “유적을 추가 조사하면 창원지역 가야국의 멸망 직전 양상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사 결과 1호분은 구덩식 돌덧널무덤(수혈식 석곽묘)으로 확인됐다. 삼강문화재연구원이 땅을 파내 무덤구조를 파악했다. /최석환 기자
가야인들이 만든 돌무덤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최석환 기자

◇기초조사에 그친 사업 = 문화재계에서는 지역 대표 가야문화유산으로 꼽히는 고분군을 17년 만에 조사하면서도 대형 봉토분 전체를 대상으로 한 발굴을 하지 않아 아쉽다는 목소리가 높다. 발굴 대상에 오른 1호분도 현황진단을 하는 기초조사에 그쳐 반쪽짜리 사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도내 한 고분 연구자는 “이번 조사에서 1호분이 수혈식 석곽이라는 점과 봉토가 목조를 박아서 쌓였다는 점 등 다양한 내용이 확인되긴 했지만, 결정적으로 이 봉토분이 다곽식(봉토분 안에 최소 2기 이상 여러 사람 무덤을 만든 구조)인지 주부곽식(주인 무덤 1기와 부장품을 넣기 위한 공간을 만든 형태)인지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가야사 사업 끝물에 도굴이 얼마나 됐는지 현황을 진단하는 조사만 하고 만 거라, 그 점에서 이번 발굴은 반쪽짜리 조사에 불과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체계적인 발굴계획을 세워서 조사를 추진해야 하는데 시가 이런 규모의 발굴 발주를 낸 걸 보면 애당초 세부 계획은 짜지 않고 일회성으로 사업을 추진한 걸로 보인다”고 했다.

합성동 고분군 1호분 내부. 조사단원들이 덮개돌(개석)이 무너지지 않도록 쇠기둥을 세워놓은 모습이다. 단원들은 무너져 내린 벽석과 그에 딸린 돌들을 바깥으로 꺼내가며 작업했다. /최석환 기자

또 다른 연구자는 시가 안전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사업 예산을 짰다는 점을 들어 비판 목소리를 냈다. 중장비를 동원해 무덤 덮개돌(개석)을 걷어내고 조사했다면 안전했겠지만, 이번 발굴은 사업예산이 적게 책정돼 덮개돌을 그대로 두고 그 밑에 기둥을 박은 다음 진행돼서다. 조사 과정에서 돌이 무너질 경우 자칫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게 연구자 설명이다.

그는 “벽석(벽체를 쌓는 돌)이 무너져서 돌무더기가 안에 가득해 그걸 다 걷어내며 조사했다”며 “조사단원들은 목숨 걸고 무덤 안에 들어가서 발굴한 거다. 돌 밑으로 들어갔다가 덮개돌이 무너지기라도 했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고 했다.

이 연구자는 “이런 식의 발굴조사는 해선 안 된다”며 “안전을 고려해 돌을 걷어내고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4억~5억 원대 예산을 편성해서 사업을 진행하는 게 맞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재우 창원대 교수(사학과)는 골포국, 탁순국이라고 여겨지는 창원 지역 가야국에 있던 또 다른 정치집단의 존재를 나타내는 증거가 합성동 고분군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조사단 얘기를 들어보니 주변에 고분이 몇 기 더 있다고 한다. 조사 범위를 확대하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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