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같은 아이템 정책에 게임 유저 반발
공직자 투기처럼 '무너진 공정성'에 분노

요즘 뿔난 사람들이 많다, 게임 세상에서나 현실 세상에서나. 대표적으로 '린저씨'와 '이대남'이다. 린저씨는 한국 게임의 대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리니지> 유저를 일컫는 명칭이다. <리니지>는 국내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시작할 때부터 서비스돼 벌써 20년이 넘는 유구한 게임이다. 게임 특성상 신규 유저 유입이 많지 않고, 기존 유저들이 꾸준히 하고 있다. 유저 연령대가 주로 30대 후반에서 40대, 심지어 50대가 다수이다. 그래서 '리니지를 하는 아저씨'의 줄임말로 '린저씨'라는 별칭이 붙었다. <리니지>의 개발사인 엔씨소프트는 국내 최고의 게임기업이다. 2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린저씨들은 엔씨소프트를 먹여 살린 것을 넘어 조 단위가 넘는 대기업으로 키웠다.

그런 린저씨들이 아주 단단히 뿔났다. 집단 행동까지 나섰다. 커뮤니티에서 투쟁 기금을 모아 트럭을 렌트하고, 엔씨소프트 본사까지 몰고 가 시위를 했다. 심지어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NC다이노스 홈구장인 창원NC파크까지 트럭을 보냈다. 이유는 확률형 아이템이다. 좋은 아이템을 구입하는 데 정해진 돈이 들어간다면 그렇게까지 화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템 생성에 확률 시스템이 도입되면 돈을 아무리 들여도 운이 나쁘면 꽝이 될 수 있다. 확률이라도 높으면 말을 안 한다. '0.000…' 몇 퍼센트의 확률이다. 평균적으로 하나의 아이템을 맞추기 위해 수천만 원을 쓰게 된다.

너무 확률이 낮다고 원성이 높아지자 회사는 임의로 확률을 높였다. 그러자 기존에 수천만 원을 쓴 유저들이 들고 일어났다. 본인은 수천만 원을 써서 아이템을 얻었는데, 그것의 반도 안 되는 돈으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면 억울할 만도 하다.

소위 '핵고래'(과금을 많이 한 이용자)들이 반발을 하니까 회사는 다시 원래 상태로 돌려놨다. 시스템을 기존으로 '롤백'(되돌림)한 것이다. 그런데 엔씨는 이용자들이 나흘 동안 쓴 돈은 되돌려주지 않고 보상을 모두 아이템으로 지급했다. 결국 트럭 시위까지 하게 된 유저들은 회사에 보상 기준 공개, 전액 환불 및 진정성 있는 사과, 확률 조작 의혹 해명, 과도한 사행성 유도 해명 등을 요구하게 됐다. 나아가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적어도 원하는 아이템의 확률을 알아서 기댓값이라도 알자는 거다. 하지만, 게임 회사들은 영업 비밀이라며 확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은 리니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게임계 전반의 문제다. 대다수 게임이 확률형 아이템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그에 따른 사행성 시비가 늘 따르고 있다. 게임을 게임으로 즐길 수 있게 하는 게 아니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도박을 하게 만드는 셈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이 아니라 그냥 도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게임 밖 현실 세상에서는 '이대남'들이 잔뜩 뿔났다. 지난 보궐선거에서 70%가 넘는 이십대 남자 유권자들이 야당에 투표했다. 우리나라에 민주주의가 도입된 이래 이십대 남자가 보수 정당에 압도적으로 지지를 보낸 것은 처음이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공정성'이다. 잘난 부모 찬스로 좋은 대학 보내고, 개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하는 꼴을 보며 화가 난 것이다.

수천만 원을 써도 아이템 하나를 못 얻는 게임 세상, 뼈빠지게 일을 해도 집 한 채 못 사는 현실 세상, 린저씨와 이대남들이 화가 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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