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감독이 만든 다큐 무료 공개
역사·현실·논쟁까지 편견 없이 담아
관련업자 어려움 짚고 과제도 고민
보신 위한 식용은 옛말·근거도 없어
개 식용 행위 답습 옳은지 되물어야

한국의 개고기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누렁이>가 10일 유튜브에 무료로 공개됐다.

미국 유명 시트콤 <프렌즈> 제작가 케빈 브라이트 감독이 전액 자비로 2017년부터 4년간 촬영했고 개 농장 주인, 육견협회 관계자, 국회의원, 동물보호단체 관계자, 시민 등을 인터뷰했다. 관심이 뜨겁다. 27일 기준 조회 수가 17만 회, 댓글 4000개가 넘었다.

사실 12살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처지에서 이 영화를 보기가 두려웠다. 정확히 말하면 식용 개가 놓인 현실을 마주하기가 겁이 났다. 실제 개 농장을 본 경험이 있고 영화를 보기 전 읽은 기사에서 전기도살 장면이 포함돼 있다고 했다. 하지만 영화 예고편에 나온 '이제 결정할 때입니다'라는 말처럼 그저 피할 수는 없었다.

▲ 개 식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집회.  /스틸컷
▲ 개 식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집회. /스틸컷

영화는 첫 자막으로 시작한다. "본 영화는 잔인한 장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청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영화는 수원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태미 조 져스만이 끌고 간다. 태미는 "왜 아직도 개고기를 먹어야 하는지 직접 보고 확인하고 싶었다"며 한국 개 농장을 방문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그는 브라이트 감독의 부인 클라우디와 함께 한국 개 농장에서 구조된 개를 미국으로 입양하는 단체 '도브 프로젝트(DoVE Project)의 설립자다.

한국 개고기 식용 유래는 개 잡는 장면이 등장하는 고구려 벽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개고기는 흔히 보양식으로 알려져 있는데 <동의보감>에 따르면 "성(性)이 따뜻하며 독이 없고 오장을 편하게 하며 혈맥을 조절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며 골수를 충족시켜 허리 무릎을 따뜻하게 하며 양도를 일으켜 기력을 증진 시킨다"고 언급됐다.

영화에 등장하는 천진기 민속학자는 "한국의 문화는 고단백질을 제공할 수 있는 먹거리가 없었다"며 "한여름에 개를 마을 단위로 잡아서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으로써 잡아먹은 것이다"고 설명했다.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것처럼 개고기는 현재 보양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의문을 던진다. 이혜원 수의사는 "보신이라는 단어가 몸에 좋은, 몸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지만 사실 위생검사를 해보면 그렇지가 않다. 보신이 아닌 보신탕이지요"라고 말하고 홍혜걸 의학전문기자는 "근거가 없다"고 선을 긋는다.

그렇다면 개고기는 합법일까, 불법일까. 태미는 시민에게 이 같은 질문을 던졌고 시민은 의견이 분분했다.

개는 반려동물인 동시에 축산법 제2조에 따라 가축에 해당한다. 하지만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가축의 사육·도살·처리와 축산물의 가공·유통 및 검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축산물 위생관리법 제2조에서 개는 가축으로 분류돼 있지 않다. 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원료에도 개고기는 포함되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한정애(현 환경부 장관) 의원이 개나 고양이를 도살해 식용으로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계류 중이다.

▲ 개 식용에 관한 다양한 견해를 밝히고 있는 식용견 농장주·반려견 키우는 사람들·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개들·육견협회 관계자·대학교수·국회의원·동물 보호가.  /영화 <누렁이> 페이스북
▲ 개 식용에 관한 다양한 견해를 밝히고 있는 식용견 농장주·반려견 키우는 사람들·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개들·육견협회 관계자·대학교수·국회의원·동물 보호가. /영화 <누렁이> 페이스북

영화는 "한국의 약 1만여 개 식용견 농장 중 약 3000여 개 미만의 농장만이 정부 규제를 받고 운영되고 있다"고 말하며 정부의 허가로 운영되는 개 농장을 보여준다. 개농장 주인은 개를 "말", "만두"라고 부르며 "애들은 대우가 최상급"이라며 "들어가는 돈이 어마어마하다"고 말한다.

태미가 열악한 환경에서 개를 키우는 작은 개 농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개 농장 주인은 "그분들도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건 아니다. 참 힘들고 그러니까. 앞으로 정부에서 길을 안내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옆에 있던 육견협회 이사는 "좋은 환경에서 (개를) 키우려면 정부에서 어느 정도 앞길을 가르쳐주고 지원도 해주고 그렇게 해야 원칙이다. 누가 깨끗하게 안 하고 싶겠어요, 다 하고 싶지"라고 말한다.

영화는 개 농장 관계자가 놓인 현실을 전한다. 개고기 산업은 좋지 않으니 당장 없애야 한다, 개 농장 관계자는 나쁜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진 이들에게 개 농장 관계자가 처한 상황을 보여주며 정부·지자체가 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알려준다.

"먹고살 게 없는데 안 돼도 해야지. 나이 60 넘어서 뭘 해서 먹고 살어. 할 때까지 해야지 여기서 얼마 못 키워요.", "가족이 있는데 집에 돈 한 푼 안 갖다주니까. 만나지도 못하지. 개하고 같이 살라고 그러더라고요."(개 농장 주인)

"개농장하는 사람들이 무조건 원망스럽지는 않아요. 그분들이 개를 키우면 돈이 된다고 하니 강아지 한 마리 두 마리 키웠던 사람들이 많아요. 영세하고 가난하고 다 농부인 경우들이 많아요."(강형욱)

개는 인간과 가까운 존재다. 가족과 같은 존재라 반려동물이라 불린다. 심지어 인명구조견, 시각장애인 안내견, 마약 탐지견으로 활동한다. 개고기를 먹는 행위를 문화라고 답습하며, 반려견과 식용견을 구분하며, 시간과 충격을 최소화하는 최상의 방법이라며 전기로 개를 도살하며 개고기를 먹어야 할까. 우리 스스로에게 묻고 행동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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