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읽기 끝에 착수, 보는 이도 긴장
코로나 상황에서도 '묘수'는 있다

TV에서 보이는 프로기사들의 바둑은 보통 각 제한시간 1시간에 초읽기 30초 5회가 주어진다. 그리고 자신의 제한 시간을 다 허비했을 경우 초읽기에 들어간다.

이때 계시원은 분주해진다. 30초 초읽기가 마지막 1번 10초가 남았을 때 "마지막입니다. 하나, 둘, 셋…" 하고 센다.

그런데도 대국자가 착수하지 않았으면 계시원이 "열"을 부르면 시간패를 당하고 만다.

형세의 유불리와는 관계없이 정한 시간에 대한 규정에 따라 승패를 결정짓게 되는 것이다.

바둑을 업으로 평생을 두어온 프로기사들도 마지막 초읽기에 들어가면 긴장하는 빛이 역력하다. 침을 삼키거나 자세를 고쳐 앉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돌을 놓는 손이 가늘게 떨리거나 땀으로 인해 돌이 미끄러지기도 한다.

수읽기와 형세 판단, 바둑판 위에 온갖 그림을 그렸다 지우는 일을 10초 이내에 다 해야 하니 9급도 보는 수를 깜빡 놓치는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 초읽기에 몰려야 진가를 발휘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인 프로기사가 3년 연속 시니어바둑리그 MVP를 차지한 조치훈 9단이다. 쥐어 짜내듯이 수를 읽어가며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하게 만든다.

바둑 한판에 '목숨을 걸고 둔다'는 승부사로 각인된 조치훈 9단의 근래 명언이 있다.

"그래봤자 바둑, 그래도 바둑이다."

바둑 한 번 이기고 지는 것이 무슨 대수냐. 그래봤자 바둑일 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바둑이 그의 세상의 전부였다. 그래도 바둑.

전 세계가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마스크 착용으로 일상에서 숨쉬기도 버거워지고 생활 속, 사회적 거리 두기로 외출과 모임은 잦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불황 속에 호황인 업종 가운데 하나가 온라인 게임 업계다. 온라인 게임 업계는 동시 접속자 수가 연일 최고점에 이르고 있다.

필자의 바둑 사이트 운영 경험에 따르면 온라인 바둑 사이트들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1997년 국가 부도 사태가 났던 어려운 시기, 청계천의 바둑 서적들이 동이 난 것처럼 바둑에 대한 열기가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비록 오프라인 바둑대회, 기원, 바둑교실 등의 운영에 어려움은 있을지라도 전반적으로 바둑에 대한 관심이 바둑TV나 K바둑, 바둑 유튜브를 통해서 상승한 것이다.

어려움의 또 다른 말은 기회다. 경남도민체육대회, 전국체육대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인 바둑이 이 난관을 극복해내는 호기를 잡을 수 있다.

바둑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바둑을 알려주고 승부에 대한 행복감을 만끽하게 해줄 수 있다. 온라인 바둑 사이트, 바둑TV, K바둑, 유튜버들이 지역의 바둑대회와 기원, 바둑교실들을 상생적으로 안내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코로나 초읽기에 몰린 이 상황에서 그 누가 묘수를 둘 것인가.

"그래봤자 바둑, 그래도 바둑"인 바둑을, 그리고 코로나19가 착점하는 전 세계 바둑판에 대한 소식을, 마스크 쓰고 '쿨럭' 헛기침을 하며 관전한다.

"마지막입니다. 하나, 둘, 셋… 아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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