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차단 목적 2018년 추진
지자체 공중화장실 12% 미운영
잦은 변기 막힘 관리감독 한계

어느 날 공중화장실에 들어갔더니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사용한 휴지는 변기에 버려주세요', '휴지는 휴지통에 버려주세요'. 헷갈리는 상황입니다. 만약 동시에 두 문구를 봤다면, 휴지를 어떻게 버릴 건가요?

'휴지통에 버려달라'라는 문구를 무시했다가는 진짜 큰 일을 당할 수도 있다.

화장실 휴지 논쟁은 1988년 서울 올림픽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재래식(푸세식) 화장실이 많았다고 해요. 배설물을 비료로 쓰려면 종이나 다른 이물질이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휴지통을 뒀다는 거죠.

화장실 휴지통이 서구 위생 개념과는 맞지 않아 국가 행사가 있을 때마다 번번이 휴지 논쟁이 일어났습니다. 화장실이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인 만큼 온갖 세균이 있기에 감염병 원인을 차단하는 차원에서 없애자는 겁니다.

오랜 논의 끝에 정부는 2018년부터 '휴지통 없는 화장실'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휴지는 변기에 그대로 버리고, 여성화장실에는 위생용품 수거함을 따로 두자는 겁니다. 미화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좋습니다. 휴지통이 있으면 휴지만이 아니라 다른 쓰레기도 버리기 때문에 분리수거할 때 고생을 꽤나 하셨다고 하네요.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법률로 규정까지 해뒀으니 30년 만에 휴지 논쟁이 끝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닙니다. 아직도 휴지를 휴지통에 버려 달라는 안내 문구가 남아 있잖아요.

어딘가 비장해보이는 휴지 4개

2020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공중화장실 운영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를 하면서 각 지자체 공중화장실 관리를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물었습니다.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운영하고 있느냐고요. 그랬더니 12.57%가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담당 공무원들은 다수가 이용하는 공중화장실 특성상 대변기가 수시로 막히는 등 피해 사례가 늘어서 휴지통을 없애는 데 불편을 호소했습니다. 화장실용 휴지는 물에 젖으면 30~40초 만에 변기에서 분해되지만, 물티슈를 버리거나 다른 이물질을 버리는 행위 때문에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하네요.

공중화장실 범위가 넓어 제대로 적용되는지 관리감독에 한계가 있고, 전담 인력이 없어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환경적인 측면에서 생각해볼까요?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정책국장에게 물었습니다. 휴지는 어차피 재활용이 안 되기 때문에 변기로 버리나, 휴지통으로 버리나 큰 차이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버리는 방식이 환경에 더 좋을지를 따지기보단 불필요한 휴지 사용 줄이기를 권고하네요. 휴지가 나무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천연자원 소비를 줄이자는 차원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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