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호박문학회 동인지
장애인 내면·현실 작품화
그리운 어머니 주제 글도

▲ 〈 어느 가슴엔들 꽃이 없으랴 〉 호박문학회 지음
▲ 〈 어느 가슴엔들 꽃이 없으랴 〉 호박문학회 지음

호박문학회는 진해장애인복지관 문학동아리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시를 배우고 쓴다. 이들이 제8집 동인지 <어느 가슴엔들 꽃이 없으랴>를 발간했다.

김순덕 호박문학회 회장 등 장애인 가족 3명과 장애인 8명, 비장애인 6명 등 17명이 참여했다. 시 78편과 수필 3편, 호박문학회 강사 손영희 시인 초대 시 2편이 실렸다.

동인지 제목은 만학도 안옥순 회원의 수필 제목에서 따왔다.

장애인은 시를 통해 마음속 폐허를 드러냈다. 현실에 부딪혀 하지 못한 일을 시상으로 일구었다. 남들의 불편한 시선을 꼬집고 그 불편한 시선에 당당하게 말한다.

"저 넓은 들판을 힘차게 달리는/ 초원 위 말이 되고 싶었다// 천사처럼 가볍게 하늘을 날고 싶어/ 날마다 꾸는 꿈의 세계가 현실이면 싶었다// 그대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둘레길의 작은 들국화가 되고 싶었다// 그러다 휠체어를 타고 달리고 달려서/ 돌아온 길은 네 바퀴 여행길이 되었다"(김옥영의 '순례' 전문)

"혼자는 너무 힘들다/ 나는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어디를 가도 동행하는 너는/ 내 몸의 일부가 되어주고// 남들의 말말말 애들아 이상해?/ "응"/ "정말 이상해"/ "왜 우리와 다르지"/ 행동이 몸짓이 네 그래요// 저는요 뇌병변 장애인입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서지도 걷지도 못해본/ 지금은 전동휠체어로/ 누구나 갈 수 없는 곳 없이/ 전국이 희망의 여행지인 것을"(손미연의 '타인의 눈길' 전문)

▲ 진해장애인복지관 문학동아리 호박문학회 회원들. /호박문학회
▲ 진해장애인복지관 문학동아리 호박문학회 회원들. /호박문학회

회원들이 가장 많이 꺼낸 소재는 어머니다. 어머니라는 존재는 무엇일까. "엄마"라고 자그맣게 입만 떼도 왜 마음이 일렁일까. 어머니는 사랑과 그리움의 존재요, 미안함의 존재다. 어머니 앞에 서면 세월이 지나도 마냥 아기고만 싶어라.

"별다른 기술 없는 노동일도 값지다며/ 십 원짜리 한 장도 귀하게 여기셨다/ 어머니 바지 주머니엔/ 희망이 가득했다"(김영애의 '어머니' 일부)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도/ 나오는 그 한마디/ 엄마/ 울림이 너무나 정겹고 따뜻하다// 여자는 모두가 엄마의 섬에서 살고 있다/ 그 섬은 울릉도 섬처럼 우뚝 서 있다/ 품속을 파고드는 세월은/ 자식들 가슴에 멎어버리고// 그림자도 우리 섬 안에 모여/ 확대되어 이어가고 있다"(차영순의 '섬' 전문)

책 제목처럼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나이가 많든 적든, 누구나 꽃 한 송이쯤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당신의 꽃은 필 준비가 되어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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