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를 보고 나의 군 시절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2005년 제대했으니 현실과는 동떨어진 옛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2년간 군대 내 강제추행과 폭행 등에 관한 창원지방법원 판결문을 보고 나니 군대가 정체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지 물음표를 떼지 못하겠다.

병, 부사관, 장교까지 150명 안팎이던 부대에서 생활했다. 이곳에서 적어도 내가 보거나 듣거나 느낀 구타와 가혹행위는 없었지만, 함께 생활하면서 다르게 받아들인 이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는 가해자였을 것이다.

육상에서 근무한 해군이었는데, 배를 타지 않으면 2박 3일 이상 함상실습을 다녀와야 했다. 상병이던 나는 후임 일병과 함께 '참수리'라는 작은 배로 가게 됐다. 그 배에서 내 동기는 실세 중의 실세였다. 당직 근무를 조율하고 병과 부사관·장교 가교 역할을 하며 내무반 규율까지 통제하고 있었다.

이 동기와 배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도중 한 후임병과 마주쳤다. 동기는 후임과 무언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런데 갑자기 화가 났는지 후임의 배를 발로 차버렸다. 그 순간 충격이 잊히지 않으면서도 그때 내가 어떻게 행동했는지 솔직히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격앙된 동기를 말리거나 나무랐어야 했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우리 부대 일이 아니니까' 멀뚱멀뚱 서 있기만 했던 방관자였다.

돌이켜보면 나처럼 침묵한 다수가 있었던 탓에 폭행과 가혹행위가 은밀하게 대물림돼왔고, 결국 군대가 변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군대가 아닌 사회 조직은 어떨까. 상명하복을 강조하는 비열하고 오만한 군사 문화를 버려야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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