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2000만 원어치 압류…기초지자체 최초
"조치 이후 납부 의사 밝힌 체납자들 늘어"

거제시가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고액(300만 원 이상) 체납자 가상화폐를 압류해 눈길을 끈다. 이를 기획·시행한 이는 거제시청 체납관리과 김상준(52) 지방세체납팀장이다. 6일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김 팀장은 지난 1995년 세무 직렬로 거제시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세무 업무 경력이 20년을 훌쩍 넘는 베테랑 공무원이다. 지금은 지방세 체납 정리를 전문으로 한다. 고액 체납자의 가상화폐 압류는 어떻게 한 걸까.

지난 3월 중순 한 신문에서 국세청이 가상화폐를 압류했다는 기사를 본 게 계기였다. 그는 관계 기관에 문의해 대략적인 압류 방법 등을 안내받았다. 지자체에서 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얘기를 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 김상준 거제시 체납관리과 지방세체납팀장이 고액 체납자들의 가상화폐 압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동열 기자
▲ 김상준 거제시 체납관리과 지방세체납팀장이 고액 체납자들의 가상화폐 압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동열 기자

김 팀장은 국내 200곳이 넘는 가상 자산 거래소 가운데 정보 보호 관리 체계(ISMS) 인증을 받은 16개 업체에 고액 체납자 580여 명의 등록 여부를 조회한 끝에 60여 명이 거래소를 이용한다는 회신을 받았다. 이 중 휴면 회원이나 압류 물건으로 징수할 수 있는 사람을 뺀 고액 체납자 36명의 가상화폐 5억 2000만 원어치를 압류 조치했다.

그러자 효과가 곧바로 나타났다. 체납자들로부터 전화 문의가 잇따랐다. 일부는 '압류를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가상화폐가 압류된 체납자 가운데 2명은 체납액(약 1400만 원)을 모두 납부했다. 시는 압류한 5억 2000만 원 중 적게는 6000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가량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팀장은 "가상화폐 압류 조치 후 체납자들로부터 '밀린 세금을 내겠다'는 연락이 많이 왔다"며 "2개월 정도 기다린 후 체납액을 내지 않으면 강제 매각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거제시의 가상화폐 압류를 다른 지자체에서 벤치마킹도 하고 있다. 김 팀장은 부산시·경북도·충남도 등에서 전화로 문의해 가상화폐 압류 방법 등 노하우를 알려줬다고 했다.

김 팀장은 "팀원들이 다 노력한 결과다. 저는 아이디어를 내고 조사한 정도"라며 "체납액을 징수하는 데 더욱 힘쓰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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