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까지 김해서부문화센터 스페이스가율

문동환 작가가 만든 '수로'라는 이름의 조형 작업을 마주하면, 자연스레 입꼬리가 올라간다. 화면 밖으로 툭 튀어나온 작품 외관 속에선 웃음기 없는 비장한 모습이 쉴 새 없이 드러난다. 사람과 동물의 얼굴이 반씩 합쳐진 반인반수 형태다. 왼쪽에서 보면 거북이, 오른쪽에서 보면 사람이다. 사람 머리 쪽엔 여러 갈래로 뻗은 나뭇가지가 뿔처럼 우뚝 솟아있다. 사람인 듯 사람 아닌 모습이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으론 무서운 인상도 드러난다.

문동환 작 '수로'. 왼쪽은 거북이, 오른쪽은 사람 얼굴이다. /최석환 기자
문동환 작 '수로'. 왼쪽은 거북이, 오른쪽은 사람 얼굴이다. /최석환 기자

 

이 작품은 지난 8일부터 김해시 율하동 김해서부문화센터 스페이스가율에 차려진 김해청년작가협회전 '기매십쌕'에 나온 문 작가의 근작이다. 평면에다 입체적 요소를 가미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가로세로 90㎝, 175㎝ 캔버스에 사람과 거북이를 표현하고 그 위에 흙과 풀, 이끼, 나무를 덧붙였다. '반인반수'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미지와는 다른 조형적 외관이 눈길을 붙잡는 작품이다.

전시장 안쪽 벽면에 걸린 '강아지들의 일상'은 제목 그대로 반려견의 일상을 다룬 회화다. 이 그림을 만든 안진경 작가는 장지 위에 그림을 그려 작업을 완성했다. 붓으로 그린 커튼과 걸상을 강아지 주변 배경에 깔았고, 스케치 한 강아지 위엔 솜을 따닥따닥 붙였다. 작품마다 등장하는 강아지는 2마리다. 바닥에 앞다리만 들고 서 있는 강아지, 풀썩 앉아 고개만 들어 정면을 보고 있는 강아지 등이 화면에 나타난다.

이번 전시의 볼거리는 이들 작품 말고도 더 있다. 협회전에 참여한 청년 작가는 김도이, 김형준, 김희영, 문동환, 문부윤, 박지혜, 안진경, 임상욱, 장은서, 정다겸, 황지영 씨 등 11명. 작가들은 김해 10가지 대표색으로 선정된 가야갑옷철색, 진영단감색, 가야들판황금색, 고분밝은갈색, 이팝나무미색, 수로녹색, 은하푸른단청색, 화포천물색, 김해평야하늘색, 구지봉바위색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었다. 이들이 전시장에 내놓은 결과물은 회화와 조형 작업 등 30여 점이다. 10명이 각 한 가지 색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남은 1명은 10가지 색을 하나로 합쳐 작품을 빚어냈다. 전시장엔 고양이의 귀를 그려낸 그림과 버선, 감 등을 표현한 작업이 걸려있다.

경남청년작가회 황지영 작가는 "동양화, 서양화, 설치·조소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모여 김해의 10가지 색을 주제로 전시를 열게 됐다"며 "각자의 개성이 담긴 작업이 전시장에 나온 만큼,  전시장에 오셔서 재밌게 작품을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13일까지. 김해청년작가회(010-2877-4220).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