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명심보감> 첫 구절 해석을 두고 은사께 혼난 기억이 난다. '선을 행하는 자는 하늘이 복으로 갚고, 악을 행하는 자는 하늘이 화로 갚는다(子曰 爲善者天報之以福 爲不善者 天報之以禍)'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원문에 '불선(不善)'만 존재할 뿐, '악(惡)'은 없으므로 '악을 행하는 자'로 풀이할 것이 아니라 '선 아닌 것을 행하는 자'로 옮겨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서야 오류를 깨달았다. 선의 반대는 악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선과 악 사이에 '무수한 불선(不善)'이 있음을 인식한 것이다.

선과 악 사이에 수많은 불선이 있듯 청렴과 부패 사이에도 수많은 '청렴 아님'이 있다. 그렇기에 부패하지는 않더라도 청렴치 못한 부분이 있다면 응당 성찰해야 할 당위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대부분 사람이 청렴 캠페인에 조소를 던지는 밑바탕에는 '혼탁한 윗물만의 문제인데 애꿎은 아랫물만 힘들게 한다'는 사고가 깔려 있다. 그러면서 법적 의무로서의 청렴교육에 대해 회의를 보인다. 청렴의 적극적 의미가 무엇인지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청렴은 부패하지 않은 것만으로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공정, 약속, 정직, 책임, 절제, 배려 6가지 덕목을 하위 요소로 둔다. 이를 테면 셀프 학생부에 대한 유혹을 떨치고 공정의 가치를 기반으로 학생 성장을 기록하는 것도 청렴의 영역이요, 민원인에게 조금 더 친절하게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다가서려는 노력도 청렴의 영역이다. 또한 세대 간, 직급 간 거리를 줄이고 아름다운 조직문화를 만들려 노력하는 것도 청렴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다. 지난해 원격수업 국면에서 젊은 교사가 고경력 교사에게 역멘토링을 하게 된 것은 좋은 계기였다. 서로가 잘할 수 있는 것을 공유할 때 오는 적잖은 기쁨을 느끼기 시작했으니 수평적·민주적 조직문화 확산의 활로가 열린 셈이고 그것이 곧 청렴으로 이어지는 초록불이다. '배려'의 가치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경남교육청은 부패 척결은 물론, 청렴과 부패 사이에 있는 '청렴 아님'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비리 엄단을 위해 교육감 직통 전화(청렴콜)를 운영하고, 권위주의 관행을 바꾸기 위해 대대적으로 갑질 근절책을 마련해놓고 있다.

아울러 거점통합돌봄센터, 기후환경교육추진단, 미래교육지원플랫폼 아이톡톡 등을 통해 경남교육 대전환의 길을 가고 있다. 이 길이야말로 교육공동체 모두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적극적인 청렴으로(路)'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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