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대 박물관·해군사관학교 박물관 연합 전시
하와이로 이민 간 한인 1세대 30여 명 조명
타국 삶 엿볼 수 있는 이민자 묘비 탁본 최초 공개
국가보물 안중근 의사 유묵 2점도 선보여

창원대학교와 해군사관학교가 하와이 이민 1세대 30여 명의 삶과 궤적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를 마련했다. 창원대박물관과 해군사관학교박물관은 한미 수교 140주년이자 하와이 이민 120주년·광복절 77주년을 기념해 1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창원대 박물관에서 ‘잊혀진 이야기, 역사가 되다-하와이 이민 1세의 묘비로 본 삶의 궤적’이라는 이름으로 연합 특별전시회를 연다.

시멘트 관뚜껑에 새겨진 고 박기옥 비석. 손가락으로 적은 비문이 적혀있다. /창원대 박물관

이번 전시에서는 초기 하와이 이민자들의 묘비 탁본 30여 점이 최초 공개된다. 묘비 탁본에는 하와이 이민자들이 조국을 잊지 않고자 묘비에 적은 고향과 출신 지역 등이 적혀있다. 빼앗긴 조국의 국명인 ‘대한(大韓)’, ‘조선(朝鮮)’이라는 글자를 새긴 흔적이나, 이민자들이 영문과 한문뿐 아니라 한글로 이름과 고향을 적어놓은 탁본이 특별전에 나온다.

김주용 창원대 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이 하와이 현지 조사 당시 이민자 고 박기옥 씨 비석을 매만지고 있는 모습. /창원대 박물관
김주용 창원대 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이 하와이 현지 조사 당시 이민자 고 박기옥 씨 비석을 매만지고 있는 모습. /창원대박물관

초기 이민자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사진물도 전시된다. 사진 속에는 이민자들의 여권, 선박 승선자 명부, 독립운동 의연금 기부자 명단, 하와이 이민 1세대들이 이민 가족들의 생활과 하와이로 한국에 있는 여성을 신부로 데려온 하와이 이민자 이야기 등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다.

하와이 빅아일랜드 알라에묘지 코리아 섹션. 한인 묘가 모여 있다. /창원대박물관 

해군사관학교박물관이 소장 중이던 국가 보물이자 안중근 의사가 생전에 남긴 유묵 ‘임적선진 위장의무(臨敵先進爲將義務·적을 맞아 먼저 나아가는 것이 장수된 자의 의무라는 뜻)’와 ‘청초당’(靑草塘·연못에 핀 푸른 풀이라는 뜻) 등 2점도 전시된다.

앞서 창원대박물관은 현지 조사과정에서 장인환·전명운 의사와 안중근 의사에 대한 의연금 기부자 명단에서 현지 조사된 묘비 주인 160여 명 중 그들의 이름 3분의 1가량을 확인했다. 하와이 이민자들의 조국 독립 의지를 보여주고자 유묵을 전시장에 내놓는다.

이번 전시가 기획된 배경은 2019년 창원대박물관이 하와이 한인 이민 1세대 무덤이 사라지고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뒤부터다.

1902년 12월 22일 121명의 한국인들이 겐카이마루호를 타고 제물포항을 떠나 일본 나가사키에서 하와이로 가는 갤릭(Gaelic)호를 갈아타고 1903년 1월 12일에 호놀룰루항에 도착했다. 

이렇게 한국 최초 공식 집단이민이 시작된 뒤, 1905년까지 한국인 노동자 7400여 명이 하와이로 이주했다. 대부분 사탕수수밭에서 일하며 고달픈 이국 생활을 이어간 이들은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조국 독립을 되찾기 위해 한인회와 군대를 조직하고, 독립운동의연금 모집에 나서는 등 독립운동의 숨은 주역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의 이야기는 잊혔고, 무덤은 방치되거나 사라져갔다.

이민자 황기연 씨 딸 매리의 묘. 딸은 2살 때 세상을 떠났다. /창원대박물관
부서진 하와이 이민자 비석. /창원대박물관

박물관 측은 이런 현실을 널리 알리고 이들을 조명하기 위해 전시를 열었다.

하와이 현지 조사단장인 문경희 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전시를 통해 당시 하와이의 사회·경제사적 상황, 이민자 집단의 정체성, 이민 세대별 언어사용 습관, 이민자들의 출신 지역 등 그들의 삶과 죽음을 알 수 있어 하와이 이민사 연구에 하나의 실마리를 제시할 수 있는 전시자료”라고 밝혔다.

하와이 현지 조사를 담당한 김주용 창원대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조사한 탁본 자료와 당시 하와이 이민자 선박 명부 및 여권 발급기록, 사진 신부의 기록 등 여러 자료를 비교 검토했다”며 “그들의 마지막 기록인 묘비에는 조국을 그리워하며 새긴 대한(大韓), 조선(朝鮮)이라는 글자가 적혀있다. 제77주년 광복을 맞아 그들의 독립에 대한 염원을 느껴보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사)한국대학박물관협회가 주관한다. 창원대 국립대학육성사업과 창원대 지속가능발전센터가 후원했다. 관람료 무료. 문의 055-213-2431.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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