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개발에서 체험교실까지…'경남 1호 가스기술사'

기업을 방문하면 대부분 기업은 자기 회사를 소개하는 동영상을 보여주고, 회사를 가장 잘 홍보할 수 있는 생산 현장이나 획기적인 시스템을 보여준다.

최근 찾아간 경남에너지 역시 가스 사고에 대비해 종합적인 점검 시스템을 갖춘 중앙통제실을 관람시켜줬고, 회사 내부에 마련된 기술교육센터에서 가스 사고에 안전하게 대처하는 방법 등을 알려줬다. 눈이 쏠린 건 이 기술교육센터에서 외부 방문객에게 가스 교육을 하는 남자였다. 그는 약간은 군인 같은 말투를 가졌지만, 가스에 대해서라면 자신 있다는 목소리로 자신이 직접 개발한 ‘소중한 에너지 눈높이 체험교실’ 장치를 자랑하며 열성적인 설명을 곁들였다. ‘저 직원, 자기 일에 참 열정적이구나’ 이런 생각을 잠시 하는데, 주위 누군가가 ‘경남 1호 가스기술사’라고 소개했다. ‘어? 경남 1호?’.

가스기술사라는 자격증은 처음 들어봤다. 매일 가스를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관심이 없던 탓이다. 가스기술사는 도시가스 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기술을 검토하고, 시공·감리·설계를 하며 안전성을 평가한다. 또 배관을 진단하고 설계를 검토하는 일을 한다.

경남지역에서 처음으로 가스기술사 자격증을 딴 주인공이 바로 경남에너지 이종국(53) 기술교육실장이다. 그는 요즘 유려한 말솜씨로 외부 방문객과 초중고 학생, 대학생, 주부들에게 생활 속에서 가스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쉽게 가르쳐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경남도교육청과 재능기부 협약을 해서 에너지 체험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동남권 LNG 벙커링 협의체 분과위원회 위원을 맡아 경남에너지 미래사업 연구에도 골몰하고 있다. 또 사내 직원들에게 가스 관련 전문 실무 교육을 수시로 마련하면서 가스기술사 양성에도 신경을 쏟고 있다.

가스기술사 자격증 따기는 생각보다 어려워 보였다. 그는 어떻게 경남 1호 가스기술사가 됐을까.

이종국 경남에너지 기술교육실장./박일호 기자

가스기술사 도전 4년 만에 합격

이종국 실장이 가스기술사 자격증을 딴 것은 2002년 5월이다. 가스기술사 자격증 시험은 1984년 도시가스사업법이 제정되고서 1980년대 후반에 생겼는데, 1년에 두 번 시험을 친다. 그가 가스기술사 자격증에 도전하게 된 동기는 1998년 경남에너지를 인수해 부임해온 정연욱 사장(경남에너지 대표가 된 것은 2001년)의 독려 덕분이다.

정연욱 사장은 CEO가 되면서 3무(無)를 선언했다. 첫째, 맨(man). 사람을 빌려 쓰지 않는다. 둘째, 돈. 돈을 빌려 쓰지 않는다. 셋째, 아이디어. 아이디어를 빌려 쓰지 않는다. 그러려면 회사내 인재 양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이 당시 많은 직원이 공부했고 대학원에도 진학했다. 이 실장도 1998년부터 4년간 공부한 끝에 2002년 자격증을 따게 된 것이다. 회사 직원 6명 정도가 같이 공부했는데 그 혼자 합격했다. 그때 경남도에는 가스기술사 자격증을 딴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그는 당시 회사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정연욱 사장님이 도시가스 사업을 인수해서 야망이 컸습니다. 우리의 자발적 기술로 도시가스 무사고를 실현하겠다, 기술력 향상에 초점을 두겠다면서 가스기술사 자격증을 따라고 독려했습니다. 가스 분야 최고 자격인 가스기술사가 되면 회사 위상도 높이고, 동종업계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신념을 많이 심어줬습니다. 당시에 기술사 시험공부를 하려면 일정한 자격이 있어야 했는데 그런 조건에 맞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지방에서는 가스기술사 자격증 관련 책이나 출제 정보가 없어서 어려움 있었지만 사장님의 격려가 큰 힘이 됐습니다.”

