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작물 ‘여주’ 재배, 차·즙·음료 등 상품화 시도

울퉁불퉁 돌기를 보면 사람들은 먼저 ‘도깨비 방망이’를 떠올린다.

이렇게 괴상하게 생긴 것을 어떻게 먹을 수 있을까 싶지만, ‘식물 인슐린’이라고 알려져 있어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여주’ 이야기다. 오이와 비슷하게 생겨 ‘쓴오이’라고도 한다. 일본에 관심 많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음 직한 ‘오키나와의 고야’가 바로 여주다. 쓴맛이 강하지만 여름철 입맛을 돌게 한다고 해서 여주를 볶아 만든 ‘고야 챔플’은 오키나와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꼽힌다.

그런데 원산지가 인도 등 열대지역으로 고온다습한 지역에서 자라는 이 여주가 김해 부원동 부광농원에서 재배되고 있다.

10년 전 귀농한 김영찬(44) 대표가 이번 달 강소농의 주인공이다.

건강 위해 선택한 귀농

김해 부광농원의 주력 상품은 미나리이다. 김 대표 어머니가 미나리 재배를 하던 것을 김 대표가 귀농하며 물려받았다.

귀농 동기는 건강 때문이었다. 장사를 하던 김 대표는 불규칙한 생활 등으로 건강을 해치게 되자 ‘살기 위해’ 귀농을 결심했다.

농사라곤 처음이라 어머니가 하던 미나리와 벼농사를 이어받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특별한 기술이 없던 터라 항상 다른 농가들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 했습니다. 언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남들이 약을 치면 나도 약을 치고, 남들이 모를 심으면 저도 심었죠. 그러니 남들보다 항상 수확량이 적었습니다.”

그때부터 교육에 열중했다. 경상대와 진주산업대 최고 경영자 과정을 수료하고, 농촌진흥청과 도 농업기술원 등 농업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갔다. 그렇게 작물에 대해 하나하나 습득하며 농군이 되어 갔다.

“가을~봄에 미나리를 출하했습니다. 그런데 여름에는 할 게 없는 겁니다. 그래서 여러 작물을 시행착오 끝에 미나리 하우스 위에 그물을 쳐서 여주를 재배하게 됐습니다. 이제 3년 차 됩니다.”

/이원정 기자

친환경 엽채류를 키워 학교 급식 납품 업체에 공급하기도 했지만, 결제가 잘 안 돼 포기했다. 당뇨를 조절해준다며 최근 관심을 받는 ‘당조고추’를 5년 전 생산했지만, 당시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아 판로가 없어 접었다. 가지는 품종선택을 잘못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없었다.

여름 재배에 적합한 품목을 찾다가 어느 날 인터넷에서 여주를 발견했다. 열대작물이라 여름을 이기는데도 좋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베트남에서 온 농업연수생에게 부탁해 베트남에서 여주 씨앗을 가져와 하우스에 심었다.

“첫해에는 전부 버렸습니다. 판로가 없었으니까요. 시장에 가져가니까 경매도 안 되더군요. 여주는 실온에서는 수확 후 3일만 지나면 익어서 터져버립니다. 버릴 수밖에 없었죠. 외국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아시아마트에 조금씩 판매했습니다.”

끝없는 시행착오와 연구

부광농원에서는 크게 2가지 종류의 여주를 키우고 있다. 바로 베트남 여주와 오키나와 여주다. 이 두 가지는 생긴 것부터 차이가 난다.

오키나와 여주는 돌기로 완전히 둘러싸야 사납게 생겼고, 베트남 여주는 돌기와 미끈한 부분인 섞여 있어 좀 부드러운 느낌이 있다. 맛 또한 오키나와 여주가 더 쓰기 때문에 베트남 여주의 선호도가 높다고 했다.

이곳에서는 베트남 여주 4종과 오키나와 여주 3종이 모두 1만㎡(3000평) 18동의 하우스에서 자란다.

아직 여주 재배가 시작 단계이므로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상품성 등이 적절한 것을 선택하려고 다양한 품종을 키우고 있다.

여주는 4월 초순 씨앗을 발아해 모종을 준비하고 한 달쯤 키워 정식한다.

수확은 6월 중순부터 할 수 있다. 모두 수확하고 나면 미나리를 키운다.

여주 수확시기를 분산해 노동력도 덜고 출하 시가도 조절하기 위해 조생종과 만생종 품종을 함께 재배한다.

“오래전 김해에서 여주를 생산해서 일본에 수출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때는 겨울에 재배해 난방비가 너무 많이 들어 중단했다고 합니다. 아직 여주 재배 농가가 많이 없어 벤치마킹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하나하나 직접 익히는 수밖에 없죠. 인터넷과 현장 경험에만 의존하고 있습니다. 순치기와 넝쿨 올리기 등도 여러 가지로 해서 어떤 방식이 더 나은지 실험 중입니다.”

/이원정 기자

여주 도입 첫해에는 재배 방법도 몰랐다. 그래서 판로보다는 재배에 집중했다. 하지만 수확 시기조차 몰랐다.

“어느 정도 익었을 때 따야 하는지 몰라 완전히 노랗게 익어 속이 다 터지기도 했습니다. 또 여주는 하우스 천장에 그물을 치고 넝쿨을 유인해야 하는데 수박처럼 맨바닥에 그냥 뒀더니 열매가 하나도 열리지 않아 다 버렸죠. 모르니 노동력은 많이 들고 수확은 안 됐습니다. 아직도 배우고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지난해 여주 수확량은 8t, 올해는 착과량이 많아 20t 가량이다.

