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콘텐츠 소비' 트렌드 미디어업계 새 수익될지 주목아이패드 출시 이후 시장 들썩…업계 자체 앱 개발 등 대응 시작

국내 얼리어답터들은 이미 올 초부터 미국 등에서 비합법적으로 구입해 아이패드를 사용하면서 사용기 등을 블로그에 포스팅하기도 했지만, 이달 초 공식적으로 국내에서도 아이패드가 출시되면서 미디어 생태계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아이패드에 앞서 지난달 말 삼성에서 갤럭시 탭을 출시한 것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읽고, 흐름을 만들어 내는 데는 실패했지만 새롭게 열리는 시장에서 밀릴 수만은 없다는 절박함에 따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사실 태블릿PC가 출시된 것은 꽤 오래됐다. 노트북 모양에 터치화면을 붙인 모델인데 그다지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이후 모바일 기반의 다양한 PDA가 출시되기도 했지만 역시 작은 화면에다 활용할 앱이 개발되지 않으면서 역시 잊힌 모델이 됐다. 최근 들어서는 태블릿 PC가 넷북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작은 크기와 오래가는 배터리 성능을 기반으로 넷북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처럼 이동하면서도 인터넷이나 업무처리를 할 수 있게 하려는 다양한 시도 끝에 태블릿PC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려는 시점이다.

실제로 미디어업계에서는 지난 4월 아이패드가 출시된 이래 새로운 시장에 대응하려는 준비를 해왔다. 중앙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연합뉴스 등이 이미 아이패드용 앱을 출시했으며 그밖에 다른 매체도 곧 출시할 예정으로 있다.

미디어업계가 이처럼 태블릿PC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까닭은 아이패드나 갤럭시 탭은 물론, 앞으로 예정돼 있는 다양한 운영체제 기반의 태블릿PC가 가진 철학적 기반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인터넷 사용 환경을 이동 중으로까지 확산했다면 태블릿PC는 넓은 화면을 바탕으로 이용자들을 단순히 웹 서핑을 하거나 SNS 소통을 하는 데서 나아가 콘텐츠 소비자로 이끌고 있다. 스마트폰은 기본적으로 WiFi망과 3G 망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그러나 작은 화면에 콘텐츠를 제대로 표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태블릿PC는 화면이 커지면서 이동성에서 스마트폰에 비해 불리하다는 한계가 있지만 다양한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소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실시간 '콘텐츠 소비'라는 새로운 트렌드는 기존 인터넷 환경에서 헐값이나 공짜로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수익모델을 찾지 못했던 미디어 업계가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는 신천지인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있다.

'i'시리즈로 전 세계적인 돌풍을 몰고 온 애플 CEO 스티브 잡스는 "7인치 태블릿PC는 나오자마자 쓰레기통으로 갈 것"이라고 예언할 정도로 9.7인치 아이패드에 대한 자부심과 기대가 확실했다.

그러나 삼성이 7인치 갤럭시 탭을 출시했고, 나름대로 세계시장에서 입지를 잡아가고 있는데다 최근 들어 아이패드 후속 모델에 대한 정보가 소문으로 떠돌면서 태블릿PC에 대응하려는 업계에 혼란을 주고 있다. 소문은 소문일 뿐일 수도 있지만, 노출된 아이패드 후속모델 케이스 모형은 5~7인치 크기로 지금에 비해 절반 가까이 크기가 줄어들었다. 이 경우 지금의 9.7인치 화면에 맞춰 앱을 개발하고 편집 디자인을 해도 바뀌는 환경에 따라 새로 디자인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따른다.

태블릿PC 화면 크기가 달라진다는 것은 PC 환경에서 모니터가 15인치에서 최근 24인치 등으로 커진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기술 발전에 따라 더 작은 크기에 더 높은 해상도를 표현하는 일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눈이 인식할 수 있는 최적의 글자 크기를 줄이는 일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가장 편안하게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디자인하는 것도 화면 크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이패드 후속모델 소문이 나돌면서 아이패드를 구입하려던 소비자들이 주춤하고 있다. 미디어업계가 태블릿PC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데도 걸림돌이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으로 시장이 양분됐지만, 태블릿PC 시장은 아이폰과 갤럭시탭 외에도 델사가 내놓은 스트리크, 내년 출시 예정인 림사의 블랙베리 플레이북 등으로 춘추전국시대가 예상되는 만큼 특정 플랫폼에 다걸기 할 수는 없다는 어려움이다.

스마트폰-태블릿PC 이용자를 콘텐츠 소비자로 이끌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다는 것은 근본적인 회의를 하게 한다.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미디어업계가 살아남을 길인지, 정말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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