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부대행사 취소
관객심사단 등 소수 관람
예매 관객들 아쉬움 표현
매일 오후 7시30분 중계

경남 연극인의 축제를 알리는 경남연극제 첫날, 여느 해보다 차분하고 조심스럽게 치러졌다. 1000여 석의 거제문화예술회관 대극장 객석에 관객심사단, 심사위원 등 30여 명만이 앉았고 카메라 3대가 무대를 비추었다. 개막식과 부대행사는 취소됐고 폐막식 개최 여부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코로나19가 가져온 경남연극제의 생경한 풍경이다.

지난 16일 제39회 경남연극제가 역사상 처음 비대면 형식으로 진행됐다. 주최·주관 측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연극제 하루 전, 온라인 공연으로 결정했다.

거제연극협회는 1년 가까이 만반의 준비를 했다. 특히 지난 2007년 전국연극제(현 대한민국연극제) 이후 14년 만에 거제에서 열리는 연극제라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82개 팀이 참여하는 프리마켓과 프린지 공연 페스티벌 '거제도 갓 탤런트'를 취소했고 오는 27일 폐막식 및 시상식 개최도 추이를 지켜보고 판단할 예정이다. 대면 공연도 비대면 공연으로 바꾸었다.

▲ 코로나19 예방 발열 체크, 손소독 등 방역을 하고 있는 경남연극제 관계자들.  /김민지 기자
▲ 코로나19 예방 발열 체크, 손소독 등 방역을 하고 있는 경남연극제 관계자들. /김민지 기자

이삼우 경남연극제 예술감독은 "일부 공연이 매진되는 등 연극제 예매율이 높았는데 부득이하게 연극제 하루 전, 예매 관객에게 '죄송하다'고 일괄 문자를 보냈다"며 "연극제를 애타게 기다린 일부 관객은 서운함을 표하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남연극제는 대한민국연극제에 나갈 경남지역 대표팀을 선발하는 자리다. 올해는 경남연극협회 11개 지부 12개 극단이 참여했다. 심사위원(박정의·이은경·최송림)이 작품을 보고 '대상'을 뽑고 번외로 관객심사단(30명)이 '관객이 뽑은 대상'을 선정한다.

16일 연극제 첫날 관객심사단에 위촉장을 주는 전달식이 조용하게 열렸다. 관객심사단은 거제 시민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고 이들은 온·오프라인으로 12편의 연극을 본 뒤 가장 좋았던 연극 1편을 뽑는다.

관객심사단으로 참여한 김해연(55) 전 도의원은 "거제지역 극단 예도의 열렬한 팬이다"며 "연극에서 관객이 없다는 건 '팥소 없는 찐빵' 같은 상황이라 비대면 공연이 아쉽지만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객심사단 백명화(48) 씨는 "평소 연극에 관심이 많아 이날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 비대면 공연 중계 장비들.  /김민지 기자
▲ 비대면 공연 중계 장비들. /김민지 기자

이날 거창 극단 입체의 <종각이 있는 공원>이 연극제 서막을 알렸다. 온라인 관객을 위해 영상을 촬영하고 송출하는 일은 거제 극단 예도 단원이 맡았다. 전문업체에 의뢰할 경우 편당 100만 원 초반의 금액을 내야 돼서 예도 단원이 만든 영화제작사 A.I필름이 맡았다.

경남연극제 영상 담당인 문종석 극단 예도 단원은 "세팅을 다 해놓아도 공연 시작 전 인터넷 속도 등 변수가 많아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며 "온라인으로 시청 중인 관객들을 위해 전문업체는 아니지만 최대한 현장감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많이 시청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2년 만에 경남연극제에 복귀한 거창지역 극단 입체는 지자체 지원 없이 자비로 출전했다. 연극제 첫날 공연을 마친 이종일 극연출가는 "지난해에는 나올 형편이 안 되었다"며 "그래도 올해는 경남연극제를 축하하기 위해 무대에 섰고 비대면 공연이라 아쉽지만 관객심사단과 심사위원이 실제 관객이라 생각하고 경연에 임했다"고 말했다.

연극제는 오는 26일까지 매일 오후 7시 30분, 27일 오후 4시 유튜브 채널 '제39회 경남연극제 in 거제'에서 실시간 재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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