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제한 완화에 매출 ↑
신품 출시·현장 홍보 강화
과도한 영업에 고발전까지

코로나19로 주춤했던 업소용 소주 판매가 다시 증가하면서 소주 시장 선점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유흥주점 영업 금지와 식당 오후 9시 이후 영업 제한 등이 해제되면서 업소용 소주 점유율이 다시 오르는 추세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겨울 가정용 판매가 늘고, 집합제한으로 업소용 소주 점유율이 시들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겨울 가정용 60%, 업소용 40%였으나 올해 봄 들어 가정용 50%, 유흥용 50%로 다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업소용 매출이 다시 올라오자 주류업계는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식당이나 주점을 돌며 소주를 홍보하는 현장 판촉도 지난겨울 중단했다 재개했다. 한 주류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현장 판촉 활동 등 현장 마케팅을 할 수 없게 됐었는데 최근 유흥가 중심으로 다시 판촉 행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류업계는 새 상품을 출시하며 시장 확장에 나섰다.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소주의 도수를 16.9도에서 16.5도로 낮춘 상품을 내놓았고, 대선주조는 투명병을 사용한 다이아몬드를 출시했다. 새 상품 홍보를 위해서는 현장 영업이 중요하다.

이처럼 소주 시장을 둘러싼 주류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찰도 생기고 있다. 무학은 지난 8일 사천시 한 식당에 비치된 자사 소주 홍보 입간판을 하이트진로가 철거하고 자신들 홍보물을 설치하는 장면이 찍힌 CCTV 영상을 공개했다. 무학 측은 이날 인근에 설치된 자사 홍보물 4개를 하이트진로 측에서 수거했다고 말했다.

무학 관계자는 "대기업 주류회사가 주류거래질서를 위반하고 있다"며 "업무방해와 절도 혐의로 경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지난 8일 사천시 한 식당 앞에서 하이트진로 관계자가 무학의 홍보 입간판을 수거하고 있는 장면이 찍힌 CCTV 영상 갈무리. /무학
▲ 지난 8일 사천시 한 식당 앞에서 하이트진로 관계자가 무학의 홍보 입간판을 수거하고 있는 장면이 찍힌 CCTV 영상 갈무리. /무학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영업사원들이 실적을 채우려는 의욕이 컸다"며 "과도한 경쟁을 막기 위해 예방 교육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이트진로도 2017년 창원지역에서 무학이 같은 방식으로 하이트진로의 홍보물을 철거한 바 있다고 반박했다.

일부에서는 업소에서 타 주류업체의 소주를 팔지 않으면 판매장려금을 주기도 한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광고 계약을 명분으로 음식점과 계약을 맺고 타 주류업체 소주를 팔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광고비를 지급하거나 몇 상자 이상 입고 시 간식비 명목으로 카드대납도 한다는 설명이다.

과거에도 소주 시장 쟁탈전이 벌어지면서 영업직의 기싸움을 넘어 업체 간 경쟁으로 심화해 법적 제재를 받은 사례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분쟁사례를 보면 2012년 하이트진로가 롯데주류의 소주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현수막과 전단을 음식점 여러 곳에 붙이고 배포했다. 이에 공정거래위는 경쟁 사업자 간 근거 없는 비방으로 보고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경남의 무학과 부산의 대선주조는 2011년 제품 표시, 광고가 사실과 다르다며 서로 고발하기도 했다. 당시 부산 소주 시장 주도권을 두고 비방전이 벌어졌는데 무학이 대선의 첨가물 효능을 신고, 대선은 무학의 천연암반수로 만들었다는 표현을 부당 표시·광고로 신고했다. 대선은 시정명령, 무학은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점차 나아지고 5인 이상 집합금지가 풀리는 시점부터 업소용이 다시 가정용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유흥 점유율이 다소 낮아진 현재 유흥 소주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앞으로 더 격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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