마음이 작물을 키운다

“한 나무에서 자라는 여주도 다 다릅니다. 주인이 어떤 마음을 품고 키우느냐에 따라서 생김새부터 달라져요. 주인이 짜증을 내면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아 곡과(뒤틀리고 휘어지는 것)가 많이 생깁니다.”

김 대표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작물을 생산하느냐에 따라 사람에게 이로울 수도 있고 해로울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원정 기자

“물에 좋은 말과 나쁜 말을 들려줬을 때 결정 모양이 어떻게 변하는지 실험한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밥에 같은 실험을 해서 얼마나 상하는지 실험한 것도 봤죠. 같은 대상이라도 대하는 사람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지차이입니다. 식물은 사람보다 더 예민합니다. 빛이 필요하면 그쪽으로 뻗어나갑니다. 농부가 좋은 마음으로 키워야 소비자들 건강에도 좋은 상품이 만들어집니다.”

여주는 수확 후 관리도 중요하다. 후숙이 빨리 되기 때문이다. 익어서 노랗게 변한 것을 선호하지 않는 고객이 많다.

그래서 후숙을 늦추기 위해 김 대표는 여주가 푸를 때 수확해서 개별포장 한 후 아이스박스에 아이스 팩을 넣어 포장해서 택배를 보낸다.

인터넷 오픈마켓이나 김해 가야뜰 쇼핑몰을 통한 직거래는 30%, 알음알음 전화나 직접 사러 오는 사람이 70%가량 된다.

오키나와의 고야 챔플은 고기 등을 넣어 볶은 것이지만, 오이처럼 무쳐먹거나 갈아 먹어도 된다. 쓴 맛을 싫어하는 사람은 소금물에 담궈 쓴 맛을 빼고 먹기도 한다.

“약용 식물 도입·재배 연구할 것”

부광농원의 전체 규모는 6만㎡(1만 8000평) 가량. 김 대표와 어머니, 동생, 그리고 베트남 농업연수생 2명이 일한다. 김 대표의 하루는 아침 6시에 시작한다. 너무 더워지기 전에 여주를 수확하고 오전에는 택배를 준비한다. 오후에는 상품성이 없는 여주를 잘라서 건조기에 말리거나 가마솥에 고아서 액을 만든다.

건조시키는 것은 여주차를 만드는 과정이다.

“이모가 함양에서 지리산다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곳에 납품하죠. 국화차 등을 주로 만드는 곳입니다. 여주를 깍두기처럼 잘라서 건조시켜 덖어 제품화하는데, 지난해는 이모가 건조작업을 했지만, 올해는 제가 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많은 사람이 여주를 접할 수 있도록 차, 즙, 음료 등 상품화를 시도하고 있다. 아직 업체 측과 생산 단가 등의 협의가 잘되지 않거나 기술적인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아 제품화된 것은 여주차뿐이지만, 집에서 김 대표가 직접 10시간 이상 고운 여주액을 지인들 선물로 나눠주며 여주를 알리고 있다.

   

여주차는 지난해 시도해 올해부터 생산하는데, 사찰 등 차를 많이 마시는 사람들이 있는 곳을 찾아 홍보하고 있다. 지난해 판매를 못 한 여주도 약탕기에 내려 2만 포를 만들어 사찰 행사에 기부하기도 했다. 결국 그것이 입소문이 돼 고객이 늘고 있다.

“여주는 아직 돈이 되는 단계는 아니지만, 소비자 반응이 좋습니다. 수익은 미나리가 더 좋습니다. 키우는 것도 여주에 비해 수월하고. 미나리는 3만 3000㎡(1만 평)에서 재배하는데, 지난해 수익이 1억 3000만 원입니다. 하지만 내가 몸이 아파 보니까 힘없고 아픈 사람들을 돕고 싶고, 그러기 위한 과정에서 제일 먼저 만나게 된 게 바로 여주입니다. 계속 약용 식물에 관심을 가지고 도입을 위해 연구할 겁니다.”

현재 김 대표는 흰민들레 씨앗으로 발아하는 것을 실험하고 있으며, 와송, 개똥쑥, 쇠비름 등의 재배도 실험 중이다.

또 기후가 점점 온난화됨에 따라 내년에는 여주 정식 시기를 앞당겨 수확기간을 늘리려고 계획 중이다.

“여주 재배 농가가 많이 없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 드뭅니다. 점점 기후가 바뀌면서 여주 등 아열대 작목 재배 농가가 많이 늘어날 겁니다. 특화된 작목에 대해 전국단위의 교육이나 선진지 견학 등 기술 습득을 위한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 보여주기 식 정책이 아니라 실제 농가에 도움이 되도록 현장 중심의 정책이 많으면 좋겠습니다.”

김 대표는 지역 농민과 농촌진흥청의 다리 역할을 하는 영농모니터 요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제품 문의 010-3500-6487.

<추천이유>

◇이영미 경상남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가 = 김영찬 부광농장 대표는 농촌의 영농현장 애로사항과 지역발전을 위해 제안 사항을 발굴하여 신속하게 해결해 주는 경남의 핵심 영농현장모니터위원입니다. 봄에는 미나리를 재배하여 농가소득을 올리면서 재배기술을 확산시켰고 하절기에는 폭염 속에 생인슐린이라 불리는 여주(쓴오이)를 재배하고, 또 벼농사도 짓는 착실한 농촌의 파수꾼입니다. 특히 친환경 웰빙사업으로 시작한 여주가 많은 사람에게 자라잡기까지는 희노애락이 있었지만 현재 젊음을 농촌에 투자하여 농업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불굴의 사나이로 주경야독하는 강한 CEO입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