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 체계적인 체력 관리 안 돼…외인 선수 줄부상 시달려
고집 / 주전 선수 무리한 기용에 대체 선수 경기감각 잃어
고난 / 대표이사-감독 깊은 갈등…코치 항명까지 '다사다난'

경남FC 팬들은 상상도 하기 싫었던 2부리그 강등이 현실이 됐다. 지난해 기업구단 울산현대를 제치고 당당히 준우승을 일궈냈던 경남FC를 기억하는 팬들에게 올해 경남 성적은 악몽이다. 준우승에서 다음해 강등…. 2019년 경남FC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무속인의 말에 따라 붉은색 속옷을 입었다거나, 붉은색 양말을 신었다거나, 붉은색 머플러, 붉은색 점퍼 등등…. 강등은 안돼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8일 부산아이파크전 응원을 왔던 팬들은 결과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조차 잊어버린 듯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 지경까지 내몰렸을까?

◇리더십 붕괴 = 조기호 대표이사와 김종부 감독은 억지로 올 시즌을 버텨왔지만 사실상 한 배를 탈 수 없을 정도로 감정적인 갈등이 심했다. 시작은 2018년 감독 연봉 협상 과정에 있다. 이어진 올해 연봉 협상 과정에서도 김 감독은 구단주의 신뢰를 바탕으로 요구사항을 관철했다. 전북 최강희 감독 이후 국내 감독이 K리그에서 받은 최고액이었다.

조 대표는 올 시즌 내내 외부인사들에게 김 감독 탓을 말하고 다녔다. 연맹 관계자나 다른 구단 관계자들이 김 감독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식이었다.

김 감독은 선수 영입 요청에 조 대표가 거부하면 바로 도청으로 들어가서 정리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렇게 요구를 모두 충족했다.

최고위직 2명이 서로 불신하니 구단이 제대로 돌아간다면 그게 더 이상한 상황이었다.

코칭 스태프에서도 문제가 불거졌다. 이영익 수석코치가 선배이기도 한 김 감독에게 거친 욕설까지 퍼부으며 항명한 일도 있었다. 이 때문에 이 수석코치는 지병인 허리디스크 수술을 이유로 구단을 떠났다.

선수단도 마찬가지다. 한때 경남에서 은퇴한 진경선 코치를 발탁해 선수단과 소통 책임을 맡겼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R리그 감독으로 보내 역할을 축소시켰다.

선수단은 결국 감독의 전술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불평이 쏟아져나왔고, 선수 몇 명이 중심이 돼 감독에게 출전에서 몇몇 선수를 배제해달라고 요청했다. 2경기 정도 이 요구가 받아들여졌지만 이내 그들을 중용하는 것으로 돌아갔다. 선수단은 감독을 믿을 수 없었고, 이후 경기 모습은 프로 선수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 김종부 경남FC 감독이 8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프로축구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부산아이파크와 경기에서 패한 후 씁쓸한 표정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김종부 경남FC 감독이 8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프로축구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부산아이파크와 경기에서 패한 후 씁쓸한 표정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부상 관리 실패 = 올 시즌 경남은 네게바라는 걸출한 윙어 자원이 십자인대 부상 등으로 시즌아웃됐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대체선수로 영입했던 오스만 역시 얼마지나지 않아 십자인대 파열로 시즌아웃됐다.

경남 공격을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됐던 쿠니모토와 룩도 거의 반시즌을 부상 때문에 출전하지 못했다.

지난 3월 9일 경남은 인천유나이티드와 경기를 마치고 곧바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경기를 위해 말레이시아로 떠났다. 애초 함께 가기로 했던 쿠니모토는 이날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선수 보호를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이때만 해도 김 감독은 여유가 있었다.

이후 햄스트링 부상으로 경기에서 빠졌던 쿠니모토를 1주일 정도 더 재활해야 했음에도 무리하게 투입했다가 결국 장기 재활이 요구되는 부상에 빠뜨렸다.

올 시즌 경남 선수는 유난히 부상이 많았다. 야심차게 영입했던 조던 머치와 룩 카스타흐노스, 최재수, 이재명, 김승준, 이광선 등등이 부상으로 2경기 이상 결장했다.

이렇게 부상이 많았던 게 단순히 운이 안 따라서는 아니었다. 선수 체력관리도 주먹구구로 했고, 연패가 길어지면서 재활 중인 선수를 무리하게 기용했기 때문이다.

연맹이 선수들의 활동량과 이동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위치추적기를 지급했지만, 경남은 이를 방치해두고 있다가 언론 지적이 있고 나서 8월에야 비로소 활용하기 시작했다.

◇감독 리스크 = 올 시즌 초반 잠깐을 제외하고 내내 감독 리스크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가장 큰 문제는 ACL과 리그 병행을 위해 로테이션을 고려한 선수 영입이 있었지만, 김 감독은 '쓸선쓴'(쓸 선수만 쓴다)을 고집했다. 출전 기회가 줄어든 선수는 경기 감각을 잃어가고, 점점 출전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주전 선수 부상으로 대체 출전해도 제 역할을 못하기 일쑤였다.

울산에서 영입한 이영재는 경남에서 11경기 2득점 1도움을 기록했지만, 여름 강원FC로 이적 후 13경기에서 6득점 5도움으로 펄펄 날았다.

무리한 포지션 변경도 예사로 시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포지션 변경으로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제리치를 영입하기 전, 이광선을 골문 앞 타깃맨으로 끌어올려 썼지만, 이광선은 올 시즌 단 1골도 기록하지 못했다. 원래 중앙수비수였지만 상주상무 시절 공격수로 뛰면서 득점 맛을 봤고 제대 후 제주유나이티드에서도 2골을 넣었다.

윙어로 맹활약할 수 있는 쿠니모토를 계속 중앙미드필더로 꽂아 수비형 역할을 맡긴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리더십 붕괴나 부상관리 실패도 김 감독에게서 기인한 부분이 크다.

구단 전체 사정으로 봤을 때 12위로 다이렉트 강등 안 당한 게 이상할 정도의 운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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