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드 니로(Robert De Niro)가 이렇게 잘 생겼었다니!

오타쿠(애니메이션 등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일컫는 일본어) 기질 충만한 여 기자의 영화 추천 코너입니다. 매월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에 영화 이야기를 조금 보태 써볼까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의견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로버트 드 니로를 아시는지. 멋진 주름살과 깊은 눈매 게다가 사람 좋은 미소를 가진 그 배우. 물론 아는 이가 많으리라. 하지만 젊은 시절의 그 또한 아시는지.

영화〈택시 드라이버〉(이하 택시)는 광기 어린 분노로 표출된 영웅심리에 대한 이야기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돌아온 트래비스(로버트 드 니로)는 택시를 몰고 뉴욕 밤거리를 헤매며 거리의 사람들을 '거리의 쓰레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날 트래비스는 아름다운 선거운동원 베시(시빌 셰퍼드)에게 반해 접근했다 외면 당한다. 분노와 절망이 깊어가던 그는 길에서 우연히 만난 12살 창녀 아이리스(조디 포스터)를 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그녀를 설득하지만 이마저도 실패한다. 점점 망상에 빠져들던 그는 인생의 전환을 꿈꾸며 권총을 구입, 대통령 후보를 암살할 계획을 세운다. 치밀한 준비 후 머리까지 민 트래비스는 정작 현장에서 허둥지둥 도망치고 엉뚱하게도 아이리스가 일하는 곳으로 찾아가 그녀의 포주를 포함한 3명을 살해한 뒤 경찰에 체포된다. 이후 트래비스는 매스컴에 의해 갱단으로부터 어린 소녀를 구한 영웅으로 대접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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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23살 때 이 영화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거창한 이유는 아니고 젊은 로버트 드 니로(이하 로버트)가 잘 생겨서였다. 그즈음 나는 로버트를 연기 좀 잘하는 노배우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택시〉에서 불면증에 걸린 택시 운전사인 트래비스 버클로 분한 그는 어쩐지 설렐 정도의 거친 매력을 뿜어대고 있었다. (이 매력은 영화 중반을 넘어 그가 모히칸 헤어스타일을 하고 M-65 재킷을 입고 나올때 절정에 이른다.) 게다가 연기는 어찌나 잘 하는지. 망상에 사로잡혀 있으면서도 영웅적인 모습을 갖춘 트래비스. 이 복잡다단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그의 연기력은, 조금 격하게 말하자면 '미친' 정도.

지금까지 일부러 언급하지 않은 이름이 있는데 혹 눈치 채셨는가. 바로 마틴 스코세이지(Martin Scorsese·이하 마틴). 로버트는 마틴의 페르소나(persona·영화에서 감독의 속뜻을 가장 잘 파악하고 표현해내는 단짝 배우)였다. 지금은 그 자리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차지하고 있는 것 같지만….

어쨌든 마틴과 로버트가 호흡을 맞춘 영화들은 하나같이 내용이며 때깔이 죽음이다. 이 글을 읽고〈택시〉를 보겠다 마음 먹은 이가 있다면 고마운 마음에 더 권하고 싶다. 비열한 거리〉(1 973년 작),〈성난 황소〉(1980년 작),〈코미디의 왕〉(1983년 작),〈좋은 친구들〉(19 90년 작),〈카지노〉(1995년 작) 같은 영화들이다. 특히 권하고 싶은 건〈코미디의 왕〉. 이 영화에서 로버트는 과대망상에 빠진 코미디언 지망생을 맡아 열연한다. 강박에 빠진 외로운 인물이라는 점에서 트래비스와 비슷하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앞만 보면 달려가는, 다소 '짠내' 나는 인물이기도 하니 비교해 감상하면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내가 좋아하는 로버트는 마틴과 호흡을 맞추던 그 시절 로버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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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에 대한 '팬심'은 그만 뽐내기로 하고 다시〈택시〉로 돌아와 이야기를 더 하자면, 이 영화는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 속 무력감과 소외감에 시달리는 개인, 스스로 끔찍하게 생각했던 '사회악'에 매혹되고 마는 아이러니, 극단적 수단도 목적에 의해 정당화되는 현실 등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한 메시지를 준다. 트래비스의 과격한 행동까지 이해하게 만드는 심리 묘사, 감미로운 재즈 선율의 OST 등 탁월한 영화적 장치 감상은 덤이다.

정확하게 확인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한 관객이 이 영화를 보고 너무 우울해졌다며 감독인 마틴을 한동안 따라다녔다고 한다. 확실히 이 영화는 우울한 매력이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우울할 때, 혹은 우울하고 싶을 때 다시 본다. 한밤중 트래비스가 모는 택시 뒷자리에 앉아 황량한 뉴욕 거리를 바라보면서. 밀려오는 우울함에 몸을 맡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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