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계곡서도 인적 피해 휴식
도심서는 냉방 명당 찾아 유랑
집 안에 수영장·호텔서 바캉스

이번 주 불볕더위가 예고돼 있다. 섭씨 30도 넘는 무더위에 마스크까지 써야 하니 고역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낮에는 외출을 피하고 밤에만 활동하는 올빼미족이 급증하고, 열대야로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지고 있다. 폭염과 코로나가 바꿔놓은 일상을 들여다봤다.

◇장마 끝 무더위 지속 = 이번 주 경남에는 더위가 다시 찾아올 예정이다. 부산지방기상청은 20일부터 한 주간 비 소식은 없다고 전망했다. 지난 주말 다소 움츠러들었던 기온은 다시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19∼25일 일주일간 경남의 아침 최저기온은 21∼25도, 낮 최고기온은 30∼34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기간 경남 해안가를 중심으로 열대야도 예상된다.

◇더위 피해 강으로 공원으로 = 몇 차례 소나기로 불볕더위가 다소 가라앉은 지난 17일 오후 8시께 창원 진해루해변공원은 인파로 붐볐다.

공원과 도로변 주차장에는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시민들은 대체로 마스크를 쓴 채 걸으며 시원한 바닷바람을 즐겼다. 하지만, 드문드문 마스크를 턱까지 내리거나 벗은 모습도 눈에 띄었다. 진해루 인근뿐만 아니라 소죽도 공원 일대 해안 길에도 많은 시민이 산책하러 나와 있었다.

폭염을 피해 시원한 계곡에 발을 담그려는 피서객도 늘고 있다. 이날 창원 진전면 거락숲 앞 주차장은 차량으로 가득 찼다. 주차장에 자리가 없어 도로에 주차한 차량도 더러 보였다.

계곡을 찾은 부류는 대부분 4인 이하 가족이었다. 피서객이 드문 상류에 군데군데 자리를 잡은 이들도 있었다. 코로나19 전파가 신경 쓰여 발길이 드문 곳을 찾은 것.

김모(35·창원 의창구) 씨는 "아이가 있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피하려고 조용한 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불티나게 팔리는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 일찍 찾아온 무더위와 계속된 폭염으로 말미암아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상당수 커피전문점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할 정도다. 창원 양덕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윤성진(33) 씨는 "본격적인 여름이 되자 일손이 부족해 어제 키오스크까지 들였다"라며 "봄보다 2배까지는 아니지만 1.7배가량 매출이 증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에게 '아아'는 필수 아이템이다. 직장인 임희주(32) 씨도 "점심을 먹고 산책하거나 날이 더우면 카페에 와서 앉아 있다"며 "하루 1잔 이상 커피를 마시다 보니 자연스럽게 디카페인 커피를 선호하게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 '집콕'이 대세 = 코로나와 무더위가 겹치면서 가장 인기 있는 휴가지는 '집'이다. 직장인 진보경(31) 씨는 "퇴근 후 공원을 돌거나 집에서 홈트(홈트레이닝)를 한 뒤 샤워를 하고 휴식을 취하는 게 최고"라며 "제대로 된 휴가는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면 가을이나 겨울에 다녀올 것"이라고 말했다.

딸 셋을 둔 이수인(41·창원시 마산합포구) 씨는 친정집에서 무더위를 피하고 있다. 이 씨 남동생이 조카들을 위해 집 마당에 작은 물놀이장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집콕 생활이 길어져 아이들도 이제 익숙해진 것 같다"며 "요즘에는 친정집 마당 물놀이장에서 근처에 사는 사촌 동생의 아이들과 함께 놀면서 행복해한다"고 말했다.

창원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임하늘(32) 씨도 "예전 같으면 더위를 피해 시원한 곳을 찾아다녔겠지만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계곡이나 산을 갈 수도 없어서 집에서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틀어놓고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거리 두기 강화에 예정된 휴가도 취소 = 이미정(40·김해시 지내동) 씨는 올여름 서울로 가족 휴가를 떠날 계획이었지만, 갑작스러운 코로나 확산에 모두 취소했다. 이 씨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고 싶어하는데, 동네 놀이터에서만 놀고 있다"며 "집콕 생활을 끝내고 누구든지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제필(39·김해시 주촌면) 씨도 "제주도 여행을 계획했다가 급하게 취소했다. 당분간 집에 콕 틀어박혀 있다가 조금 잠잠해지면 시내 호텔에서 휴가를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농산물산지유통센터 직원 권오현(35·밀양시) 씨는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분위기라 다들 비행기표를 취소하는 등 휴가계획을 급하게 수정하는 분위기"라며 "올해는 사람이 많은 휴양지 대신 시골 본가에 가서 조용히 휴가를 보내려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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