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이 45년 만에 최대 폭으로 폭락함에 따라 참다못한 농민들이 항의 기자회견과 트럭시위에 나섰다. 이들의 요구는 근본적인 쌀값 안정 대책이다. 하지만 정부는 농민들의 아우성에 겨우 시장격리 정책을 내놓았다. 이래서는 문제 해결은커녕 오히려 생산의욕을 잃게 할 것이고, 그동안 쌓였던 분노는 정부를 향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28일 진주와 합천·산청·남해에서 농민들이 기자회견 등에 나섰고, 29일에는 의령에서 볏논 갈아엎기 시위를 했고, 하동 등 다른 시군에서도 농민들이 집단반발하고 나섰다. 비룟값 등 생산 비용은 크게 올랐지만 쌀값은 전례 없이 대폭락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십 년간 생산자를 외면한 양곡정책도 더는 참을 수 없게 만든 요인이다. 정부는 올해 예상 초과 생산량 25만t보다 20만t이 많은 45만t을 사들이고 시장에서 격리해 18% 가격 상승효과를 본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쌀 가격이 24% 이상 하락한 상황이고 농자잿값은 최소 33% 이상 올랐다. 노력에 대한 제값을 보장받기는커녕 앉아서 망하는 현실이다.

쌀값 대폭락의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쌀 생산량이 줄어듦에도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그보다 훨씬 빨리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의무 수입쌀이 40만t이나 된다.

농민들은 양곡관리법을 개정해 쌀 시장 격리 의무를 법에 명시하고,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하듯이 쌀 가격 지지 정책을 펼쳐 생산비가 포함된 공정한 쌀 가격이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쌀값 안정법안의 핵심 사항이기도 한데 정부와 여당은 올해 90만t을 시장격리하는 것으로 대신하려고 한다. 이래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진주농민회는 대통령 대선 공약인 쌀 관련 직불금 2배 인상 약속을 지키고 밥 한 공기 300원 보장을 요구했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대통령 자격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농민들의 항의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더 큰 분노를 사기 전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더는 실패한 양곡정책을 들고 농민들을 호도해서는 식량안보마저 위태롭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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