실제 가스기술사 자격증 시험과목은 가스안전관리 가스법규, 연소공학, 유체역학, 냉동공학 등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그는 사내 실무교육은 실제 현장과 똑같은 시스템으로 돼 있는 기술교육센터가 있어서 실습과 실험 등을 직접 해볼 수 있다고 했다. 가스 배관의 원리와 이론과 작동 방법, 문제점, 개선방향까지 다 알아야 하므로 단순하게 한 기계의 원리만 알아선 곤란하다고 그는 조언했다.

“회사에 가스기술사반이 있습니다. 경험과 연륜이 있어야 도전할 수 있기 때문에 보통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까지 많이 도전합니다. 자격증을 따는 데 목적을 두지 말고 실력을 쌓는 게 기본입니다. 실력도 이론보다 실무 위주로 쌓아야 합니다. 1년 만에 자격증을 따면 수재입니다. 길게 보고 충실히 공부해야 합니다.”

경남에너지에서 2013년 현재까지 가스기술사 자격증을 딴 사람은 이종국 실장과 양영학 전략기획실장 둘 뿐이다. 11년 동안 두 명 뿐이니 가스기술사 자격증 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이 된다.

이종국 경남에너지 기술교육실장./박일호 기자

수주, 재능기부, 미래사업 등 경쟁력 쑥쑥

2002년 가스기술사가 되고나서 이 실장에겐 적잖은 변화가 생겼다. 개인적으로는 자격증 수당도 생겼고 월급도 올랐다. 수당도 자격증 중 최고 대우를 해준다고 한다.

회사 입장에서 플러스 요인도 많다. 일정 금액 이상의 공사를 딸 때는 가스기술사가 있어야 자격 범위가 되고, 에스코 사업·에너지절약 사업에도 가스기술사가 있어야 장점이 있다.

“미래에 가스기술사 활동 범위가 커질 것이라고 생각해 미리 자격증을 땄습니다. 회사는 자체적으로 기술사라는 인력을 확보했고, 대외적으로는 경쟁력 갖춘 회사가 된 겁니다.”

이종국 기술교육실장이 실제 현장과 똑같은 시스템으로 구성된 경남에너지 기술교육센터에서 직접 만든 ‘소중한 에너지 눈높이 체험교실’ 장치로 직원들과 외부 방문객들에게 가스안전 교육을 하고 있다.

그는 정연욱 사장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동남권 LNG 벙커링 사업에도 관여하고 있다. 도시가스업계에서는 유일하게 동남권 LNG 벙커링 협의체 분과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해 사업 기술 개발, 법규 제정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동남권 LNG 벙커링 사업 세미나에 참석해 기술 개발과 관련한 발표도 했다. 이 협의체에는 주로 대학교수,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 선급 사람들이 월 2회 서울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그의 가스 안전 관리에 대한 강의 실력은 재능기부로 이어졌다. 지난 2006년 학교, 유관기관, 협회 등에서 가스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강의 요청이 많았다. 2007년 2월~2010년 12월 경남에너지 거제지사장으로 가 있다가 다시 돌아온 그는 우선 회사 직원들의 기술력 향상을 하고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에너지에 대해 전파하고 싶었다.

2011년에는 경남도교육청과 재능기부 협약을 해서 2012, 2013년 매년 10회 이상 중·고교 학생들 대상으로 ‘소중한 에너지 눈높이 체험교실’을 통해 가스 사용 요령을 홍보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부산에서 열린 경부울 박람회에 경남에너지가 대표로 나가서 눈높이 체험교실을 열기도 했다.

그가 경남에너지 창립 40주년 때 도시가스 안전부문 공로상을 받고,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표창(1999), 한국산업안전공단 이사장 표창(2006), 경남도지사 표창(2006), 지식경제부 장관 표창(2009), 도시가스 필터 개발, 퍼지킷(가스방출) 개발 등과 가스안전관리 부문에서 많은 수상을 한 것도 가스기술사로 활약한 실력 덕분일 것이다.

그는 이 모든 공을 정연욱 사장의 독려 덕분이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 이야기만 할 게 아니라 회사 얘기도 좀 하면 좋겠다”고 경남에너지가 가스 기술 발전에 혼신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남에너지는 2004년부터 가스와 관련한 특허를 내기 시작했다. 안전관리 실무자들이 아이디어를 냈고, 정연욱 사장을 비롯한 상급자들이 적극 추진해서 특허를 따냈다. 이 특허는 국내를 떠나서 세계적으로도 도시가스업계에 알려졌다. 다른 업체에서 경남에너지 특허기술을 벤치마킹하러 오고, 벡스코 등 전시회를 통해 기술을 전파했다.

