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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자연스러운 삶을 꿈꾼다. 자연스레 인연을 만나고, 자연스레 결혼에 이르고, 자연스레 죽음에 이르는 삶. 그것은 잘 만들어진 ‘우연’의 연속으로 이루어진다.
출연자들을 일정한 공간속에 흩어놓고 그들을 만나게도, 헤어지게도 해야 하는 드라마의 경우, 그 우연이란 ‘필연’의 영역임을 부인할 수 없다.
용순(고두심)은 복수(손현주)와 원수(지성)란 아들을 두고 있고, 남편의 동생인 달기(나한일)와 한 집에 산다. 복수의 전 아내 금새(오연수)는 은새(박상아)와 자매지간이고, 은새는 공주(이민영)와 둘도 없는 친구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공주는 금새의 전남편의 동생인 원수와 사랑하는 사이. 금새와 속을 터놓고 지내는 사이인 미자(김해숙)는 초등학교 동창을 우연히 만나는데, 그는 용순의 시동생인 달기. 용순은 여고동창생 달자(윤미라)를 만나는데, 그녀는 용순의 둘째아들 원수가 좋아하는 공주의 어머니이다.
용순은 공주가 달자의 딸인지 모르고, 은새는 공주가 사귀는 사람이 복수의 동생인지 모르고, 미자는 자신이 사기를 치려고 하는 동창 달기가 금새의 전남편의 삼촌인지 모른다.
이쯤하면 이 드라마는 결혼의 법칙 아니라 ‘우연의 법칙’. 다양한 결혼의 형태를 제시함으로써 결론적으로 ‘속이고 속아주는’ 개인의 융통성이 바로 그 ‘법칙’이라는 주제를 관통시키기 위해 현실에는 도통 있을 것 같지 않은 겹치기 우연으로 버텨내고 있다. 이러한 겹치기 우연으로 짜인 극 전개에서 시청자가 즐거운 것이 있다면 ‘극중 인물은 모르지만 시청자는 아는’ 어떤 정보의 우월성, 감정의 우월성뿐이다.
비단 <결혼의 법칙>뿐이랴. SBS의 <아름다운 날들>, KBS의 <비단향꽃무> 등도 길가다 우연히,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을 만나, ‘와 세상좁네’를 외치며 드라마는 한없이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변해가고, 더욱 드라마틱해진다. 우연이 많을수록 우리는 더욱 드라마답다고 생각하고, 인생에서 우여곡절이 많은 사람을 보고 우리는 드라마같은 삶을 살았다고 말한다.
미혼의 여성들이 꿈꾸는 ‘어디엔가 내 님이’는 바로 이러한 드라마의 혁혁한 공이 아닐까. 하지만 어쩌랴. 우연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우연이므로, 흡사 거미줄같은 그들의 질긴 우연과 인연이 내게도 찾아올는지 누가 또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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