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는 순간 이방인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희도 경남에서 이방인이거든요. 늘 이방인에 대한 상대방의 거부감을 의식하고 살죠.” 김지수(41)·박재영(43) 부부. 날 더러 이방인이란다. 나는 부적응자에 가깝다. 정작 진짜 이방인인 이 부부, 누구보다 경남에 잘 적응해 산다. 이 부부는 지난 2002년부터 창원시 의창구 도계동에서 약국을 운영한다. 현재 김지수 씨는 민주당 경남도당 ...
여기는 나미비아. 사막의 땅. 삭막한 풍경이 몇 시간째 이어진다. 눈부신 사막 한가운데 차를 멈춘다. 뜨겁다. 눈이 부시다. 아득히 하늘과 땅이 맞닿은 곳까지 이어진 마른 땅. 다시 묻는다. 나는 여기 왜 온 거지? 모르겠다. 지금은 그저 저 지평선을 향해 쓰러질 때까지 걷고 싶을 뿐. 나미비아 국경트럭 여행 3일째. 오렌지 리버 캠프장에 해가 뜬다. 시끄러운 새 소리에 잠이 깨고 텐트 밖으로 나왔다. 깔끔하고 상쾌한 아침이다...
이분 왕년에 한주먹 하셨다.“이정재, 임화수, 칠성이가 있던 종로 4가 화랑동지회. 내가 거기에 있었다고. 이정재가 1917년생인가 그렇지? 내가 1938년이고, 그니까 큰 형님뻘이지. 내가 김두한이한테도 밥을 얻어먹고 그랬다고. 김두환을 딱 만나서 형님, 허면 우선적으로 밥 먹었냐! 그게 동생들한테 하는 첫 인사야.”그의 청춘은 활극 그 자체다.“20대는 말도 못했어요. 내가 세 번 죽었다 살...
샌님그러니까 맑은 숲 한의원 유준기 원장은 이런 사람이다.어느 날 창원 중앙동에서 일을 보고 그의 한의원에 잠시 들렀다. 한의원에 가면 사람 모양 인형에다 경락과 경혈을 표시해 놓은 게 있다. 경혈 인형이라고 부른다. 전부 벌거벗은 남성 모양이다. 유준기 원장 진료실 책상에도 이게 하나 있다. 그런데 이 인형 성기 부분에 포스트잇이 한 장 붙어 있었다.“아니! 저거 민망해서 붙여놓은 거예요? 포스트잇.”&...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면 각원사. 절 마당을 오르는 데 웬 강아지가 다리에 찰싹 달라붙는다. 잠시 꼬리를 치더니 저만치 극락보전을 향해 앞서 달려간다. 그리고 들리는 종소리. 아니, 이건 쇠를 두드리는 소리다. 극락보전을 등지고 돌아서니 바로 앞이 진북면 신촌농공단지다. 거대한 쇳덩어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시 쇠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요사채에 계시던 광도스님을 굳이 절 마당으로 모셔와 야단법석을 마련한다. 如是我聞(여...
이른 새벽 주섬주섬 짐을 챙겨 숙소를 나선다. 거리는 아직 어둡다. 오늘, 트럭 여행이 시작된다. 사실은 이것 때문에 아프리카에 온 셈이다. 트럭킹(trucking)이라 불리는 이 여행은 개조한 트럭에다 텐트와 먹을 것을 다 싣고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것이다. 그래서 오버랜드(overland) 투어라고도 한다.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그나마 싸고 실속 있게 여행을 하는 방법의 하나다.마빈아침 일찍부터 여행...
명작을 만나다42세 개띠 도예가. 명작도예 우현(又玄) 김기환. 여기서 명작(名作)은 명품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우현(又玄)은 ‘또 모른다’는 뜻으로 정진하라는 말이다. 그는 항상 세상 공부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한다. 나는 그를 명작 선생이라고 부른다.그는 어느 여름날 내 일상 속을 마치 점령군처럼 쑥 밀고 들어왔다. 처음에는 이 사람 뭔가 싶었다. 우리는 3일을 이어 술을 마셨는데, 마지막 날 술자리가 끝...
어느 날 세린이 말했다-세린 어쩌면 우리가 가장 살기 좋은 때에 사는 건지도 몰라요.-서후 응? 무슨 소리야?-세린 그러니까 음…. 그러니까 문명도 적당히 발달해서 편리하고, 자연도 어느 정도 보존이 돼서 쾌적하잖아요. 앞으로는 이것보다 더 나빠질 거 같아.-서후 디스토피아를 꿈꾸는구나.-세린 그래서 이제는 자식을 낳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세상은 더럽고 범죄도 잦아지고.-민교 와, 이기적이다.-세린 나도 ...
1990년 2월 11일. 케이프타운은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한 늦여름이었다. 이날 오후 넬슨 만델라가 석방되었다. 27년간의 긴 수용생활을 끝낸 뒤다. 만델라를 태운 차는 케이프타운 시내를 돌며 퍼레이드를 했다. 그리고 만델라는 시청 발코니에서 유명한 연설을 한다.I stand here before you not as a prophet but as a humble servant of you, the people. 나는 여기 여...
김주완 편집국장하고 식사하셨다면서요? 인사치레로 건넨 질문이었다. 후회했다. 사회복지센터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사회복지협회로, 복지 정책으로, 복지 시스템으로, 그리고는 곧바로 진보, 보수, 안철수 현상 등 정치현안으로 이어지더니 3·15의거, 부마항쟁, 자전거 도로, 해양 신도시 등 지역현안까지 아울렀다. 첫 질문에서 내처 30분, 준비해간 질문은 아예 꺼내지도 못한 채 고개만 끄덕거리고 있다. (주) 무학 최재호...
점심때를 넘겨 찾은 사무실은 차분하지만 분주했다. 법무법인 미래로. 최근 애플 소송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바쁘게 업무를 보던 이재철(52) 대표변호사가 옷매무시를 가다듬는다. 며칠 전 그에게 인터뷰하자고 했더니 질문을 미리 보내 달라고 했다. 그러고는 그 질문에 맞게 답변을 다시 보내왔다. 이건 뭐 재판 준비를 하는 기분이었다. 어쨌거나 애플 소송 준비는 잘 되고 있다고 한다. 애플은 이번 소송에서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대리인으...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경로 안내를 종료합니다."어? 도로 한가운데였다. 분명히 서원곡으로 가는 도롯가 어디일텐데 지나쳤나 보다. 어쩔 수 없이 서원곡 유원지로 접어들었다. 입구 주차장에 차를 대고 지나쳐온 곳을 살폈다. 오래된 집이 옹기종기 모인 조그만 동네였다. 주차장에서 다리를 건너니 커다란 은행나무가 있다.관해정 은행나무다. 관해정 담을 따라 동네 골목을 들어서면 풍경이 아기자기하다. 그 길을 쭉 가...
배종혁 마산창원진해 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황해도 연백이 고향인 이분, 올해 일흔넷 되셨다. 그는 우포늪 깡패 할아버지다. 실제로 젊은 시절 서울에서 한주먹 하셨다고 한다. 이정재, 임화수, 김두한, 정팔, 신상사. 그의 입에서는 김두한의 자서전에서나 볼 것 같은 인물...
이경희(62) 경남진보연합(준) 상임대표는 자신을 '과잉대표'라고 했다. 그는 유독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최근 기사만 검색해도 대충 이틀에 한 번꼴이다. 그것도 대표하는 단체가 다르기 일쑤다. 이건 좀 심하다 싶다. "물론 물러나야 할 때가 지났죠.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