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대기오염·악취 호소
업체 2곳 불소화합물 검출
군 행정처분·지도단속 강화

삼성그룹 호암 이병철 회장 생가가 있는 의령군 정곡면 중교리 주민들이 인근 정곡농공단지 입주업체의 환경오염물질 배출 차단과 피해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차원호(66) 마을 환경피해대책위원장 등에 따르면 정곡농공단지에 입주해 알루미늄괴를 생산하는 ㄱ·ㄴ 업체 등에서 배출하는 유독성 가스와 분진으로 주민 일상생활에 불편은 물론 가로수와 감나무 등이 말라 죽는 등 농작물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행정기관의 철저한 점검과 단속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마을에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 생가가 있고, 인근에 세계 최대 동굴법당인 일붕사가 있어 연중 많은 탐방객이 찾는데 업체에서 배출하는 악취 등으로 마을 이미지를 흐린다며 군에 진정서도 냈다.

주민들이 증거로 제시한 사진에 공장 주변은 물론 마을 곳곳에 있는 소나무가 말라죽는 모습이 담겨 있다. 마을 앞 도로변 가로수 소나무도 잎이 갈색으로 변했는데, 지난 8일 현장을 확인한 결과 말라죽어 가던 나무에 새로운 잎이 돋아난 상태였다.

차 위원장은 "최근 주민들이 강력히 문제를 제기하고, 장맛비가 내린 데다 공장 가동을 멈추면서 배출물질이 줄어 나무가 건강을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부터 말라죽은 가로수를 많이 베어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군데군데 소나무를 베어낸 흔적이 있었다.

▲ 의령군 정곡면 중교리 주민들이 정곡농공단지 입주업체에서 내뿜는 환경오염물질로 가로수가 말라죽는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도로변 소나무 잎이 갈색으로 변했다. /하청일 기자
▲ 의령군 정곡면 중교리 주민들이 정곡농공단지 입주업체에서 내뿜는 환경오염물질로 가로수가 말라죽는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도로변 소나무 잎이 갈색으로 변했다. /하청일 기자

차 위원장은 이어 "처음엔 소나무재선충병으로 가로수가 말라 죽는 것으로 생각해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지 못했다"며 "하지만, 감나무도 잎이 마르고 열매가 제대로 달리지 않는 등 피해가 생겨 인근 공장에서 배출하는 유독성 가스와 분진을 의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 2명을 둔 한 주민은 나무가 말라 죽고, 아이들이 악취를 호소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어 전학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도 했다.

대책 마련에 나선 의령군은 지난달 소나무 잎마름과 감나무 잎·열매가 떨어지는 현상을 확인하고 원인규명과 주민 피해 최소화를 위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이 이들 사업장 배출 오염농도를 측정한 결과 ㄱ 업체와 ㄴ 업체에서 미신고 대기배출 오염물질인 불소화합물이 검출됐다. 불소화합물은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유해 독성 물질로, 알루미늄 정련공장 등에서 발생한다.

이에 군은 ㄱ 업체에 대해 지난달 16일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으로 경고 및 과태료 부과와 함께 시설개선을 권고했다. 불소화합물 배출허용 기준(2㎎/ℓ이하)을 초과한 ㄴ 업체에는 지난달 16일 시설개선명령과 함께 초과배출부과금을 부과했고, 변경신고 미이행으로 경고 및 과태료를 부과했다. 특히, 폐기물관리법(폐기물의 재활용 원칙 및 준수사항) 위반으로 고발과 함께 지난 1일부터 방지시설 설치 때까지 영업정지 명령을 내렸다.

군은 업체의 시설개선이 완료되면 도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해 불소화합물 농도를 재측정할 계획이다. 군 환경위생과 관계자는 "앞으로 수시 지도단속은 물론 주민이 요구하는 시간대 및 측정대행업체를 선정해 주민대표와 합동 단속도 벌이는 등 지도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ㄱ 업체 관계자는 "회사 대표가 아니어서 공식적으로 드릴 말씀은 없다"면서도 "법 위반 사항 등에 대해서는 허용 기준에 맞추는 등 주민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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