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하나로 의료 취약 해소 못해
중앙정부 행정·재정 투자 확대를

경상남도는 우리나라에서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이 모두 짧은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건강수명은 전국에서 가장 짧은 것으로 보고됐는데 전국에서 가장 건강수명이 짧은 10개 시군 가운데 하동군·남해군·함양군이 포함돼 있다. 이들 지역은 모두 서부경남에 해당하는 곳이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분야별 의료취약지 역시 서부경남에 집중돼 있다. 뿐만 아니라 서부경남은 입원사망비와 치료가능 사망률, 응급사망비와 외상사망비, 심혈관사망비가 특히 높은 지역인데, 이는 서부경남에 양질의 응급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의료기관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이와 같이 경남은 의료자원 배치와 의료 결과, 건강 수준 등에서 지역 격차가 존재하며, 이로 말미암은 부정적 영향이 서부경남에 여전히 집중돼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경남도는 지난해 1월부터 7개월 동안 '서부경남 공공의료 확충 공론화' 과정을 진행해 왔다. 논의 과정에서 서부경남 책임의료기관 역할을 맡을 서부경남 공공병원 신축을 결정했고 나아가 공공병원 신축 후보 부지 3곳을 정한 바 있다. 이어 공론화 과정에 참여했던 도민참여단, 서부경남 공공의료확충 민간협력위원회 등 주요 위원회 의견을 수렴하고 2차례 부지선정 평가위원회를 거쳐 진주시 정촌면 일원을 신축 부지로 결정했다. 현재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 운영 계획 및 타당성 조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오랫동안 의료 취약성으로 고통받아온 서부경남 지역주민 문제를 해결할 서부경남 공공보건의료 확충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권역별 통합의료벨트 추진과 관련한 주요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권역별 통합의료벨트 추진단(이하 추진단)을 구성해 최근 첫 회의를 진행했다. 앞으로 추진단은 경남지역 전체 공공보건의료 확충 전략을 논의하고 결정하겠지만 그중에서도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을 포함한 서부경남 공공보건의료 확충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조정하고 결정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하지만, 서부경남에 공공병원이 하나 들어선다고 해서 그동안 풀지 못한 서부경남 의료 취약성을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 권역책임의료기관인 경상국립대학교병원을 중심으로 신축·이전할 거창적십자병원, 앞으로 설립할 서부경남 공공병원, 서부경남 시군 보건소 간 필수보건의료 제공과 관련한 협력·연계·조정을 통해 시군별 의료취약도와 관련한 문제를 발굴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꾸준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행정·재정적 지원을 동반해야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경남지역 내 자원으로 완벽하게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보건의료정책은 여전히 중앙집권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지방정부가 행사할 수 있는 재정적·행정적 권한은 약하다. 보건의료 지방분권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크지만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농어촌 거점병원, 보험자 병원 등 중앙정부의 추가적인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책임의료기관 정책 시행으로도 여전히 필수의료 사각지대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지역주민 고통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지역사회 연대를 바탕으로 함께 해결해야 한다.

특히, 서부경남 대부분은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 만큼 기존 시장도 붕괴하고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에서 공공의료 확충이 아니라면 이들 지역주민이 겪는 의료 취약성으로 말미암은 고통은 결코 해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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