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꿀은 예부터 달고 맛있는 것의 으뜸이었다. 수많은 벌이 물어온 꿀을 모은 것이니 당연히 귀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귀한 만큼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양봉업계가 천연 꿀로 둔갑해 유통되는 수입 사양 꿀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나섰다. 사양 꿀은 벌에게 설탕을 먹여 꿀을 얻어내는 방식으로 채취한 꿀이다. 생산비가 적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미노산 등 영양성분은 천연 꿀보다 한참 모자란다. 설탕이 섞인 만큼 가격도 훨씬 싸다. 사양 꿀이 많이 유통되는 이유는 그만큼 이익이 크기 때문인데, 문제는 소비자가 천연 꿀과 사양 꿀을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맛으로는 분간이 되지 않는다.

한국양봉협회 양봉산물연구소에서 천연 꿀 검사를 받을 수 있으나 의무사항이 아닌 데다 시일이 걸리고 비용이 든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7년 '식품 등의 표시 기준'에 사양 꿀을 판매할 때 사양 꿀 여부와 사양 꿀 정의를 상품 겉면에 기재하도록 개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일부 온라인몰에서 여전히 헷갈리게 표기하고 있어 천연 꿀이 설 자리가 더 좁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수입 사양 꿀이 양봉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양봉업계에서는 천연 꿀 생산 농가들이 수익성이 떨어지다 보니 사양 꿀 부정 유통 유혹이 더 클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무역협회 농식품수출정보에서 최근 3년 꿀 수입량을 보면 2019년부터 증가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9년 낸 보고서를 보면 FTA 체결 등 수입 개방 영향으로 꿀의 수입량은 점차 늘고 있으며, 증가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국내 꿀 생산량은 감소세다. 2014년 이후 해마다 생산량이 줄고 있다. 수입량이 늘어나는 문제에 적절한 규제가 있어야 한다. 양봉업계는 바이러스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천연 꿀과 사양 꿀을 명확하게 구분해 유통해야 한다. 사양 꿀 판별 검사를 의무화해 상품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들이 정확하게 판단해 좋은 벌꿀을 맛볼 수 있다. 공정하지 못한 유통 시장은 우리 사회의 건강상태마저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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