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라는 비상 상황이 지속되면서 배달 음식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일회용 배달용기 분리수거 문제를 두고 최종 소비자와 공급자 사이에 치킨게임과 같은 묘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번 쓰고 나면 쓰레기로 처리되는 각종 배달용기를 그저 어쩔 수 없는 현실로 수긍하기엔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경우가 곧잘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코로나와 무더위라는 상황이 겹쳐지면서 환경에 해로운 줄 뻔히 알면서도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분리수거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려고 사용 용기를 세척하지만, 이것 역시 쉽지 않다. 음식 보관을 위한 일회용품 용기의 경우 보온작용을 높이려고 주름이나 굴곡처리를 해 세척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 소비자는 배달 용기를 처음부터 세척이 용이한 민무늬 형태로 하면 좋지 않으냐는 지청구 섞인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국적인 음식 체인점의 지역 상점에선 배달용기 선택권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문제는 지역 사회의 선한 영향력이나 여론 만들기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먼저 일회용품 사용 억제 정책에서 공급자와 소비자 중 누구 책임을 우선해야 하는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우리는 쓰레기 배출을 어렵게 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이 보인다. 물론 쓰레기 배출을 어렵게 하면 사용량이 줄어드는 효과를 누릴 수는 있다. 그러나 쓰레기 처리 정책에서 우선적 규제 대상은 생산자와 공급자이어야 한다. 배달용기는 공급자가 선택한 결과일 뿐이다. 또한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는 환경오렴 관련 비용이 포함돼 있는 가격을 시장에서 이미 지불했다. 이런 마당에 소비자에게 또 다른 책임을 묻는 행위는 이중 가해로 보인다.

환경부나 지자체는 쓰레기 처리가 어려우면 일회용품을 만드는 당사자에게 먼저 따져 묻거나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정책부터 제시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생략한 채 소비자 도덕과 양심에 호소하는 행위는 주객이 전도된 행정이다. 특히 쓰레기 처리와 같은 환경정책에서는 문제 근원이 무엇인지부터 따져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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