주요 특허 기술로는 우선 ‘대구경천공기’가 있다. 이전에는 외국기계를 위탁해서 사용했었는데, 2005년에 경남에너지가 가스배관 연결하는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해냈다. 2006년에는 ‘폴리에틸렌관(p배관)’, 2013년에는 배관 가스 차단용 ‘PE스퀴즈’를 특허 냈다.

경남에너지는 가족친화기업 인증 회사이기도 하다. 지난 창립 40주년 때는 직원 가족들을 모두 초청했다. 경남에너지는 큰 행사 있을 때마다 소단위로도 가족을 초청하는데, 신입사원 부모를 회사로 모셔와 부모님에게 보내는 영상을 보여주는 시간도 마련해 전 직원이 눈물을 흘리게도 했다. 기술교육센터, 중앙통제실도 가족들의 단골 방문 장소다.

이종국 기술교육실장이 실제 현장과 똑같은 시스템으로 구성된 경남에너지 기술교육센터에서 직접 만든 ‘소중한 에너지 눈높이 체험교실’ 장치로 직원들과 외부 방문객들에게 가스안전 교육을 하고 있다.

‘가스냄새 체험 드럼장치’ 개발 추진 중

천연가스가 공급된 지 27년이 지났지만 천연가스 냄새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나 기회가 없다는 게 이 실장은 늘 안타깝다. 그래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안전한 장치를 개발해서 천연가스 냄새를 체험할 수 있게 하려고 현재 ‘천연가스 냄새 체험 드럼장치’를 개발 중이다. 그는 올해 안에는 개발되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도시가스가 생긴 지 30년이 넘었건만 회사 직원들이 집필한 관련 서적이 없다. 그래서 그는 직원 눈높이에 맞는 가스안전 실무 핸드북을 2~3년 안에 내는 것이 간절한 소망이다.

“경남에너지가 첫 직장이고 대학 졸업해서 들어왔을 때만 해도 도시가스 분야에 대학 출신 직원이 별로 없었습니다. 대학 출신으로 사명을 갖고 사고 없이 고객들이 편안하게 가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늘 고민했고, 고민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기술도 개발하고 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집에 있는 물건들을 소재로 사진도 찍고 글을 써서 가스안전사용 안내서를 썼었습니다. 2005년에 가스 노출, 가스 냄새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고 재발 방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1년 이상 책으로 썼습니다. 현재 전국 도시가스 33개사가 이 매뉴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종국 경남에너지 기술교육실장./박일호 기자

그는 기술교육실장으로서 후배 양성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가스안전관리 사내강사 여성 1호로 천정영(35) 대리를 선발, 재능기부교육에 같이 데려 다니면서 능력을 인정받게 해 국내 최초로 상황통제실에 근무토록 했다. 이전에는 여성이 상황통제실에 근무한 적이 없었다. 원래 공동주택 내 가스시설을 관리하던 천 대리는 가스 전반적 이해 능력을 검증받아서 중앙통제실에서 상활전반 처리 업무와 함께 외부 방문객에게 도시가스안전관리시스템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드문 사례로 각광 받고 있다.

“10년 전에 정 사장님이 저에게 배관 트레이닝 센터장을 맡겼는데, 당시 회사 여직원들도 남자직원들과 동등한 실력을 갖춰야 된다 해서 전국 최초로 여직원들도 토·일요일 낮에 비상대기업무를 시켰습니다. 미리 준비하는 사장님의 열린 사고 덕분에 천 대리 같은 사내 강사도 키울 수 있었습니다.”

항상 위험한 가스를 다루는 기술사인데 힘든 일은 없을까.

“힘든 일은 별로 없었습니다. 지금은 많은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양도하고 잘 독려해서 경남에너지를 더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 데 노력할 생각입니다.”

이종국 실장은 경남 사람이 아니다. 충청북도 제천이 고향이다. 인문계 고등학교인 제천고등학교(이과)를 다니다가 경남대학교 기계공학과에 진학했고, 첫 직장으로 경남에너지를 선택했다. 직장 다니면서 경남에서 가정도 꾸렸다. 청춘을 경남에 쏟아 부었으니 이제 경남 사람이 다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는 영원한 경남에너지의 ‘가스맨’이고 싶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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