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부 운문은 청소년들이 자기 삶을 바로 보려는 시선이 많았다. 청소년들은 시험, 미래에 대한 고민, 비인간화로 치닫는 세태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한편으로 반갑지만, 우리 현실이 그만큼 각박해졌다는 반증이어서 마음이 아프다.

박혜경은 청소년의 꿈을 박제로 만드는 현실을 '별'을 통해 그려내었다. 표현이 또렷하고 쉬우면서도 고민이 살아있다.

장아연의 <검버섯 꽃이 핀다>는 병원에 누워계신 할머니의 검버섯과 손님이 사온 바나나의 검버섯이 달콤하게 만나 웃음꽃을 피운다.

이승용의 <휴대人>은 '휴대폰'으로 대변되는 현대인의 비인간적 모습을 풍자한 힘있는 작품이다. 백승민의 <산고>는 출산의 고통에 대한 탐구가 치밀하다.

   
 
중등부 운문은 고등부에 비해 응모편수도 적고 제 목소리도 잘 살아나지 못했다.

이지란의 <그리움>은 시조라는 정제된 형식에 쉽고 자연스럽게 경험을 살려내었다.

신재원의 <햇빛>은 친구와 물에서 놀았던 일을 그대로 썼다. 시의 언어가 갖는 운율이 살아나지 않고 산문을 줄만 바꾸어 놓은 듯한 게 좀 아쉬웠다.

신발장에 있는 낡은 신발을 보고 쓴 <신발>은 따뜻하다.

세월이 흘렀지만 주인은 그 신발을 잊지 않고 있고, 신발을 통해 부모님의 사랑까지 느끼고 있다.

거칠거칠한 소나무 껍질을 보면서 '아빠 손'을 떠올리는 <소나무>도 그 따뜻한 마음이 와닿는다.

산문의 경우, 전체 응모작품 중 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소설의 비중이 늘었다.

아마도 청소년들 사이에 크게 번지고 있는 인터넷 소설 연재의 영향 때문인 듯하다.

교과서적인 작품보다 다양한 내용과 작풍을 보이는 작품들이 그 반증이다. 플롯이나 구성, 인물과 성격 등 예년에 비해 나아진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론보다 실전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음이요, 무엇보다 '다작'의 힘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우려가 없는 건 아니었다. 문장이나 시점이 안정적이지 못하고 적절치 못한 단어 선택 등이 자주 눈에 띄었다. 심각하게 기본을 무시한 작품은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대기업 총수라든가 출생의 비밀, 가족간의 기구한 운명 따위의 막장 드라마식 전개도 거슬렸다.

일부 비현실적인 설정, 청소년답지 않은 내용, 성인 문학을 답습하려는 작품도 내려놓았다. 그렇기는 해도 전반적으로 청소년다운 고민과 희망, 패기 등에 기반한 작품들은 우리 문학의 미래를 밝게 해줄 거라는 믿음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고등부 정시윤의 <흔들리며 피는 꽃>은 오빠의 죽음과 그 원인을 찾으려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렸다.

아무런 문제가 없고 평범해 보이지만 뜨뜻미지근한 가족관계와 생활 등을 밀도 있게 그려낸 점이 좋았다. 이한솔의 <나는 안경잡이였습니다>는 인간관계에서의 편견과 왜곡 문제를 안경에 잘 빗대어 썼으나 서술 도중 불분명한 채로 얼버무린 점이 걸렸다. 강영욱의 <가을바람>은 자신의 꿈을 키워가는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풀었으나 좌절감을 느껴 자살을 시도하는 부분은 아쉬움을 자아내게 했다.

중등부 대상을 받은 정윤경의 <우리들에게>는 체육선생님의 지시로 '같은 속도로 뛰기'를 하면서 들었던 느낌을 잘 풀어 썼다. 같은 속도로 같은 간격으로 달리는 것만이 조화로운 것이 아니라 속도가 다르지만 서로의 개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도 조화로운 삶이라는 인식이 설득력 있다. 김현희의 <세상 밖으로>는 자신의 경험을 청소년들의 처지에 빗대어 잘 형상화했으나 자연스러운 연결이 아쉬웠다. 김성수의 <빼앗겨버린 꿈>은 청소년의 꿈과 좌절에 관한 이야기가 재미있었으나 개연성 없는 인물과 안일한 마무리가 걸렸고, 하채희의 <내가 중학생이던 날>은 아이들간의 갈등과 우정 등이 돋보였으나 청소년에 대한 어른의 시선이 느껴졌다.

나누어 놓기는 하였으나 전반적으로 실력차는 종이 한 장보다 더 얇았다. 상을 받지 못한 작품들 중에도 좋은 작품이 많았다. 조금만 더 생각하고 퇴고하면 좋았겠다 싶어 안타까웠다. 좀더 정진하기를 빈다.

본심/김태수(시인), 오정환(시인), 김동민(소설가)

예심/박구경, 최영욱, 이응인, 양곡, 김석선(이상 시인), 이한걸(수필가), 하아무(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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