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뉴스를 생산하는 만큼 나쁜 뉴스를 가려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김연수 기자가 매주 목요일 유튜브 경남도민일보 채널에서 '뉴스 비평 자신 있게(뉴비자)'를 선보입니다.

◇불법체류자가 일삼는 을질? = 일당 노동자가 일당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주 노동자은 예외인가 봅니다. 아니, 예외여야만 하는가 봅니다.

△다짜고짜 "싸장님 얼마 줄 거야"…불법체류자 '을질' 시작됐다(8월 19일 중앙일보)

기사는 전북 고창군에서 감자 농사를 짓는 농민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지난 5월 감자 수확을 앞두고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야반도주했다고 합니다. 발만 동동 구르는데 때마침 '불법체류 외국인'에게 전화가 왔다고. 기사 내용을 보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씨를 더 화나게 한 건 불법체류 외국인 전화였다. 낯선 번호로 걸려온 전화에선 외국인이 다짜고짜 "싸장님 일 있어? 싸장님 얼마 줄 거야"라고 물었다. 최씨가 "일당 12만 원을 주겠다"고 답하자 그는 "안돼~"라고 말했다. 최씨가 다시 "13만 원으로 1만 원 올리겠다"고 했지만, 그는 이번에도 "안돼"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어버렸다.

굳이 '싸장님 얼마 줄 거야'라고 쓴 이유가 무엇일까요? '싸장님'이라고 그대로 받아쓸 이유는 없습니다. 취재원이 방언을 쓴다고 방언을 그대로 옮겨적지는 않듯이 말입니다.

'싸장님 나빠요~.'

2004년 개그맨 정철규 씨가 이주노동자 블랑카라는 콘셉트로 나와 만든 유행어입니다. 이 기사에서는 불법 체류자라면 '싸장님 나빠요~' 정도의 투정을 부릴지언정 일을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피동적인 존재로 인식하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기사에서 농민이 '을질'을 당했다는 사례는 지난 5월 단 두건만 나옵니다. 두 가지 사례만 가지고 '불법체류자의 횡포', '뒤통수 맞은 농민'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과도합니다. 기사에서 농민은 "요즘은 불법체류자가 농가를 고르는 이상한 상황"이라고 전합니다. 농민이야 고용하는 처지니 하소연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기사 형식으로써 농민 하소연만 들어주는 것은 문제입니다. 기자 4명이 투입된 기사지만 어디에도 외국인 노동자 말을 옮겨쓴 단락은 없습니다.

◇나고야식 마제덥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 특사로 복권 됐습니다.  언론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 부회장이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일거일동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상일동에 뜬 '재드래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어린이집에 진심 보이다.(8월 24일 매일경제)

이 부회장은 24일 점심때 경기 하남시에 있는 삼성엔지니어링 사옥에 방문했습니다. 매일경제는 이 소식을 친절하게도 11시 40분, 12시, 12시 30분, 1시, 1시 45분 등 분 단위로 쪼개서 각각 이 부회장이 무엇을 했는지 사진을 곁들여 보도했습니다. 11시 40분에 이 부회장이 사옥에 들어서자 '약 800여 명의 직원이 로비 등에 서서 이 부회장을 박수와 환호로 맞이했다'라는 식입니다. 점심때 구내식당에서 이 부회장이 '나고야식 마제덮밥'을 먹었다는 디테일도 물론 놓치지 않았습니다. 기사에 댓글이 딱 한 개 달렸습니다. '이게... 기사인가요?' 

/김연수 기자 ysu@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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