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포석 잘못돼 수세에 몰려
포기 않고 신중 기하니 불계승

금요일 오전 화이자 백신 1차를 맞기 위해 백신 예방접종센터에 갔다. 신원확인과 예진표 작성, 예진, 접종을 하고 전산등록까지 마쳤다. 지병은 여느 대한민국 국민처럼 한두 가지 가지고 있지만 다행히 이상반응 등이 없어서 무사히 마치고 나올 수 있었다. 살면서 예방은커녕 병원 치료조차 거의 받은 적 없었는데 마치 예방접종이 아닌 치료주사를 맞는 느낌이었다.

백신을 맞고 나서 오랜만에 바둑 사이트에 접속을 했다. 채팅창에 코로나에 대한 이야기와 백신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가는 것이 보였다.

"백신 맞아보니 특별히 이상 증세는 없던데 님들은 어떠세요?"

이런 글을 올리자 각양각색의 반응들이 올라왔다. 부작용 우려와 위험성, 음모론, 환경 문제, 이후의 세계에 관한 이야기들이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였다.

그중 한 사람과 대국을 시작했다. 초반 포석 잘못으로 바둑이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 중반이 되기도 전에 수세에 몰렸다. 무언가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몇 가닥 남지 않은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장고에 장고를 거듭했다. 그리고 마침내 찾은 한 수! 재대국 신청이었다.

코로나19는 현재 코로나21로 이어지고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나의 바둑과 마찬가지로 초반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난국을 초래했다.

전 세계는 코로나19의 계속된 강수에 속수무책이다. 코로나19로 국가 경제기반이 흔들리고 소상공인들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어느새 하루 확진자 수가 일주일 이상 1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은 거리 두기 4단계로 오후 6시 이후 2명까지만 모임을 가질 수 있다.

연인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조치이지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인 관계로 이러한 조치가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2019년 중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코로나19는 어느새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의 출몰로 인해 백신 투여도 무색하게 대응단계는 점차 상향으로 조정되었다.

이러한 때 우리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백신을 뚫고 들어오는 코로나19의 변화무쌍한 귀수에 어떻게 응수를 해야 하는가. 바둑처럼 판을 뒤엎고 다시 대국을 신청해야 할까. 아니면 묘수를 찾기 위해 골몰해야 할까.

1997년 외환위기를 겪고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도 당당히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우리 대한민국. 문득 칠전팔기의 주인공 홍수환 선수가 전화기에 대고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라고 말하자 그의 어머니가 "장하다! 대한국민 만세다!"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상대 대국자와 바둑을 다시 두며 포석에 신중을 기했다. 그러자 전 판과는 확연히 다르게 중반에 들어서자 나의 형세가 대번에 유리해졌다. 170여 수 만에 불계승.

이번 코로나19를 경험삼아 혹시라도 일어날 다음 사태에 대해 각계에서는 초반포석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중반에 어려움을 겪지 않고 무난히 승리를 거둘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때마침 2020 도쿄올림픽에서 우리의 첫 금메달 소식이 들려왔다. 양궁 여자단체전에서 전무후무한 9연패 금자탑을 쌓았다는 소식이었다.

대한국민 만세, 대한국민 만세! 마스크를 쓴 채 나직이 읊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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