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서 개정안 두고 ‘언론탄압’ 주장하나
언론·표현의 자유 본질 침해하기 어려워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언론중재법’)은 언론사 등의 언론보도 또는 그 매개(포털 등)로 인해 침해되는 명예 또는 권리, 그 밖의 법익에 관한 다툼이 있는 때 이를 조정 및 중재하는 실효성 있는 구제제도를 확립해 언론의 자유와 공적 책임을 조화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이다. 언론중재법의 핵심적인 내용은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조정, 중재, 그리고 언론에 의한 피해에 대한 구제이다.

지난 2021년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하에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다. 개정안에는 허위 또는 조작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의 도입, 고의, 중과실의 추정 조항,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 책임 확대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언론현업단체와 시민사회, 학계에서는 강한 반대 및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결국,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는 통과했으나 본회의 표결이 연기되면서 폐기되었다.

2025년, 난리 끝에 다시 여당이 된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을 속전속결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언론중재법’에 대한 논의가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된 모양새다. 속도전을 표방하던 여당과는 달리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은 기자회견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그러자 여당에서는 부랴부랴 수정안을 내놓았다. 민주당의 개정안이 전적으로 잘못된 것만은 아니다. 언론중재법은 손해의 산정에 대해서는 다른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결국, 입은 손해에 비해 턱없이 낮은 배상이 인정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손해배상을 하고도 충분히 남음이 있기에, 일부 언론사와 수익에 의존하는 유튜브 등의 새로운 플랫폼들은 공익성과 공공성이 결여된 기사를 찍어내기 바쁘다. 고의의 허위 보도에 대해서도 별다른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고의 혹은 악의로 하는 허위 표현과 같은 것은, 일정한 요건하에 언론사의 문을 닫을 만큼의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 고의의 판단은 결과의 허위 여부가 아니라, 보도 전 검증절차의 충실성과 편집 동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책임이 무거워지는 만큼 요건은 더욱 엄중해야 한다. 인터넷 매체 및 서비스 사업자 등에 대해서도 언론중재법상의 책임 적용을 확대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허명’을 보호하는 사실적시 명예훼손과 같은 잘못된 형사적 규율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한다.

언론의 자유는, 단순히 언론사의 특권이 아니다. 국민 개개의 표현 권리임과 동시에,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민주주의의 핵심적인 장치이다. 따라서 언론에 대한 헌법적인 한계선은 그 다른 어떤 제도의 경우보다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또 다른 일부에서는 언론중재법 개정을 두고, ‘언론통제’, ‘언론탄압’이라는 회칠을 하기에 바쁘다. 언론중재법은 사후적인 한계와 구제를 중심으로 하고 있어, 언론과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기는 어렵다. 과거 존재했던 사전 검열과 같은 것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허위보도와 가짜뉴스로 인한 작금의 폐해가 분명함에도 언론중재법 개정을 ‘언론탄압’으로 매도하는 것은 ‘속전속결’하겠다는 여당보다 더 나쁜 행태이다.

무책임한 허위보도와 가짜뉴스가 방치되어서도 안 되지만, 권력 감시 기능이 위축되어서도 곤란하다. 언론중재법 개정에서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김태형 경남도민일보 고충처리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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