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단축 효과적이지만 환각 현상 위험
엄격한 직업 윤리·가이드라인 준수 필수
변호사 업계는 본래 변화에 느리다. '법'이 본질적으로 '규칙'이기 때문에, 이를 다루는 이가 아무리 혁신을 꿈꾸더라도 제도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거나 법조의 큰 굴레를 무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런 보수적인 변호사 업계조차 시대적 변화 앞에서는 예외일 수는 없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발전은 특히 서면 작성이 핵심 업무인 변호사 업무와 밀접하게 연결되면서 업계 생태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유사 사례를 빠르게 검색해 비교·검토할 수 있으며, 법리적 구성 적절성에 대한 신뢰할 만한 의견을 얻을 수 있다. 예컨대 미국 한 로펌은 계약서 작성 시 AI가 초안을 작성하면 변호사들이 이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게끔 해 업무 처리 시간을 평균 7시간 이상 단축하는 생산성 향상을 이루었다고 한다.
이러한 AI의 장점은 기자들도 누릴 수 있다. AI는 특정 주제와 관련된 방대한 자료 중에서 정확한 정보를 신속히 선별하고, 복잡한 데이터 속에서 유의미한 트렌드와 통찰을 도출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또한, AI는 각종 보도자료나 공공데이터, 과거 기사 기록을 즉시 분석해 기사 신뢰도를 높이는 정확한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급박한 보도 상황에서는 기사 방향 설정과 핵심 논점 도출에 대한 실시간 제안을 제공해 기자들이 더욱 빠르게 기사 초안을 구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자가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작업에 소요하던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취재와 분석이라는 본질적인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
그러나 AI 활용이 언제나 긍정적인 결과만 낳지는 않는다. 생성형 AI는 때로 실제 사실과 다른 내용을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을 일으킨다. 최근 한 인터넷 언론 매체가 문형배 판사와 김장하 선생에 관해 전혀 사실무근인 기사를 게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기사 처음부터 끝까지 날조로 이루어진 이 글은 생성형 AI 환각이 집약된 사례로 보인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AI에 간단한 프롬프트(어떤 작업을 수행해야 할지 자연어로 설명하는 입력값)만을 제공한 채, 미담을 담아 조회수를 늘리고자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위험성을 줄이려면 AI를 활용할 때는 명확한 프롬프트와 정보 출처를 요구하고, 반드시 교차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AI가 제공한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다시 점검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결국, AI가 생성하는 글의 품질과 신뢰성은 그것을 활용하는 인간의 책임 문제로 돌아온다. 언론사와 로펌은 AI 활용에 관한 직업윤리와 그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정해야 하며, 이를 엄격히 준수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특히 AI가 작성한 기사나 법률 서면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의 한계와 저작권 문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컨대 AI 기술의 부상에도, 문제 본질은 언제나 이를 활용하는 인간의 윤리적 책임과 직업적 양심에 달렸다는 것이다.
문제의 기자는 AI를 이용한 얕은 수법으로 일시적인 이익을 얻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AI 기술이 더욱 발전한다면, 가장 먼저 대체되는 것은 바로 문제의 기자처럼 인간으로서 책임과 주체성을 쉽게 포기한 이들일 것이다.
/김태형 경남도민일보 고충처리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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