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상상갤러리서 '중작파'전
경남·전남·충청 출신 등 구성

슬레이트(slate·천연 또는 인조 돌판) 지붕이 인상적인 시골 마을의 한 주택가. 그림 속 목줄을 맨 하얀 강아지 한 마리가 집을 지키고 서 있다. 꼬리를 하늘로 동그랗게 말아 세우고서는 대문 앞에 서서 집을 찾아온 이들을 바라본다.

영상이었다면 금방이라도 개가 짖는 소리가 귓가에 닿을 것 같은 느낌이다. 강아지 뒤로 드러나는 비닐하우스와 그 앞으로 나타나는 정겨운 시골 풍경, 파란 하늘 아래 그려진 고즈넉한 정취가 화폭 너머로 펼쳐진다.

이 설명의 주인공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상상갤러리에 걸린 그림 '잔상의 흔적 - 봉호정마을'.

▲ 창원시 마산합포구 상상갤러리 '중작파'전에 출품된 송지윤 작 '잔상의 흔적 - 봉호정마을'.   /최석환 기자
▲ 창원시 마산합포구 상상갤러리 '중작파'전에 출품된 송지윤 작 '잔상의 흔적 - 봉호정마을'. /최석환 기자
▲ 창원시 마산합포구 상상갤러리 '중작파'전에 출품된 김경영 작 '가야를 담다'.   /최석환 기자
▲ 창원시 마산합포구 상상갤러리 '중작파'전에 출품된 김경영 작 '가야를 담다'. /최석환 기자

지난 14일부터 '중작파'전이라는 이름으로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작품전에 나온 전남 출신 중견 화가 송지윤(37) 작가의 작업이다.

그림엔 어릴 적 작가가 무서워했던 강아지와 고향에서 마주한 동네 풍경이 한 화면에 담겨있다.

가로세로 130.3㎝, 89.4㎝ 크기 캔버스에 아크릴로 빚어진 이 그림은 정 작가가 살았던 전남 영암군 도포면 봉호리가 배경이다. 선을 그려 윤곽을 만든 다음 그 안에 파랑, 하늘, 하양, 초록, 주황 등 형형색색의 색감 안료를 덧입히는 방식으로 작가는 그림을 그려냈다.

정 작가의 작품과 함께 갤러리에는 '중작파' 소속 회원 작가 34명의 그림이 1층과 2층 전시실 벽면 곳곳에 걸려있다. 정 작가가 속한 '중작파'는 1996년 8월 결성한 이후 창립 25주년을 맞은 미술단체로, 여기에는 경남과 부산, 전남, 충청, 서울 등지에서 시각예술을 하는 화가 40여 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 창원시 마산합포구 상상갤러리 '중작파'전에 출품된 윤석현 작 '비렁길'.   /최석환 기자
▲ 창원시 마산합포구 상상갤러리 '중작파'전에 출품된 윤석현 작 '비렁길'. /최석환 기자
▲ 창원시 마산합포구 상상갤러리 '중작파'전에 출품된 정정복 작 '봄바람'.   /최석환 기자
▲ 창원시 마산합포구 상상갤러리 '중작파'전에 출품된 정정복 작 '봄바람'. /최석환 기자

단체 회원 절반 이상이 참여한 이번 전시에 작가들이 내놓은 작품은 모두 30여 점. 진주미협 회장을 역임한 김우연 작가가 바다를 배경으로 그려낸 '바다이야기', 가야 시대 토기를 담아낸 김경영 작가의 '가야를 담다', 전남 여수에 있는 금오도 비렁길 일대 풍경을 빚은 윤석현 작가의 '비렁길' 등이 전시장에 내걸렸다. 그림 크기는 대부분 50호 수준이다.

김재호 중작파 회장은 "같은 주제로 차린 전시가 아니라 그간 작가들이 작업해온 작품을 선보이는 기획전 형태로 전시를 마련했다"며 "1년에 한 번씩 중작파 회원전을 열고 있는데, 그림을 통해 지역별 차이점을 확인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7일까지. 문의 010-5537-4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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