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청소년문학아카데미 6기
초·중·고 35명 한데 어우러져
시·산문 자유롭게 쓰고 공유
입시 압박 벗어나 상상력 키워

경남지역 청소년 대상 문학수업이 전무한 요즘, 통영청소년문학아카데미 참가자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학생들이 전국의 백일장을 휩쓰는 건 물론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문학의 참맛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껴 만족도가 높다.

최근 ㈔3·15의거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마산문인협회가 주관한 '제37회 전국백일장'에서 제6기 통영청소년문학아카데미 참가자들이 대거 상을 탔다. 초등부 조태균(죽림초 6년), 중등부 배소현(충렬여중 3년) 등 10명이다.

통영시지속가능발전교육재단은 시 인재육성기금으로 '통영청소년예술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2013년 미술분야, 2016년 문학분야를 시작했다.

통영RCE세자트라숲 교육사업팀 관계자는 "문학의 경우 다른 예술분야와 비교해 통영시인재육성장학금 수혜자가 적었다"며 "알고 보니 청소년이 문학을 배우고 그들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교육기관이 부족했고 이에 박경리, 김춘수 등의 명맥을 잇고 문학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문학아카데미를 운영하게 됐다"고 밝혔다.

매년 콘테스트를 거쳐 수강생을 선발할 정도로 참가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올해 제6기의 경우 53명이 지원하여 총 35명이 뽑혔다. 선발된 초·중·고등학생은 약 5개월 동안 매주 토요일 2시간가량 수업을 듣는다.

▲ 통영청소년문학아카데미 학생들이 자연 속에서 시적 감흥을일으킬 만한 사물을 사진으로 포착하고 있다. /통영시지속가능발전교육재단
▲ 통영청소년문학아카데미 학생들이 자연 속에서 시적 감흥을일으킬 만한 사물을 사진으로 포착하고 있다. /통영시지속가능발전교육재단

또 현재 문단에서 떠오르는 작가와의 만남(2회), 통영 남망산공원에서 백일장 개최, 문집 발간을 진행한다. 눈길을 끄는 점은 초·중·고등학생이 분반 없이 같은 반에서 수업을 듣고, 강사가 강제성이 없는 숙제를 내주지만 학생들이 스스로 숙제를 한다. 재수강률도 높다.

제37회 전국백일장 중등부 장려상을 받은 김가림(13·충렬여중1년) 학생은 4년째 문학아카데미 수업을 듣고 있다. 김 양은 "어릴 때 문학, 시에 관심이 많아 수업을 듣게 됐다"며 "매주 시 2편 또는 산문 1편을 써 선생님에게 이메일로 제출하고 한 주제를 듣고 떠오르는 것을 문장으로 풀어보는 형상화 숙제를 한다. 강제성이 없는데 친구들이 다들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김 양은 작가와의 만남, 문집 발행을 장점으로 꼽으며 "지난해 세상을 떠난 시인 김희준 선생님처럼 미래에 모든 사람이 봐도 잘 썼다고 칭찬할 만한 시집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제37회 전국백일장에서 중등부 장원을 받은 배소현 학생은 3년째 수강 중이다. 상상력을 키우고 시 쓰는 역량이 높아졌단다.

배 양은 "아카데미 수업이 없었더라면 전 그냥 책만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로 남았을 것이다"며 "지금은 심심할 때마다 책을 보고 영감이 떠오르면 글을 쓴다"고 말했다. 배 양은 나이가 다른 수강생과 함께 수업을 하는 것에 대해 "고등학생 언니에게 배울 점도 있지만 1학년 동생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나이에 대한 차별이 전혀 없고 서로 다른 생각을 공유하며 서로 좋은 점을 배운다"고 말했다. 배 양은 "어떤 일을 해도 시를 쓸 수 있는 시간이 있는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희망사항을 말했다.

강재남(54) 시인은 2017년부터 그의 딸 고 김희준 시인과 강사로 참여했다. 그는 자신을 잘 알아야 상대방을 바라볼 수 있다는 의미에서 수업 첫 시간에 '자아찾기', 마지막 시간엔 '이타심'을 꼭 가르친다. 강 시인은 "나를 가장 잘 알고 나를 응원할 수 있어야 비로소 상대방을 바라보고 손잡고 같이 갈 수 있다"며 "또 아이들에게 '사물을 천착하라, 그리고 천착하지 말라'고 자주 말하는데 사물을 부드러운 눈으로, 딴딴하고 날카로운 시각으로 천착한 이후에 천착한 걸 잊어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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