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자 병원 측 차명거래 주장
매월 600만∼700만 원 입출금
병원 "행정상 미흡·세금 납부"

창원 한 병원에서 차명계좌를 이용한 탈세 의혹이 불거졌다. 이러한 의혹은 전직 직원의 내부 고발로 드러나면서 병원과 직원 간 법정 공방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병원에서 일하다 퇴사한 ㄱ 씨는 2016년 10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자신 명의 계좌로 병원 측이 거래하는 건강기능식품 대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ㄱ 씨는 "병원에는 모 건강기능식품 업체 영업팀이 상주하고 있다"면서 "병원에서는 임신부 등을 진찰하다가 건강기능식품이 필요하다 싶으면 이 업체로 연결해주고, 그 대가로 판매 수익 일부를 받는다"고 밝혔다.

그 판매 수익을 병원 사업자 계좌가 아닌 직원인 ㄱ 씨 개인 계좌로 받았다는 것이다. ㄱ 씨는 은행에서 발부하는 '수신 기간별 입출금 거래내역(고객용)'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 내역에는 건강기능식품업체가 매월 600만∼700만 원을 입금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렇게 입금된 돈은 대개 일주일 안에 현금으로 인출됐다.

ㄱ 씨는 "입사 초기에 병원 측이 내 명의로 계좌 하나를 만들어 제출하라고 요구했고, 그에 따랐다"며 "대출을 받고자 은행을 찾았다가 '수입이 많아 대출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확인해 보니 내 명의 계좌로 수백만 원의 돈이 입금되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병원 측에 거래 중지를 요구했고 2017년 6월부터 내 계좌를 이용한 거래가 끊겼다"면서 "결국 이 계좌는 차명계좌로 이용됐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탈세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ㄱ 씨를 배임 혐의로 고소한 상태라고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에 상주하며 영업하는 건강기능식품 업체로부터 월 임대료 개념으로 수익의 일정 부분을 받았다"며 "부동산 임대사업으로 간이과세 처리됐는데, 당시 사업 대표자를 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행정상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후 이를 바로잡고 정상적으로 세금을 모두 납부했다"며 "제보자 ㄱ 씨는 병원으로부터 고소당하자 언론을 이용해 병원을 협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ㄱ 씨는 병원에서 7년 가까이 근무하다 올해 초 퇴사했다"며 "그는 시설관리 담당으로 있으면서 교체하지도 않은 병원 내 물품 등을 교체했다고 허위 보고하거나, 비용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배임을 저질렀다"고 덧붙였다.

1993년 8월 금융실명제가 도입된 이후 모든 금융 거래에는 실명을 사용해야 하며, 차명계좌를 개설하는 것은 불법이다. 특히 2014년 11월 금융실명거래법이 개정되면서 '실소유자-명의자 합의에 의한 차명거래 허용'도 막고 있다. 이전에는 실소유자-명의자 사이 합의만 있었다면 처벌하지 않았고, 이를 이용해 일부 자산가들은 계좌를 분산해 재산관리를 하며 탈세 방법으로 주로 썼다. 하지만 개정 이후에는 '협의와 무관하게 불법행위 목적이면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개정에 따라 차명거래금지법을 위반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소멸 시효도 없다.

한 변호사는 "병원 측은 차후 정당히 세금을 냈다 하더라도 이미 성립된 범죄 사실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세금 부담의 형평성이 문제였다면, 이는 내부적으로 처리했으면 족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차명으로 입금 받은 행위는 재산을 은닉하거나 장부를 작성하지 아니하는 등으로 조세를 포탈하는 행위로 볼 수밖에 없으므로 조세범처벌법 위반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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