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비자 - 영국 노동자에게 공감하기 전에...

〈한국경제〉, 영국청년 외신 기고 번역 보도
물가 급등에 팍팍한 하루 절절하게 다가와
정작 한국 조선 하청노동자에게는 '가혹'

◇지방으로 내려간다고? =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은?' 정답은 서울. 서울로 올라간다는 사람은 있어도 서울로 내려간다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지방에 내려간다는 말은 차별적인 표현입니다.

△파업 50일 만 합의…희망버스 그대로 내려간다(23일 SBS뉴스)

희망버스는 지난 23일 전국 31개 지역에서 거제로 출발했습니다. 지도상 북에서 남으로 이동한다는 의미로 '내려간다'를 썼다면 부정확합니다. 제주에서 거제로 내려가는 것은 아니니까요. 서울방송(SBS)이 목적지가 지방이니까 습관적으로 '내려간다'라고 쓴 것은 아닐지요. 지방에 내려간다는 말은 왕조시대 표현 관습입니다. 왕이 사는 곳은 높이고 그외 지방은 낮추는 것이죠. 그냥 '간다'라고 쓰면 됩니다.

 

◇이것도 기사가 돼요? = 언론사가 '기사로 쓸만하군'이라고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아래 기사를 읽고나니 기사를 쓰는 저조차도 기준이 무엇인가 혼란스럽습니다.  

△"치킨무 썩고 떡볶이 불은 건 손님 얼굴 탓"…3점 리뷰에 사장 답글(27일 뉴스1)

한 누리꾼이 배달의 민족 앱으로 치킨을 시킨 후 리뷰를 남겼다가 사장에게 인신공격을 당했다는 글을 기사로 썼습니다. <뉴스1>은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순간 짜증 나서 그렇게 달았다"라는 해명까지 받았습니다. <뉴스1> 이외에도 13개 언론사가 이를 기사로 썼습니다. 4곳은 네이버 포털에 주요기사로 선정했습니다. 과연 언론사가 기사를 써서 앙갚음에 동참해야할 사안일까요? 

 

◇영국 사람만 절규하나요? = 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이 매섭습니다. <한국경제>는 영국 청년이 요즘 하루를 얼마나 팍팍하게 사는지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글을 한국어로 번역해서 보도했습니다.

△"월 225만원 버는데 하루 두 끼 죽으로 때웁니다" 절규 (22일 한국경제)

그런데 말입니다. <한국경제>는 정작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에게는 가혹하기만 합니다. "파업의 근본 원인인 조선업계의 고질적 하도급 문제를 개선해야(25일 논설위원 칼럼)"한다고 밝히면서도 한편으로는 "불법행위를 한 노조원에게 끝까지 형사책임을 지우고, 손해배상금을 반드시 물려야 한다(20일 사설)"고 강조합니다. 하청 노동자가 스스로 철창 감옥에 들어가 농성하지 않았다면 <한국경제>가 말하는 '조선업계의 고질적 하도급 문제'는 수면 위로 올라오지도 못했을 겁니다.  

/김연수 기자 ysu@idomin.com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