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자영업·소기업 비중 오히려 줄여야
'규모의 경제'안돼 업주·노동자 어려움

'도넛 경제 모델'이라는 것이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인 케이트 레이워스가 제기한 이론으로, 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해서는 생태적인 한계와 사회적인 최저 기준선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서 에너지 같은 경우, 지나친 과잉소비도 문제이고 기본적인 필요조차 충족되지 못하는 상황도 문제이므로 그 중간의 공간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 또는 사업의 규모에도 비슷한 관점을 적용할 수 있다. 소수 대기업의 독점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으므로 적절히 규제되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영세기업이나 영세자영업을 무조건 권장하거나 지원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지 않고 시스템적인 관리가 안 됨으로써, 사업주 본인이건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건 열악한 상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무가 분장되지 않고 한 사람이 온갖 일을 해야 하므로 장시간 노동과 비능률이 발생한다. 그 과정에서 산재 등 다치는 일도 잦다. 5인 미만 사업장일 경우 근로기준법의 예외조항이 많아서 근로조건도 열악해진다. 이런 곳에서 일한다고 경력이 인정되거나 임금이 오르는 게 아니니까 오래 일하려는 사람이 없어서 인력 채용이나 생산성 향상도 어렵다. 그러다가 망하면 퇴직금 등 초기 투자자금까지 날리면서 사업주 개인의 상황도 심각해진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면서 찬양할 일이 결코 아니다. 경험도 없는 청년들에게 1인 창업을 권장하는 것도 문제다. 물론 괜찮은 일자리가 없어서라지만 그런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일정하게 규모가 확대되어야 한다. 가령 최저임금을 놓고 영세자영업자와 아르바이트생이 다투도록 하지 말고, 프랜차이즈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직영화하도록 함으로써 점주와 아르바이트생 모두 적절한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맞지 않는가?

진입도 가능하면 억제해야 한다. 창업 지원이 아니라 실업급여 대폭 강화와 직업훈련이나 직무재교육 내실화 등 이른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전면화해야 하고 고용정보망 및 인력소개업무를 공공화해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중간착취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소기업의 경우에도 합병을 유도하거나 R&D나 구매 및 판로 확보 등 혼자서 하기 어렵거나 비효율적인 분야를 공동화하고 지원하는 등 규모가 확대되도록 해야 한다. 외주나 사업분할이 아니라 직영과 사업합병을 권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영세자영업이나 소기업의 비중은 오히려 줄어들어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현재 거기서 일하고 있는 영세자영업자나 소기업 종사자를 강제로 구조조정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분들에게는 당장의 생계가 달려있으므로. 하지만 진입을 억제하고 직영화 및 규모 확대 등 다른 길을 열어줌으로써 단계적으로 비중을 줄여야지 자꾸 경쟁을 격화시킬 일이 아니다.

오히려 정말로 영세자영업이나 소기업을 지원하려면, 코로나19로 인해 생계가 위협받는 지금 당장 제대로 지원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이전에 거리 두기 강화로 인해 영업에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충분한 손실보상을 하는 게 최우선이지 않은가?

지금 제대로 지원하고 미래에는 오히려 다른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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