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농민 소유하기 쉬워 투기 악용 극성
보유 기간 제한하고 국가 관리 강화를

LH 직원들이 직위를 통해 얻은 정보로 개발지역 농지에 투기한 사실이 폭로되면서 이를 막기 위한 농지법 개정 논의가 활발하다. 3월 말 정부가 발표한 농지제도 개선방안의 핵심은 농지 취득자격 심사 강화, 투기우려 농지 취득에 대한 사전·사후 관리체계 정립, 농지 불법행위 제재 강화 및 부당이득 환수제 도입 등이다. 국회 농해수위는 4월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정부와 의원들이 제출한 농지법 개정안들을 상정하고 법안심사소위로 회부했다. 그러나 이번 농지제도 개선방안은 투기지역에 대한 심사 강화와 신규 취득 농지에 대한 조사 정도로 땜질식 처방을 벗어나지 못한다.

현행 농지제도 문제의 핵심은 비농업인도 쉽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점이다. 1994년 농지법 제정 때 이농과 상속의 경우 1㏊ 이하라면 자경이 아니라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해주었다. 농지개혁 이후 이농으로 비농민의 농지소유가 대규모로 확대되었음에도 정부는 이에 대처하지 않았다. 뒤늦게 농지법을 제정하면서 제2의 농지개혁과 같은 충격을 준다는 이유로 현상을 인정해주는 무책임을 범한 것이다.

여기에다 비농업인이라도 농업진흥지역 밖 경사율 15% 이상 농지를 합법적으로 소유할 수 있고, 주말·체험 영농 목적으로 소규모 농지를 소유할 수도 있다.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을 위한 농업경영계획서 제출도 형식에 그쳤다. 농지소유 목적을 위배했을 경우 처분명령과 불이행 시 과징금 부과 실적도 미미했다. 상속이나 이농으로 취득한 비농업인의 농지임대가 합법적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회사법인 이용, 쪼개기 등 편법 매입이나 비농민의 불법적, 위장자경 농지임대도 이와 섞여서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농지투기가 극성을 부리는 또 다른 원인은 농지를 택지 등으로 전용함에 따른 전용이익이 과도하기 때문이다. 농지 시가는 농업수익지가에다 전용수익지가를 합쳐서 형성된다. 전용수익지가는 전용 시 실현차액에 전용 확률을 곱한 것이다. 농지가격은 논보다 전용이 쉬운 밭, 농업진흥지역보다 진흥지역 밖 경사지가 더 높다. 도시와 가까운, 도로에 가까운, 전용 수요가 큰 농지가격이 더 높다. 2019년 기준 한국 농지는 167만 9000㏊, 농지가격은 484조 원으로 1㏊(1만㎡)당 2억 8000만 원으로, 1평(3.3㎡)당으로 계산하면 약 10만 원이다. 농지를 농업용으로 이용할 때 수익은 논의 경우 연간 임차료가 평당 약 1000원으로 1㏊에 300만 원이다. 이것을 이자율 3%로 환산하면 현재가치 1억 원, 2%로 환산하면 1억 5000만 원에 불과하다. 시장지가가 수익지가의 두 배, 세 배에 이른다. 농민은 이렇게 높은 가격으로 농지를 구입하여 농업경영을 할 수 없다.

농지 투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이번 기회에 비농업인의 농지 투기가 만연하는 근본원인을 해결해야 한다. 우선 이농 및 상속, 증여에 의한 비농민 소유농지는 일정 기간(예컨대 5년) 농민에게 매각을 의무화하고 이후 적정가격에 국가가 매입, 관리해야 한다. 투기적 소유 농지는 지가 차익 발생을 차단, 환수하고 국가가 공시지가로 매입해야 한다. 농지 양도소득세 감면 조세특례제한을 영농 8년에서 20년으로 확대하거나 폐지해야 한다. 농업진흥지역 전용을 금지하는 대신 농민에게는 적절한 소득을 보장해줘야 한다. 농지관리 체계에 농민이 참여하여 이러한 농지정책이 잘 실행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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