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 의사 인턴생활을 하던 시절 산부인과 근무를 하게 되었을 때 일이다. 다리부종 때문에 통증이 심한 환자에게 탄력붕대로 압박치료가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고 환자를 살펴봤다. 차트를 보니 자궁경부암 4기말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아가씨라 너무나 안타까웠다. 자궁경부암 말기에는 암세포가 온몸에 퍼져 다리부종이 동반되고 고통 속에서 살아가다 결국 사망하게 된다. 2013년 자궁경부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14.4명으로 여성에게 발생하는 암 중에서 7위를 차지하고 있다.

자궁경부암 일으키는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란?

사람유두종바이러스는 전염성 높은 병원체로 피부나 생식기 점막 등을 감염시켜 HPV 관련 암인 자궁경부암, 외음부암, 항문암, 두경부암과 그 전암병변, 생식기 사마귀, 재발성호흡기 유두종증 같은 질환을 남녀 모두에게 유발할 수 있다. 대부분 증상이 없고 12~24개월 내 자연 소멸하지만 3~10%는 지속 감염을 일으키고, 지속 감염은 수 년에서 수십 년 후 암 발생의 위험요인이 되기도 한다. 성생활을 시작한 여성 4명 중 2~3명은 평생 적어도 한 번 이상 HPV에 감염될 수 있다. HPV는 직접 접촉, 모든 형태의 성 접촉을 통해서 전파가 가능하다. HPV전파의 위험인자는 다수의 성관계자, 잦은 성관계 빈도 및 기타 긴밀한 피부 접촉 빈도이며 HPV감염 후 자궁경부암으로의 진행 위험인자는 흡연, 임신 횟수, HPV감염 등이 거론되고 있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우리나라 18~79세 여성 6만 775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조사대상의 34.2%가 HPV에 감염되어 있었고, 이들 중 51.1%는 고위험 유전형HPV에, 48.9%는 저위험HPV에 감염되어 있었다. 또한 HPV감염률은 18~29세에서 49.9%로 가장 높았고, 중년에서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를 예방하는 방법은?

HPV백신은 '가다실'과 '서바락스'라는 두 가지가 개발되어 있다. 두 백신 모두 효과가 뛰어나 성 경험 전 접종을 완료할 경우 자궁경부 전암병변 예방 효과가 90% 이상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내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성 경험 실태조사(2015년 기준)에서 성 경험이 있는 여학생들은 2.8%, 이들의 평균 성 경험 시작 연령이 13.5세였다. 또 9~15세 연령에서 그 이상의 연령에서보다 HPV백신 접종 후 면역반응이 더 높게 나타났다. 그리하여 예방접종전문위원회에서는 HPV백신을 국가예방접종으로 도입할 것을 권고하였다. 백신의 가격이 매우 비싸(1회당 15만 원 정도) 예방접종율이 높지는 않았다. 다행히도 보건복지부에서 2016년 6월부터 HPV예방 백신접종을 국가사업으로 선정해서 만 12세 여성 청소년(2003년~2004년 출생자)을 대상으로 6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을 시행하도록 정해졌다.

HPV예방 백신접종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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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여성 첫걸음클리닉 참여병원을 접종대상자와 보호자가 함께 방문하여 사전 예방접종 신청은 물론 예방접종 전 산부인과 또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상담과 예진을 받도록 한다. 접종부위는 청결하게 유지해야 하고, 예방접종 후 심한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하므로 예방접종 후 20~30분 동안 접종병원에 앉아 있거나 누워 있도록 해야 한다.

백신 성분이나 이전 접종 후 심한 알레르기 반응이 있었다면 접종을 하면 안 되고, 급성열성질환에 걸린 경우에도 접종을 연기하는 것이 좋다. 예방접종 후 생기는 대부분의 이상 반응은 가볍고 수일 내에 회복된다. 증상이 심해지고 지속되거나 다른 이상 반응이 생기는 경우에는 즉시 진료를 받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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