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심사보고 후 개인 발언
의장-민주당 의원들 간 갈등 속
시민·의회 명예실추 사과 요구

박철홍(더불어민주당·마 선거구) 진주시의회 기획문화위원장이 상임위 심사결과 보고를 마치고 의장에게 사과를 요구해 본회의장 참석자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평소 박 위원장의 행동은 신중했던 터라 그 이유에 관심이 더 쏠렸다.

박 위원장은 지난 21일 임시회 본회의 때 조례안 등 기획문화위 심사보고를 하려고 단상에 올랐다. 보고를 마치면 단상에서 내려가는데 박 위원장은 보고를 마친 뒤 갑자기 "이상영 의장께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동료 의원들에게 사과할 용의가 없느냐"며 준비한 원고를 읽어나갔다.

이에 이상영 의장은 박 위원장에게 그만하고 내려가라고 요구한 데 이어 사무국원에게 마이크를 끄라고 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마이크가 꺼진 상태에서 발언을 이어갔다.

박 위원장은 일명 '의장의 노래방사건'을 말했다. 지난해 12월 민주당 의원들이 의장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의장과 의원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는데, 의장은 이를 문제삼아 명예훼손 혐의로 민주당 의원 8명을 고소했다. 고소 건은 지난 4월 21일 경찰의 불송치 결정으로 끝났다.

박 위원장은 "의장님, 노래방에서 여성들과 추문에 휩싸인 기사가 나온 것 자체만으로 의장의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했는데 진주시민에게 사과할 용의는 없는가? 정신적, 물질적, 시간적 피해를 준 8명의 동료 의원에게 사과하실 용의가 없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의장은 15일 의장단 회의 끝에 다음날 의원 간담회장에서 사과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지키지 못했다. 민주당 의원 한 사람 한 사람 찾아가든지 아니면 의장실로 불러 진정성 있게 사과해 의장에 대한 불신을 없애는 노력을 기울이고 1년도 남지 않은 8대 의회를 협치 속에 왕성한 의정활동이 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며 발언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왔다.

"옳소", "내려와". 본회의장엔 엇갈린 소리가 나왔다. 본회의는 이어졌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하나둘 빠져나가 막판엔 썰렁해졌다.

임기향 의원이 박 위원장의 행동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회의규칙 위반 여부에 대해 의장단에 물었고, 조현신 운영위원장은 "명백한 위반"이라고 답하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해 달라"고 의원들에게 당부했다.

조 위원장은 통화에서 "지금까지 위원장이 심사보고를 한 뒤 개인 발언을 한 전례는 없었다. 회의규칙 위반은 맞다"며 "의원 간 소송이라 본회의장에서 언급하기엔 무리가 있는 내용이다"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의장이 의원들을 무더기로 고소했는데 무혐의가 나왔다면 당연히 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과 사과 표명이 있어야 한다. 신상발언을 요청했지만 두 번이나 거부당했다. 어쩔 수 없이 그런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모든 것을 털고 남은 기간에 합치를 하자는 의미에서 한 행동이다"고 말했다.

이상영 의장은 "박 위원장을 제외한 다른 의원에게는 직접 찾아가 사과했다. 박 위원장은 이전 공개석상에서 선배이자 부의장인 저를 '이상영 씨'라고 불렀지만 사과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과하지 않았다"며 "의회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상영 의장과 민주당 의원들의 갈등은 이 의장이 지난 2018년 6·13지방선거 때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됐지만 몇차례 민주당과 배치된 결정을 하면서 싹트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이 의장은 국민의힘에 입당해 의장이 되면서 더 심해졌고, 이번 일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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