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 뽑은 최고의 초밥 재료, 쌈장과 먹으면 고소한 맛 일품

꼬막에 비해 피조개는 생소하다. 큰 꼬막처럼 생긴 피조개를 널리 먹지 않았던 것은 생산량 대부분을 일본으로 수출했기 때문이다. 껍데기를 까서 내장을 깔끔하게 발라낸 피조개는 살이 투툼하고 육질이 꼬들꼬들해 초밥재료로 안성맞춤이다.

회원제 식당 '미식 클럽'을 만들어 직접 요리를 할 만큼 미식가로 알려진 일본의 도예가 기타오지 로산진(北大路 魯山人·1883~1959)은 최고의 초밥 재료로 아카가이(あかがい)를 꼽았는데 이것이 바로 피조개다. 아카가이는 붉은 조개란 뜻이다.

2년쯤 자란 피조개는 어린이 주먹만 하다. 먹기에 딱 좋은 크기다. 활패(살아있는 피조개)를 하루쯤 해감해서 그대로 먹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크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헤모글로빈 성분인 붉은 피까지 줄줄 흐르니 널리 편하게 먹을 만한 수준이 아니다.

때문에 피조개는 꼬막을 삶듯 끓는 물에 살짝 익혀 먹거나 내장을 제거한 살을 먹는다. 끓여 먹을 땐 정종을 조금 넣어 익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진해 속천항 횟집의 피조개 무침.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익혀 먹는 것이야 조개가 입을 열기 시작할 때 꺼내 먹으면 그만이지만, 껍데기를 까서 살을 발라내는 과정은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날카로운 도구로 앞쪽을 비집어 까는 것은 여러모로 위험하다. 때문에 젓가락이나 칼 등을 뒷부분 접합지점의 들어간 곳에 넣어 비틀면 쉽게 껍데기를 깔 수 있다. 그렇게 벌어진 틈으로 칼을 넣어 양쪽 관자를 자르면 붉은 피를 머금은 피조개가 나온다.

이어 ① 관자와 연결된 날갯살과 내장을 분리하고 ② 도톰하게 남은 살을 횡으로 잘라 ③ 속의 내장도 제거하면 된다. 이때 완전히 이등분 하지 않고 ④ 마치 나비가 날개를 펼치듯 펴서 씻으면 손질이 끝난다. 역시 ⑤ 내장을 분리한 날갯살과 소금에 비벼가며 흐르는 물에 씻으면 바로 회로도 먹을 수 있다.

손질해 펼친 피조개 살은 그야말로 초밥용 크기다. 고들고들한 밥을 초밥용 식초에 버무려 고추냉이와 함께 올려 먹으면 일본의 미식가가 한 말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주말에 가정에서 해 본다면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피조개를 초밥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은 여러모로 쓸모가 있다. 적당히 두껍고 단단하기 때문에 꼬치구이나 볶음용으로도 훌륭하기 때문이다. 또한 홍합밥이나 굴밥처럼 밥을 해 먹거나 샤부샤부용으로도 인기가 많다. 뿐만 아니라 된장찌개를 끓이거나 튀김을 해도 괜찮다. 이것 다 피조개 특유의 육질 덕분이다. 두껍고, 달고, 향이 강한 피조개는 흡사 육고기의 장점을 닮았다고도 볼 수 있다.

진해에서 피조개를 먹기 위해 찾은 곳은 진해 속천항의 한 횟집이다. 인근 횟집에서도 피조개 회를 먹을 수 있지만 이는 생선회에 곁들여 나오는 수준이다. 진해 피조개가 유명하다고는 하나 대부분 일본 수출용이었던 터라 전문 음식점이 발달하진 못했다.

피조개 손질 방법. /서동진 기자 sdj1976@idomin.com

이 집은 독립메뉴로 피조개 회와 무침, 볶음을 한다. 피조개 회와 무침을 주문했다. 각 3만 원이다.

회가 먼저 나왔는데 둥근 생선회 접시에 넓게 깔려 나온 양이 제법 많다. 한 입에 꽉 찰 만큼 크기도 적당하다.

초장이나 야채 없이 그냥 먹어보았더니 의외로 깔끔한 맛이다. 비린향이 거의 없고 꼬들꼬들한 씹는 맛은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상상하던 조개의 느낌과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자체의 짠 맛으로 간이 충분하지만 초장 맛을 안 볼 수 없다. 초장에 찍어 먹은 맛은 흡사 멍게의 단단한 살 부분을 먹은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비슷한 향이 비치기도 한다.

고추냉이에 먹기도 하고 쌈장과 먹어보기도 했는데 쌈장과의 조화가 의외로 훌륭하다. 깻잎에 한 점 올리고 마늘, 고추, 쌈장과 싸 먹었더니 그 맛이 풍부하다. 고소한 맛이 강한 쌈장과 어울린 맛이 아주 괜찮다. 밀도 있는 육질이 만들어 내는 맛이다. 그래서 피조개를 꼬치구이나 불고기용으로 활용하는 모양이다.

이어 나온 피조개 무침도 그런 장점을 극대화했다. 데쳐서 물기를 싹 뺀 꼬막무침과는 완전 다른 맛이다. 조갯살이 무침양념과 채소에 묻히지 않고 꼿꼿하게 자기 색깔을 낸다. 보통 조갯살로 만든 회무침을 먹을 때 야채 무침을 먹는 것은 아닌가 헷갈리는 경우가 있지만 피조개는 그런 면에서 존재감이 특별하다. 색부터 육질까지 그야말로 근육질 조개다.

진해 속천항 횟집의 피조개 무침.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이처럼 좀 색다른 피조개 회와 무침을 경험하기 위해 굳이 진해만을 찾을 필요는 없다. 잘 다듬어 진공포장한 피조개 살을 수협을 통해 쉽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수출비중이 준 덕이다.

마산합포구의 피조개양식수협 관계자는 "진공 포장한 피조개 살은 냉동 유통하는데 이것을 뜯어서 바로 회로 즐겨도 될 정도"라고 한다. 또한 벚꽃 만개한 봄이 오면 진해 곳곳에서도 즐길 수 있다고 진해수협 관계자는 자랑한다.

※이 취재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기업 ㈜무학이 후원합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