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간호사 이어 의사 가해 사실 드러나 보직해임
반복되는 성비위에 "자체 재발방지 체계 부족"지적

지난해 말 간호사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던 창원경상국립대병원에서 또다시 성희롱 문제가 불거졌다. 이번에는 의과대학 교수이자 환자를 상대하는 의사다.

창원경상국립대병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ㄱ 씨는 야간 당직 도중 한 간호사를 자신의 연구실로 불러 '외로우니 함께 있어 달라'면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도 시도했다. 병원 자체 조사에서 해당 의사는 술을 마셔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일부 성희롱 사실은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일 피해자가 병원에 성희롱 고충 신고를 했고, 일단 병원은 가해자를 보직해임하고 근무에서 배제했다. 이어 심의위원회에서 사건 내용을 다뤘고,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본원 특별인사위원회로 넘겼다. 병원은 인사권이 있는 경상국립대학교에 가해자 겸직 해제와 징계를 요청했다.

이 병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 2020년 의사 2명이 직원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 중 한 명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은 이력이 있다.

지난해 말에도 선배 간호사가 후배들에게 과도한 사적 대화와 만남을 요구하다 거절하면 부당한 대우를 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을 일삼았다는 내용의 고충 심사가 접수됐다.

이 부서 직원을 상대로 한 병원 자체 조사에서 응답자 28%가 '사적 만남을 요구하는 걸 보거나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연차가 높은 선배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고, 앞으로 직장생활에 지장을 줄까 두려웠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지난 14일 병원은 이 간호사에게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창원경상대병원 전경. /경남도민일보 DB
창원경상대병원 전경. /경남도민일보 DB

반복되는 성비위 사건 발생에 노조는 대응 체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신용석 보건의료노조 경상국립대병원 지부장은 "창원경상국립대병원은 본원과 달리 개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을 방지할 체계가 제대로 안 갖춰진 것 같다"며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초동 대처가 미흡하고, 징계 수위가 낮다"고 짚었다.

선배 간호사의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문제가 불거지고 나서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신 지부장은 가해자들 징계가 파면이나 해임까지 이어지지 않는 등 징계 수위가 약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이 반복되자 병원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김태환 창원경상국립대병원 대외협력부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교수 임용 시 평판 조회를 추가했다"며 "피해 사실을 익명으로나마 털어놓을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만들 계획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개인 일탈을 모두 막을 수 없지만, 국립대학병원에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만큼 이에 부응하고자 노력하는 게 맞다"며 "원내 구성원들이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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